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 드레싱의 부상! ‘반민초단’도 좋아할 올해의 컬러

피스타치오색은 이미 한 차례 유행을 탔고, 그 전에는 토마토색이 있었습니다. 한동안 ‘버터 옐로’ 열풍이 이어지기도 했죠. 헤일리 비버가 ‘레몬티니’를 언급하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음식에서 영감받은 색이 트렌디해진 적이 꽤 자주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음은 어떤 음식의 색이 패션계에서 주목받을까요?
답은 아주 상쾌합니다. 치약을 연상시키는 민트색이 그 주인공이거든요. 치약 같은 색의 옷을 입는 것, 즉 ‘치약 드레싱(Toothpaste Dressing)’이 급부상하고 있죠.
“마치 인어가 된 기분이에요!” 2026년 오스카 시상식을 앞두고 전야제 행사장을 찾은 배우 사라 피전이 한 말입니다. 그녀는 샤넬 시퀸 슬립 드레스를 입고 있었죠. 드라마 <러브 스토리: 존 F. 케네디 주니어 & 캐롤린 베셋>으로 초청받은 그녀는 마티유 블라지가 샤넬 2026 공방 컬렉션에서 선보인 이 민트색 의상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이 색감을 보세요. 치약 같죠? 엄청나게 시크한 치약이요!” 민트색 드레스를 입은 사람은 피전뿐만이 아닙니다. 같은 시기 뉴욕을 찾은 두아 리파 역시 꽃무늬가 들어간 로베르토 카발리의 민트색 드레스에 같은 색의 부츠를 매치한 스타일링을 선보였어요.

민트빛을 띠는 연두색부터 청록색에 가까운 색상 톤은 사실 꽤 오래전부터 부상할 준비를 해왔습니다. 2025 봄/여름 런웨이에서 파스텔 톤 민트빛 초록색이 기존 블러시한 핑크색을 대체하며 대표적인 파스텔 컬러로 떠올랐거든요. 얇게 비치는 레이어링과 부드러운 톤온톤 스타일링이 특징이었습니다.
당시 펜디는 가볍고 흐르는 느낌의 오간자 드레스를 내놨고, 샤넬은 식물원을 연상시키는 그랑 팔레의 초록빛 배경 위 민트 톤 트위드 수트와 투명한 소재의 케이프를 선보였습니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에스토니아 디자이너 요한나 파르브(Johanna Parv)는 기능적이고 스포티한 실루엣에 민트 톤 연두색을 얹어 실용성과 아름다움의 균형을 잡았죠.
그해 가을에도 민트 톤의 인기는 계속됐습니다. 묵직하면서도 화려한 가을/겨울 시즌의 색상 팔레트에 균열을 낼 정도였죠. 지방시와 스텔라 맥카트니는 민트색을 구조적인 실루엣에 적용하고, 어두운 회색 테일러링과 매치해 한층 가벼운 느낌의 겨울 룩을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2026년, 민트빛의 범위는 더욱 넓어졌습니다. 청록색을 띠는 옥색(Jade Green), 그리고 노란색에 가까운 초록색인 이끼색(Moss Green)과 만나 ‘오가닉 그린’이라는 더 큰 흐름으로 확장됐죠. 차가운 느낌을 주는 푸른 톤 역시 여기에 합세했습니다. 시몬 로샤의 2026 봄/여름 컬렉션에는 꽃과 진주 장식을 더한 연푸른색 시폰 드레스가 등장했고, 디올은 구조적인 버블 드레스에 이 색을 적용해 한층 더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강조했습니다. 부드러운 색감은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여성성’을 실험할 수 있는 도화지가 되어주었죠.

