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주식시장이 붕괴됐다. 이듬해인 1990년에는 경기 침체가 찾아왔다. 패션계도 변했다. 그리드 이즈 굿(Greed-is-good), 곧 많을수록 좋다던 1980년대의 풍요로운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패션계는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캘빈 클라인, 질 샌더, 헬무트 랭 같은 디자이너들은 미니멀리즘 패션을 선보이며 사람들의 마음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1990년 리파트 오즈벡(Rifat Ozbek)이 선보인 순백의 컬렉션은 시대의 전환점이자 또 다른 시작점이 되어주었다).

1990년대 패션계를 주름잡은 건 슈퍼모델이었다. 베르사체의 옷을 입고 긴 다리를 뽐내던 린다 에반젤리스타, 신디 크로포드, 나오미 캠벨, 크리스티 털링턴의 모습은 모두를 매료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년 후 트렌드는 달라졌다. <보그>는 소년 같은 매력, 이른바 개민(Gamine) 스타일의 도래를 알렸다. 1960년대식 순진무구한 느낌은 아니었다. 이때 등장한 모델들은 모두 창백하고, 새처럼 삐쩍 마르고, 약해 보였다. 칼 라거펠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모두 ‘보호가 필요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이 새로운 뮤즈의 전형은 바로 케이트 모스였다.

다가오는 Y2K에 대한 불안과 새로운 기술(플립 폰과 인터넷)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했던 10년, 패션계는 두 가지 미학을 만들어냈다. 하나는 현재에서 완전히 벗어나 각종 문화와 이전 시대의 요소를 뒤섞은 극도로 환상적인 패션이었다. 다른 하나는 과거와 현재의 요소를 모두 한데 섞은 연극적인 패션이었다(존 갈리아노의 디올이 좋은 예다). Y2K 시대를 앞두고 탄생한 또 다른 스타일은 변화 자체를 수용하는 것이었다. 사이버 패션을 유쾌하고 감각적으로 풀어낸 장 폴 고티에처럼 말이다.

1992년 4월호 <보그> 맨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크리스티 털링턴, 린다 에반젤리스타, 신디 크로포드, 카런 뮐더르, 일레인 어윈, 니키 테일러, 야스민 가우리, 클라우디아 쉬퍼, 나오미 캠벨, 그리고 정중앙은 타티아나 파티즈. Photographed by Patrick Demarchelier

1992년 9월호 <보그> 클라우디아 쉬퍼. Photographed by Arthur Elgort

#1990년대 여성 트렌드

슈퍼모델: 뮤즈와 셀러브리티

1990년대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자들이 있다. 바로 슈퍼모델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이미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던 이들은 1990년대에 이르러 말 그대로 온 세상을 접수했다. 대표적인 인물로 린다 에반젤리스타, 신디 크로포드, 나오미 캠벨, 크리스티 털링턴이 있다. 물론 네 명이 전부는 아니다. 클라우디아 쉬퍼, 타티아나 파티즈, 타이라 뱅크스, 카를라 브루니, 헬레나 크리스텐슨, 야스민 가우리, 나디아 아우어만, 스테파니 세이모어, 엘 맥퍼슨 등도 있었다.

1991년 7월호에서 <보그> 에디터 비키 우즈(Vicki Woods)는 슈퍼모델에 대해 “왜 그녀들은 그토록 유명할까? 어쩌면 그렇게 개성이 뚜렷할까? 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할까? 일본 취재진이 파리까지 날아가 취미가 무엇인지 영어로 묻게 만드는 린다 에반젤리스타의 힘은 대체 뭘까?(그녀의 취미는 아코디언 연주였다.) 어쩌다 스코틀랜드 TV에서 크리스티 털링턴이 세 종류의 카메이(Camay) 비누로 그 작은 얼굴을 씻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까? 이 여자들은 대체 왜 그렇게 많은 돈을 벌까? 왜 그토록 많은 사진이 찍힐까? 왜 모두가 그녀들을 찾을까? 이 놀라운 슈퍼모델 현상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라는 유쾌한 내용의 기사를 쓰기도 했다.

