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주얼리 메이커가 창조한 푸른 세상
천재 주얼리 메이커 쟌 슐럼버제의 파란 소우주.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이 뉴욕 5번가의 티파니 매장을 들여다보는 장면을 모르는 여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오드리 헵번은 영화 속에서 티파니 주얼리를 착용하지 않는다. 대신 영화 홍보 행사에 무려 128.54캐럿의 옐로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리본 로제트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공식적으로 착용해 티파니의 황홀한 하이 주얼리 세계로 인도했다. 당시 티파니 하이 주얼리에 매혹된 사람은 헵번뿐이 아니었다. 퍼스트레이디 재클린 케네디는 19세기 세공 기술이 담긴 에나멜 소재 팔찌를 색상별로 착용했을 뿐 아니라(너무 많이 착용하고 다녀서 일명 재클린 팔찌라고 불렸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불가사리 모양의 플뢰르 드 메르 브로치를 소유해 주얼리 컬렉터의 면모를 뽐냈다. 이쯤 되면 당대 최고의 패셔니스타들이 고른 티파니 보석의 창작자가 궁금할 것이다. 그는 바로 쟌 슐럼버제(Jean Schlumberger)!
사실 쟌 슐럼버제의 천재성은 패션 디자이너 스키아파렐리가 먼저 알아봤다. 텍스타일 디자인을 공부한 그의 배경을 참고해 단추와 주얼리 디자인을 맡긴 것이다. 그 후 슐럼버제는 제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모두가 실용성에 집중할 때 반짝이는 창의성을 품고 뉴욕에 등장했고, 1956년 티파니 하우스에 부사장으로 입성했다. “저는 실재감을 더하기 위해 성장하고, 불균일하며, 무작위적이고,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만들려고 노력합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그는 1950년대 당시 유행하던 보수적이고 정제된 디자인을 선호하지 않았다. 대신 조개껍데기, 새, 식물, 바다 생물 등에 매료돼 자연이라는 컨셉을 주얼리에 녹여냈다. 그뿐 아니라 색감 대비를 위해 금과 플래티넘을 섞어 사용하기 시작했고, 더 밝은 색감을 표현하기 위해 석류석, 초록색 가닛 등 준보석을 처음으로 활용했다. 디자인에 대한 이런 고집 덕분에 훗날 팔로마 피카소, 엘사 퍼레티, 프랭크 게리와 함께 187년 역사의 티파니 하우스에 본인의 이름을 걸고 창작물을 계약한 디자이너가 될 수 있었다.
약 7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쟌 슐럼버제의 상상력과 혁신적인 디자인은 티파니의 상징적인 블루 북에 꾸준히 기록되고 재창조된다. 블루 북의 시작은 184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골드러시가 일자 당시 브랜드 창립자 찰스 루이스 티파니(Charles Lewis Tiffany)는 마케팅을 위해 서부 지역 고객의 집에 우편으로 카탈로그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가 가고 블루 북이 쌓이면서 귀중한 하우스의 아카이브가 되었다. 2021년부터 티파니 주얼리 디자인을 맡고 있는 나탈리 베르데유(Nathalie Verdeille)는 전설적인 디자이너 쟌 슐럼버제를 기리기 위해 이 블루 북을 적극 활용했다. 지난해에는 수중 세계에 대한 환상을 담은 쟌 슐럼버제의 디자인을 재해석해 ‘아웃 오브 더 블루’를 제작했고, 올해는 천체를 들여다봤다. 별과 신비한 우주의 세계를 담은 2024 블루 북 컬렉션 ‘티파니 셀레스트(Tiffany Céleste)’는 현존하는 블루 북 컬렉션 중 가장 높은 가치를 자랑하는 만큼 데뷔 무대도 화려했다. 안야 테일러 조이, 에밀리 블런트, 갤 가돗을 비롯해 150여 명의 티파니 프렌즈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의 티파니 하이 주얼리 하우스에 모여 즐기며, 블루 북 컬렉션 출시를 축하했다.
총 157개 아트 피스로 구성된 블루 북 ‘셀레스트’는 아폴로, 화살, 별자리, 섬광, 별, 날개 등 총 6개 테마로 이뤄진다. 먼저 아폴로 테마는 1957년에 출시된 쟌 슐럼버제 바이 티파니의 ‘아폴로’ 브로치를 재해석했다. 특히 원자 근처에서 춤을 추는 전자 모양을 티파니 옐로·화이트 다이아몬드의 볼드한 파베 세팅을 통해 완성했다. 화살 테마는 1941년 쟌 슐럼버제 바이 티파니의 피스 중 ‘트로페 드 바양스’ 브로치에서 영감을 받았다. 활시위에서 벗어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한 생동감 있는 모습을 재현한 것. 콜롬비아산 에메랄드 원석을 세팅했는데, 화살촉에 에메랄드를 세팅하기 위해 삼각형 모양의 주문 제작 컷을 개발하기도 했다. 화살 펜던트는 착용하는 사람의 실루엣에 따른 미세한 움직임이 더없이 매력적이다.
