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홀스타인이 꼽은 최고의 패션쇼
누구나 좋아하는 패션쇼가 있습니다. <보그> 사무실에선 늘 패션쇼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의상과 무대, 특별한 퍼포먼스 또는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진 패션쇼는 가장 재미있는 엔터테인먼트이기 때문이죠. 최근에 각자가 생각하는 가장 잊을 수 없는 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질문에 가장 잘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패션 디자이너’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시즌마다 8분 정도(톰 브라운의 경우 45분) 길이의 쇼를 선보이기 위해 의상부터 컨셉까지 직접 만들어내는 사람들 말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패션쇼’와 ‘최고로 꼽은 다른 디자이너의 쇼’는 어떤 것인지 두 가지 간단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찻잎 점을 보기 위해 컵 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그들의 대답은 놀라움과 기쁨을 선사하며 ‘아, 이건 정말 말이 된다’는 생각이 들게 할 것입니다. 알렉산더 맥퀸, 헬무트 랭 등 이 목록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디자이너가 몇 있긴 하지만, 특정 컬렉션이 두 번 이상 언급된 디자이너는 세 명에 불과합니다. 마크 제이콥스를 시작으로 사바토 데 사르노, 시몬 로샤, 피터 뮐리에, 안나 수이, 이자벨 마랑, 톰 브라운 등 현재 활약하고 있는 이 시대 디자이너들이 말하는 패션쇼를 만나보세요.
캐서린 홀스타인
당신이 참여한 컬렉션 중 가장 기억나는 쇼는 어떤 쇼인가요?
2024 F/W 쇼라고 말하고 싶군요. 건축가이자 세트 디자이너인 제 남편 그리핀 프레이즌(Griffin Frazen)과의 협업이 정말 즐거웠거든요. 남편 덕분에 더 잘할 수 있었던 쇼고요.
다른 디자이너의 쇼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쇼를 꼽는다면요?
두 개의 쇼가 바로 떠오르는데요. 첫 번째는 존 갈리아노의 1994 F/W 쇼예요. 어둡고, 감성적이고, 복잡하고, 음울한 동시에 아주 단순했어요. 비율과 커팅은 완전히 새로웠지만 묘하게 향수를 자극했습니다. 일본과 이탈리아 스타일이 조금씩 뒤섞여 있었죠. 물론 보드빌(버라이어티 쇼 형태의 연극 장르)도 있었고요. 한마디로, 연극적이었습니다. 이런 쇼는 제가 쇼를 더 사랑하고, 패션에 완전히 취하게 만들어요. 모든 형태의 필사적인 노력이 다 가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요. 존 갈리아노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게 된 건, 그가 힘들었던 시기에 이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가 더욱 놀랍고 천재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죠.
또 다른 하나는 알렉산더 맥퀸의 2001 S/S 쇼예요. 개념은 복잡하고 불편했지만 쇼는 기가 막히게 절묘하고 아름다웠죠. 어둠과 극장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 마주한 아름다움! 유리가 산산조각 나는 그 모습은 여전히 믿어지지 않아요. 요즘은 시도할 수 없는 쇼죠. 정말 용감했어요. 이런 쇼는 디자이너에 대해 어느 때보다 제대로 알게 해줘요. 그들은 말하지 않고 보여주거든요. 마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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