린다 에반젤리스타, 크리스티 털링턴, 나오미 캠벨, 신디 크로포드가 1991년 가을 지아니 베르사체의 런웨이 쇼에서 팔짱을 끼고 당당히 걷던 시절, 그녀들은 그들이 입은 베르사체 옷보다 훨씬 더 유명했다. 남자 친구도 모두 화려했다. 당시 신디 크로포드는 리처드 기어와 결혼한 상태였다. 모두가 유명 브랜드를 대표하는 얼굴이기도 했다. 신디 크로포드의 관능적인 펩시 광고, 크리스티 털링턴의 캘빈 클라인 이터너티 광고를 떠올려보라. 그녀들은 1990년대의 여성상 그 자체였다. 자유롭고, 있는 그대로 자신감 넘치는 여성 말이다. 역사상 패션모델이 이토록 큰 영향력을 가진 적은 없었다. 이들은 전 세계 누구나 아는 유명 인사였고, 패션 하우스는 너도나도 이들과의 작업을 갈망했다. 마네킹처럼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모델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그리고 그 자리는 열정과 개성, 생기 넘치는 모델들이 채웠다.

1990년대 중반이 되자 새로운 유형의 모델이 등장했다. 성숙한 선배 모델들의 여동생 같은 모델이 등장한 셈. 그녀들은 당당한 글래머가 아니었다. 오히려 가냘픈 버드나무에 가까웠다. 곧 런웨이에 등장하게 될 ‘그런지’ 스타일을 표현하기 위해 맞춤 제작된 모델 같았다. 정체는 누구였을까? 케이트 모스, 샬롬 할로우, 커스티 흄, 스텔라 테넌트, 앰버 발레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96년 3월 새로운 슈퍼모델을 조명한 기사 ‘슈퍼모델: 시퀄(Supermodels: The Sequel)’에서 칼 라거펠트는 당시 모델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모델들은 어린아이 같아요. 엘프 같기도 하고요. 연약함이 느껴지죠. 보호가 필요해 보이고요. 아, 스텔라 테넌트는 예외입니다. 그녀는 강인해 보이거든요.”

그런지: 여유롭고, 꼬질꼬질하고, 느긋한 하이패션?

1990년대 시애틀은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분위기를 불어넣었다. 너바나, 사운드가든, 펄 잼 등의 밴드가 즐긴 빈티지 스타일(낡은 티셔츠에 플란넬 셔츠, 빈티지 배기 진과 스니커즈, 흐트러진 머리 등)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것. 1970년대 펑크 패션에 비해 접근성이 높다는 점도 한몫했다. 물론 난도가 낮았다는 뜻은 아니다. 신경 쓰지 않은 듯 무심한 애티튜드가 바로 이 스타일의 핵심이었으니 말이다. 사실 그런지 스타일에서 패션은 부수적 요소일 뿐이었으며 본래 핵심은 인간에 대한 사색과 성찰이었다. 어찌 되었든 1990년대 ‘그런지’ 룩은 전 세계 10대의 옷장에 스며들었고, 당시로서는 드물게 런웨이까지 진출하기에 이르렀다.

마크 제이콥스의 페리 엘리스(Perry Ellis) 1993 S/S 컬렉션은 그런지 룩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으로 유명하다. 1992년 9월 선보인 이 컬렉션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패션사에 한 획을 그은 쇼다. 안타깝게도 마크 제이콥스는 페리 엘리스에서 해고되었지만 말이다(그는 시대를 너무 앞서갔다). 그해 12월 스티븐 마이젤은 나오미 캠벨, 크리스틴 맥메너미와 함께 ‘그런지 & 글로리’ 화보를 촬영했다. 그리고 조나단 포네만(Jonathan Poneman)이 쓴 화보 문구는 다음과 같다.