별자리 컨셉은 다이아몬드, 블루 사파이어를 활용한 세팅부터 핑크 사파이어를 세팅한 반지까지 다양하다. 티파니의 보석 학자들은 이번 컬렉션을 위해 1,000개가 넘는 사파이어를 검수했다. 각각의 별 실루엣을 형상화한 블루 사파이어는 육각형의 완벽한 모양을 선보여 별이 빛나는 밤하늘의 찬란함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섬광은 황금빛 태양 광선 모양의 쟌 슐럼버제 바이 티파니 브로치에서 영감을 받아 한 줄기 빛을 섬세하게 표현한 디자인이다. 이 광선은 레드 컬러의 스피넬 원석 중앙에서부터 빛을 반사하는 모습을 담았다. 눈여겨볼 디자인 중 하나는 티아라로 변형 가능한 목걸이로, 티파니 블루 북 컬렉션에서 선보이지 않은 새로운 작품.
별 테마는 두 가지 반전 컬러로 별 실루엣을 그린다.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로 이뤄진 디자인은 별이 쏟아지는 듯한 밤하늘을 표현하며, 블루 지르콘, 아쿠아마린, 마더 오브 펄, 다이아몬드가 어우러진 디자인은 아름다운 저녁 하늘을 연상케 한다. 아쿠아마린의 비정형화된 모양은 장인들의 정교한 검수를 거쳐, 모든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는 정교한 피스일 뿐 아니라 수작업 세팅이라 더 소중하다.
마지막으로 날개는 쟌 슐럼버제의 작품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모티브. 신화 속 비행과 환상을 상징하는 ‘페가수스’ 전설에 등장하는 날개 달린 말에서 영감을 받았고, 페가수스의 상징적인 날개 실루엣은 20캐럿이 넘는 눈부신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로 표현됐다. 인그레이빙 디테일의 디자인 세팅으로 많은 시간 수작업을 요하는 컬렉션으로, 장인 정신이 충분히 반영됐다.
“티파니의 블루 북은 세계 최고의 다이아몬드와 젬스톤으로 티파니의 전설적인 장인 정신을 보여주는 컬렉션입니다. 각각의 주얼리 피스는 나탈리 베르데유의 재해석으로 쟌 슐럼버제의 창의성과 유산을 구현합니다.” 티파니 글로벌 회장 안소니 레드루(Anthony Ledru)가 말했듯 베르데유와 슐럼버제는 티파니 하이 주얼리라는 공통분모 아래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평행을 이룬다. 하지만 둘 사이에도 분명 다른 점은 존재한다. 슐럼버제는 디자인에 굉장히 엄격했지만, 나탈리는 열려 있다. 제품에 유연성을 더하는 것이 본인의 역할이라고 여긴 나탈리는 남자와 여자의 벽을 허물었다. 에메랄드, 루벨라이트, 사파이어, 오팔로 만든 ‘버드 온 어 락’ 브로치를 모두에게 열어준 것이 대표적인 예다. 남자는 브로치로, 여자는 목걸이로 활용하는 등 상황에 맞게 변신이 가능하게 말이다.
쟌 슐럼버제의 주얼리는 시간이 흘러도 꾸준히 살아 숨 쉰다. 레이디 가가는 <하우스 오브 구찌> 영국 프리미어에 쟌 슐럼버제 하이 주얼리 목걸이로 멋을 내고, 켄드릭 라마는 2022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쟌 슐럼버제 브로치를 착용했다. 비욘세와 제이 지의 약혼반지가 쟌 슐럼버제 다이아몬드 반지일 뿐 아니라 ‘어바웃 러브’ 티파니 캠페인에서는 오드리 헵번이 착용했던 128.54캐럿 옐로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쟌 슐럼버제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쟌 슐럼버제의 영혼을 담아 재해석된 티파니 2024 블루 북 컬렉션이 파란색 우주를 선보인다. 이 영롱한 우주를 로스앤젤레스에서 마주한 나탈리는 전했다. “2024 블루 북: 티파니 셀레스트는 쟌 슐럼버제가 선보인 최고의 걸작에 경의를 표하는 우주의 장엄한 서사입니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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