Chanel 2026 S/S RTW

Chanel 2026 S/S RTW
진정으로 ‘치약 드레싱’에서 영감받아 재해석한 건 단연 샤넬이었습니다. 앞코에 민트색으로 포인트를 준 펌프스, 양치 거품 같은 톤의 가방, 크로셰 스커트, 벨트, 부클레 드레스, 트위드 재킷까지 민트색이 런웨이 전반으로 확장됐죠. 빨간색, 분홍색, 금색, 회색 사이 민트색은 유독 신선하고 유쾌하게 다가왔습니다.
마티유 블라지의 첫 샤넬 컬렉션은 실제 매장 판매에서도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는데, 민트색은 그 인기를 견인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블라지 덕분에 산뜻한 민트색이 다시 돌아와서 정말 기뻐요.” 작가 앨리스 베츠(Alice Betts)의 말입니다. “현재 제 위시 리스트 1위는 민트빛 샤넬 스몰 쇼핑백이에요. 꼭 필요한 순간 기분을 환기해주는, 비타민 같은 아이템이에요. 장난스럽고 상쾌한 느낌의 컬러 포인트가 되어주죠.”
패션 하우스뿐만 아니라 독립 디자이너 역시 민트 트렌드를 빠르게 흡수하는 중입니다. 언더웨어 브랜드 ‘프루티 부티(Fruity Booty)’ 창립자 해티 테넌트(Hattie Tennant)의 말에서 이를 알 수 있어요. “저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재즈는 색에 완전히 집착하는 스타일이에요. 특정 색깔과 ‘연애’한다고 농담할 정도죠. 작년 이맘때부터 그는 민트색에 푹 빠졌어요.”
프루티 부티는 2025 가을/겨울 시즌부터 민트색에 도전했습니다. “디자인 사이클 때문에 시간이 걸렸지만, 덕분에 딱 필요한 타이밍에 민트색 아이템이 출시됐어요. 겨울에는 톤이 자연스럽게 다운되는데, 민트색은 전체적인 무드를 확 살려주는 역할을 하죠.” 테넌트는 바다빛 민트색 브라를 뉴트럴한 시스루 톱 안에 살짝 보이게 스타일링하거나, 연푸른색 란제리를 레이스 톱과 레이어드하는 방식을 추천했습니다. “회색 니트 아래 살짝 보이는 민트색 브라 끈을 생각해보세요. 정말 신선하고 ‘프루티’한 느낌을 주잖아요?”
민트색은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고, 과하게 ‘소녀’스럽지 않으면서 동시에 여성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정말 독보적인 색이죠. 물론 스타일링이 쉽지는 않습니다. 잘못하면 병원 유니폼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요. “연한 푸른색이나 초록색은 다소 까다로워요. 까딱하면 의료복 느낌을 주거든요.”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브룩 캘러핸(Brooke Callahan)의 말입니다. 그녀는 영국 브랜드 하이(Hai)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며, 소재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바로 실크를 쓴 거예요.

Fidan Novruzova 2026 F/W

Paloma Wool 2026 F/W
“실크 덕분에 훨씬 고급스럽게 접근할 수 있었어요. 푸른색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요. 손을 대보고 싶거나, 그 안에 들어가 수영하고 싶은 느낌을 주죠.” 캘러핸의 말대로, 콜라보레이션을 위해 가장 먼저 채택한 색 역시 민트빛을 띠는 ‘헤이즈 블루(Haze Blue)’였습니다. “신선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줘, 이번 콜라보레이션에 정말 잘 맞았어요.” 하이의 디자이너 테사 버멀렌의 말입니다.
디자이너 루실라 사프디(Lucila Safdie) 역시 민트색의 매력을 강조했습니다. “모든 피부 톤에 잘 어울리고, 부담 없이 재미를 더해주는 색이죠.” 그녀는 ‘잇 걸’들이 사랑하는 아이템인 헤어밴드에 민트색을 적용했습니다. 또 이 색을 써서 우울하면서도 몽환적인 소녀 감성을 담은 컬렉션을 완성했죠. 연노란색과 라즈베리색, 보라색 마이크로 쇼츠, 바디수트, 폴로셔츠에 민트색을 덧대는 방식이었습니다. 민트색은 음울한 무드에 한 줄기 가벼움과 유머를 더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팔로마 울은 2026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절제된 실루엣과 대비되는 아이러니한 포인트로 민트색을 활용했죠.

Fruity Booty

Lucila Safdie
어떤 디자이너에게 민트색은 ‘대담함’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파리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피단 노브루조바(Fidan Novruzova)는 아르데코 시대의 폴란드 화가 타마라 드 렘피카(Tamara de Lempicka)의 강렬한 색상 팔레트에서 영감받아 2026 가을/겨울 컬렉션을 완성했습니다. 구조적인 셔츠와 하이브리드 스포츠웨어를 통해 ‘현대적인 여성성’이 어떤 모습일지 탐구한 거예요. 베이지색 스커트와 그녀의 시그니처인 투박한 부츠가 함께한 룩에 롱 라펠이 달린 민트색 셔츠를 매치했죠. 길게 늘어져 숄처럼 보이는 폴로 드레스와 안감이 민트색인 볼레로를 선보이기도 했고요. 빨간색, 캐러멜 갈색, 코발트색과 함께 민트색은 노브루조바가 그려내는 가장 자신감 넘치는 여성의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렘피카의 작품 덕분에 이번 시즌 컬렉션에서 대담한 색을 사용해볼 수 있었어요. 그녀의 ‘자화상’이 출발점이었죠.” 노브루조바의 말입니다.
한동안 유행했던 클린 걸(Clean Girl) 미학은 이제 서서히 힘을 잃는 분위기입니다. 로맨스와 위트가 다시 패션으로 돌아오고 있으니까요. 전체를 민트로 입든, 작은 포인트로 활용하든, ‘치약 드레싱’은 우리 모두가 다시 ‘스토리가 있는 패션’을 원한다는 신호일 겁니다.
처음에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패션 하우스부터 독립 디자이너까지 런웨이에서 보여줬듯 생각보다 훨씬 활용도가 높은 색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뉴트럴 룩에 생기를 더해주기도 하고, 강렬한 컬러를 더 밀어주는 역할도 하니까요. 상쾌하고 과감하게 도전해보세요. ‘반민초단’이라도 상관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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