“깔끔 떨던 과거는 버려라! 이건 통보가 아니다. 대충 입은 옷차림으로 파티를 즐기자는 일종의 초대장이다! 세기말이 가까워졌고, 탐욕도 시들해졌다. 귀족적이고 화려한 것에 대한 사람들의 반란으로 시작된 이 현상은 이제 스스로를 위해 ‘역겨운’ 것을 추구하는 패션 혁명으로 변모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레이스 코딩턴의 손길로 탄생한 화보에서 모델들은 랄프 로렌, 안나 수이, 캘빈 클라인의 슬립 드레스에 소매가 잘린 체크 셔츠를 입고 있다. 비니와 밴드 티셔츠, 레이어드 스타일링도 등장했다.

이듬해인 1993년 1월호 <보그>에 실린 마크 제이콥스 쇼 리뷰 기사에서 수지 멘키스는 “나는 마크 제이콥스에게 그의 페리 엘리스 쇼(크로셰 조끼, 옹브레 시폰 튜닉과 파자마에 걸친 플로피 코트)에 대해 자신만의 기조가 확실한 히피족을 보는 것 같았다고 평했다. 그러자 그는 ‘저는 레이블을 좋아하지 않아요. 요즘 옷 입는 방식이 그래요. 그냥 이곳에 오는 소녀들의 스타일인 거죠’라고 말했다. 이보다 더 그런지한 대답이 있을까?”라는 감상평을 남겼다.

미니멀리즘의 전성기: 간소해진 패션

“바우하우스가 끝없이 추구한 건 순수한 형태였다. 질 샌더부터 캘빈 클라인까지, 오늘날의 미니멀리스트 하우스도 같은 목표로 나아간다. 이제 미니멀리즘은 새로운 패션 트렌드다.” 1996년 6월호 <보그> 기사(모델 스텔라 테넌트, 포토그래퍼 스티븐 마이젤)는 이렇게 시작한다.

패션은 어느 때보다 간결해졌다. 캘빈 클라인, 헬무트 랭, 프라다 등의 디자이너들은 1980년대 패션의 극단적인 화려함과 과장된 실루엣과는 거리가 많이 멀었다. 1990년대 미니멀리스트들이 좇던 가장 중요한 가치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패션이었다. 솔기 하나 없는 슬립 드레스, 직선적인 버튼업 셔츠, 블랙과 화이트, 네이비로 구성된 컬러웨이. 패턴과 장식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패션의 손길이 아예 닿지 않은 듯 ‘순결’에 가까운 룩이었다.

Prada S/S 1995 RTW. Getty Images

Calvin Klein F/W 1997 RTW. Getty Images

패션 판타지: 디자이너, 향수와 방랑벽에 열광하다

Y2K가 다가오면서 패션계는 향수에 젖기 시작했다. 디자이너들은 1880년대의 소매 디자인, 1930년대의 바이어스컷, 1950년대의 꾸뛰르 장인 정신에서 영감을 얻었다. 다양한 시대적 요소와 전 세계의 전통 의상을 포함한 문화적 모티브를 끌어왔다.

이 스타일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는 1986년 자신의 레이블을 론칭한 존 갈리아노였다. 1995년까지 지방시에서 일했던 그는 1997년 디올로 옮긴 후에야 비로소 패션 판타지에 날개를 달았다.

한편 1992년 자신의 레이블을 론칭한 알렉산더 맥퀸은 패션사와 자연사를 접목한 감각적인 여성복을 선보였다. 1990년 올 화이트 컬렉션으로 찬사를 받은 리파트 오즈벡은 웨스턴 헤드 드레스를 레퍼런스 삼아 판타지 패션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빅토리아 스타일의 모든 것을 기념한 비비안 웨스트우드, 프린트와 패턴을 노련하게 결합한 드리스 반 노튼, 장 폴 고티에의 1994 S/S ‘레 타투아주(Les Tatouages)’ 컬렉션도 마찬가지였다.

