5억원에 팔린 커트 코베인의 리바이스, 그리고 패치워크 데님
역사상 가장 높은 가격에 팔린 기타의 주인은? 1위는 커트 코베인, 2위도 커트 코베인입니다. 그가 MTV 무대에서 연주했던 기타는 70억원이 넘는 가격에 팔렸고, ‘Smells Like Teen Spirit’ 뮤비에서 연주한 펜더 머스탱은 58억원에 낙찰됐죠. 커트는 음악 못지않게 패션계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아티스트인데요. 며칠 전 그가 즐겨 입던 팬츠가 약 5억3,000만원에 판매됐습니다.
팬츠가 판매된 곳은 줄리언스 옥션(Julien’s Auction)입니다. 2016년 마릴린 먼로의 ‘해피 버스데이, 미스터 프레지던트’ 드레스가 판매된 경매를 주최하기도 했죠. 이번에 경매로 올라온 커트 코베인의 팬츠는 리바이스 501을 커스텀한 것인데요. 밴드 ‘베이브스 인 토이랜드(Babes in Toyland)’의 드러머였던 로리 바르베로(Lori Barbero)가 친구 커트를 위해 손수 제작한 팬츠입니다. 허벅지 부분에 마구잡이로 패치를 붙이고, 밑단에는 귀여운 패턴의 천을 덧댄 것이 특징이죠. 리바이스의 상징과도 같은 레드 탭은 물론, 백 패치 역시 떨어져 있습니다.
누더기에 가까운 데님이 5억원도 넘는 가격에 팔린 이유는 분명합니다. 지금도 유효한 패션 아이콘인 커트가 가장 사랑했던 아이템이기 때문이죠. 그는 1993년, MTV 뮤직 어워드에 참석할 때는 물론 ‘Heart-Shaped Box’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때도 이 팬츠를 입었습니다. 비트 세대의 아이콘이었던 윌리엄 버로스와 곡을 녹음할 때도, 제시 프로만(Jesse Frohman)의 카메라 렌즈 앞에 설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이 패치워크 데님은 커트의 스타일, 그리고 그런지 스타일의 핵심인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애티튜드’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그가 사망한 지 30년이 되어가지만, 커트의 패치워크 데님은 지금도 수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넘버나인을, 지금은 솔로이스트를 이끌고 있는 미야시타 타카히로가 좋은 예입니다. 넘버나인의 2003년 컬렉션에는 커트의 것과 꼭 닮은 팬츠가 등장하기도 했죠. 그는 최근에도 너바나의 라이브 현장을 담은 사진으로 유명한 포토그래퍼, 찰스 피터슨과 협업하며 커트 코베인을 향한 사랑을 드러냈습니다.
1990년대의 그런지 스타일을 대표하는 브랜드였던 히스테릭 글래머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평소 밴드 소닉 유스를 동경하던 커트 역시 히스테릭 글래머와 소닉 유스가 협업해 만든 티셔츠를 즐겨 입었고요. 히스테릭 글래머는 여전히 패치워크 데님을 런웨이에서 선보이고 있죠.
준야 와타나베는 2014 F/W 남성복 컬렉션에 아예 커트 코베인으로 분한 모델을 등장시켰습니다. 레드 스트라이프 스웨터에 패치워크 데님을 매치한 모델은 당장이라도 기타를 연주할 것만 같았죠. 준야 와타나베는 지금도 꾸준히 그런지한 무드의 패치워크 데님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그를 그리워하는 디자이너들 덕에 ‘패치워크 데님 = 커트 코베인’이란 공식은 영원히 깨지지 않겠죠?
- 사진
- Getty Images, Instagram,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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