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키노가 아드리안 아피올라자(Adrian Appiolaza)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맞이합니다. 직무를 시작한 지 열흘 만에 갑작스러운 병세로 사망한 다비드 렌의 뒤를 잇게 된 것이죠.

모스키노의 모회사인 에페 그룹의 회장, 마시모 페레티는 아드리안의 풍부한 경험과 창의성, 그리고 깊은 지성에 굳은 신뢰를 보냈습니다. 그가 하우스의 창립자, 프랑코 모스키노의 유산을 이어갈 적임자라는 말도 잊지 않았죠. 아피올라자 역시 마시모 페레티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습니다. 연극적인 터치를 가미해, 새롭지만 ‘모스키노다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싶다고 말했죠.

그간 아피올라자를 욕심낸 하우스는 많았습니다. 그의 화려한 이력만 봐도 알 수 있죠.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미우미우에 몸담았던 그는 이후 마크 제이콥스가 이끌던 루이 비통으로 떠나는데요. 2012년에는 또다시 거처를 옮겨 클레어 웨이트 켈러와 함께 끌로에에서 경력을 이어갔고, 2024년 모스키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선임되기 직전까지는 로에베의 기성복 디자인 디렉터를 담당했습니다.

그에게 커리어상 전환점을 제공한 사람은 피비 파일로입니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 출신인 아피올라자는 대학 시절 알렉산더 맥퀸과 미구엘 아드로버의 주니어 디자이너를 맡기도 했는데요. 2002년, 당시 끌로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피비 파일로가 그의 졸업 컬렉션에 크게 감명받습니다. 이후 끌로에에서 경험을 쌓고 있던 아피올라자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출산휴가를 떠나게 된 피비 파일로를 대신해 아피올라자를 포함해 5명으로 구성된 디자인 팀이 2005 F/W 컬렉션을 담당하게 된 것입니다. 컬렉션은 성공적이었고, 프런트 로우에 앉아 있던 피비 파일로는 감사 인사를 전하는 디자인 팀에게 힘찬 박수를 보냈죠. 1년 뒤, 피비 파일로가 하우스를 떠나고 아피올라자와 디자인 팀은 또 한 번 2006 F/W 컬렉션을 성공적으로 선보였고요.

1972년생인 아피올라자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대부분의 유년기와 사춘기를 할머니가 운영하는 테일러링 숍에서 보냈죠. 처음으로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패션이 아닌 음악이었습니다. 맨체스터에서 열린 샤넬의 2023/24 공방 컬렉션에 영감을 주기도 했던 ‘매드체스터’ 음악에 푹 빠졌죠. 그는 음악을 들으며 상상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게 된 것이죠.

@adrianappiolaza

@adrianappiolaza

아피올라자는 소문난 아카이브 컬렉터이기도 합니다(그의 인스타그램 피드 역시 개인 소장 중인 아카이브 피스로 가득하죠). 꼼데가르송을 모으는 것으로 시작한 그는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의 요지 야마모토, 장 폴 고티에, 마르지엘라, 비비안 웨스트우드, 그리고 이세이 미야케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죠. 그는 프랑코 모스키노 역시 자신이 존경하던 ‘전설’ 중 한 명이라고 밝혔습니다. 매거진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옷을 직접 만지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프랑코 모스키노의 유산을 탐구하게 된 것에 기대감을 드러냈죠.

끌로에, 미우미우, 루이 비통, 그리고 로에베. 아피올라자는 ‘초거대 기업’ 산하 브랜드에서만 커리어를 이어왔습니다. 에페 그룹의 규모는 LVMH나 리치몬트 그룹에 비할 바가 못 되죠. 아피올라자가 완전히 새로운, 보다 소규모 작업 방식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상황이 과연 그에게 장애물이 될지, 혹은 창의성을 꽃피울 계기가 될지는 다가오는 2월 22일, 밀라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