Dior S/S 1998 RTW. Getty Images

Jean Paul Gaultier S/S 1994 RTW. Kim Weston Arnold

디지털 시대: 패션, 사이버를 만나다

인터넷과 디지털의 등장은 패션에 제법 유쾌한 영향을 미쳤다. 마이크로 모달 원단이 도입된 운동복, 실리콘 코팅 섬유 등 기술적인 부분도 발전했지만, 진짜 재미는 바로 ‘월드와이드 웹’이라는 개념에 있었다. 1994년 3월호 <보그>는 “다가오는 밀레니엄 시대를 기다리며 디자이너들은 첨단 기술과 원시적인 요소가 뒤섞인 사이버 스타일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미래지향적이었다. 티에리 뮈글러는 1995 F/W 컬렉션에서 섹시한 사이보그 로봇 컬렉션을 선보였다. 리파트 오즈벡은 부족 스타일의 비즈를 매단 계산기 목걸이로 궁극의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연출했다. 후세인 샬라얀은 다양한 컬렉션을 통해 이 미학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질 샌더는 우주 시대 2.0이 연상되는 알루미늄 포일 덮개 같은 드레스를 만들기도 했다.

영화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밀라 요보비치는 영화 <제5원소>(1997)에서 장 폴 고티에 의상을 입었고, 영화 <매트릭스>(1999)는 사이버 시대의 패션을 극적으로 표현했다.

Thierry Mugler F/W 1995 RTW. Getty Images

리파트 오즈벡 S/S 1995 레디 투 웨어 컬렉션에서, 헬레나 크리스텐슨. Getty Images

힙합 여전사들의 등장

1991년 TLC와 함께 신선하고 새로운 스타일이 등장했다. TLC는 톰보이 같은 매력을 뽐내며 1980년대 힙합 스타일을 이어갔다. 밝은 네온 컬러와 파라슈트 팬츠, 오버사이즈 데님 등 모두 당시 남성 래퍼에게서 영감을 받은 룩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스타일도 성숙해졌다. 스포츠 브라와 카고 팬츠, 몸에 착 달라붙는 레오타드 등 몸매를 드러내는 옷을 입기 시작한 것이다.

1996년 알리야는 타미 힐피거의 타미진스 광고 캠페인에서 튜브 톱, 타미 힐피거 로고가 보이는 언더웨어, 컬러풀한 배기 팬츠를 입고 등장했다. 1998년에는 데스티니스 차일드가 트렌드를 선도하기 시작했다. 1997년에는 키모라 리 시몬스(Kimora Lee Simmons)가 론칭한 베이비 팻(Baby Phat)이 힙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제10회 소울 트레인 뮤직 어워즈에 참석한 TLC(1996). Jim Smeal/Getty Images

런던에서, 데스티니스 차일드(1999). Michael Crabtree-PA Images/Getty Images

패션 비즈니스 호황기: 레이블과 라이선스

디자이너가 자신의 이름을 라이선싱하는 것이 아주 새로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1990년대에는 라이선스와 세컨드 레이블이 정말이지 넘쳐났다. 랄프 로렌 퍼플 라벨, 폴로 라벨, 로렌 바이 랄프 로렌,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와 침구, 향수, DKNY 바이 도나 카란,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엠포리오 아르마니, 돌체앤가바나의 D&G, 베르사체의 베르수스, 아틀리에 베르사체까지. 수많은 세컨드 레이블로 가득했던 시절이다.

반면 몇몇 패션 하우스는 패션 디자이너를 새롭게 영입했다. 하우스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명성도 이어갈 수 있는 아주 영리한 방법이었다. 2000년 톰 포드가 구찌에 입성하면서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1998년 마크 제이콥스는 루이 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었고, 1988년 론칭한 미우치아 프라다의 레디 투 웨어 컬렉션은 프라다의 새 시대를 열었다.

#1990년대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 프라다, 돌체앤가바나, 리파트 오즈벡, 페리 엘리스의 마크 제이콥스, 안나 수이, 로메오 질리(Romeo Gigli), 알렉산더 맥퀸, 캘빈 클라인, 펜디, 후세인 샬라얀, 구찌의 톰 포드, 마르탱 마르지엘라, 드리스 반 노튼, 앤 드멀미스터, 비비안 웨스트우드, 꼼데가르송의 레이 가와쿠보, 요지 야마모토, 도나 카란, 존 갈리아노, 샤넬의 칼 라거펠트, 이브 생 로랑, 티에리 뮈글러, 크리스찬 라크로와, 장 폴 고티에, 랄프 로렌, 빌 블라스(Bill Blass), 스티븐 버로우즈(Stephen Burrows), 오스카 드 라 렌타, 앤 클라인, 소니아 리키엘, 미쏘니, 끌로에, 겐조, 이세이 미야케, 조르지오 아르마니, 발렌티노, 벳시 존슨(Betsey Johnson), 잔드라 로즈(Zandra Rhodes), 밥 맥키(Bob Mackie), 헬무트 랭, 줄리앙 맥도날드(Julien MacDonald), 리처드 타일러(Richard Tyler), 아이작 미즈라히(Isaac Mizrahi), 마이클 코어스, 크리스찬 프랜시스 로스(Christian Francis Roth), 모스키노 그리고 알라이아.

#1990년대 남성 트렌드

1990년대는 남성복이 역사상 가장 극적으로 캐주얼한 시대였다. 물론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여전히 ‘테일러링의 왕’으로 통했지만 말이다. 많은 남성이 여유롭고 편한 복장을 입고 싶어 했다. ‘캐주얼 프라이데이’는 직장 문화로 자리 잡았고, 갭 같은 브랜드는 남성에게 울 팬츠 대신 치노 팬츠를 제안했다.

힙합 스타일에 마음을 뺏긴 남성들은 주로 배기 진과 배기 레이어드 티셔츠를 입었다. 반면 빈티지 밴드 티셔츠, 단추를 풀어 헤친 체크 셔츠, 찢어진 청바지 등으로 그런지 패션을 추구하는 이들도 있었다. 머리끝만 금발로 염색하거나 메탈릭 고글을 쓰는 등 액세서리도 원 없이 활용했다.

존 F. 케네디 주니어(1998). Getty Images

MTV 시상식에서, 커트 코베인(1992). Getty Images

#1990년대 문화적 배경

전설적인 시트콤 <프렌즈>가 처음 방영을 시작한 1994년, 제니퍼 애니스톤은 단숨에 스타일 아이콘이 되었다. 남성들은 시트콤 <더 프레시 프린스 오브 벨 에어>(1990) 속 윌 스미스가 입은 다소 엉뚱한 패션에서 영감을 얻곤 했다. 영화 <클루리스>(1995)는 패션 클래식으로 등극했으며 당시 젊은 세대가 알라이아의 아름다움에 대해 알게 됐다. 엔 싱크, 백스트리트 보이즈, 스파이스 걸스, 데스티니스 차일드 등 여러 보이 그룹과 걸 그룹이 세상을 장악했다.

기술은 일상의 일부가 됐다. 1996년 모토로라는 최초의 플립 폰을 출시했다. 1998년 9월에는 구글이 설립됐다. 1993년에는 빌 클린턴이 미국 대통령이 되었고, 1998년에는 탄핵안이 가결되었다. 1995년에는 O.J. 심슨이 니콜 브라운 심슨과 로널드 골드만을 살해한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1997년에는 다이애나 비가 파리에서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비극이 발생했다.

‘레이첼 그린’ 역할을 맡았던 제니퍼 애니스톤(1994). Getty Images

파리에서, 스파이스 걸스(1996). Getty Images

#패션사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