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허밍하지 않는다 #2 저스틴 비버
‘올 테면 와라’ 파도 풀에 서 있는 듯한 심정입니다. 스포티파이는 AI 음악과 인간 음악을 구별하기 위해 인증 제도를 시작했습니다. 스트리밍 플랫폼 디저(Deezer)와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Ipsos) 공동 조사에서는 97%가 AI 음악과 인간 음악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고요. 깊은 바다에 던져진 정도의 위기감은 아니지만, 금방 다가올 파도 때문에 심장이 뛰긴 합니다.

AI가 뚝딱 작곡하는 시대, 이제 ‘인간 음악’이라는 구분이 불가피합니다. 지금도 AI는 격차를 좁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AI 노래는 ‘얼마나 인간 같은가’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습니다. 인간도 AI가 음악을 만드는 걸 피할 수 없고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는 마음으로 인간 음악이 AI 음악과 다른 이유를 짚어봅니다. <보그 코리아>의 웹 시리즈 ’AI Never Hums(AI는 허밍하지 않는다)’는 ‘라이브(Live)’, 즉 살아 있음의 증거를 수집하고자 합니다. 매회 연습과 리허설, 즉흥적인 합주와 무대 위 해프닝을 조명합니다. 이번 주인공은 2026년 코첼라 헤드라이너 저스틴 비버입니다.
멋진 아이디어는 심플하다
“기타 음 나갔었네(Guitar was ut of tune).”
코첼라 마지막 주, 무대가 끝나갈 무렵에 저스틴 비버는 농담을 던지며 2008년에 업로드한 자신의 홈비디오를 틉니다. 방에서 기타 치며 노래한 저스틴 팀버레이크 ‘Cry me a River’ 커버 영상이죠. 어린 자신을 무대로 데려온 비버는 듀엣을 시작합니다. 두 목소리가 포개질 때, 관객들은 한 인간의 역사를 직관합니다.

비버는 영상을 검색하면서 그 여정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You know’, ‘Umm’, ‘Like’ 같은 말버릇이 섞인 편안한 어투였죠. “난 그냥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어. 정말 그게 다였지. 어쩌다 보니 일이 이렇게 저렇게 이어졌고, 보다시피 우리가 지금 여기 있네. 정말 거친 여정이었어. 감정적으로도 격동적인 여정이었지(I just was a kid who liked to sing. That was it, that was all it was. And, one thing turned to another, turned to another. And here we are. But, it’s been a wild journey. It’s been an emotional journey).”
그리고 ‘어쨌든’이라는 말로 그 모든 여정을 정리합니다. “어쨌든 난 저스틴 팀버레이크나 다른 수많은 멋진 음악을 들으며 자랐어. 이건 정말 어제 일처럼 생생하네(But anyways, I grew up listening to Justin Timberlake and so many other beautiful talents. I remember this like it was yesterday).”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화답합니다. “긴 여정이었다는 것 알아. 순탄하지 않은 길이었다는 것도. 난 네가 자랑스러워. 너도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길(I know this has been a long road. And I know it’s not always a smooth ride. I’m proud of you – and you should be proud of you too).”

저스틴 비버는 헤드라이너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간결한 무대를 보여줬습니다. 거대한 소파처럼 생긴 회색 바닥, 마이크 스탠드, 그리고 랩톱 한 대 올려놓은 책걸상 정도였죠. 댄서도, 밴드도 없었습니다. 비버는 랩톱으로 유튜브를 켜고, 직접 영상을 검색합니다. ‘Baby’, ‘Favorite Girl’, ‘Beauty and a Beat’ 등 발매한 지 10년이 훌쩍 지난 노래의 영상을 틀고,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노래했습니다.
일부 여론은 비버가 2023년 자신의 음악 카탈로그를 약 2억 달러에 매각했다는 이유로 ‘저작권 우회 전략’이 아니냐고 추측했습니다. 하지만 업계는 라이브 공연의 경우 공연권 단체의 포괄 라이선스로 처리되기 때문에 무관하다고 반박했죠. 비버의 유튜브 연출은 법적 꼼수가 아니라, 무대 메시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세월은 온몸으로 겪어야 하는 것
오래 활동한 가수, 혹은 긴 공백기를 깨고 돌아온 가수를 볼 때 다가오는 감정이 있습니다. 세월이라는 개념을 몸소 배웠기 때문이죠. 2009년 ‘One Time’으로 데뷔한 후 약 17년 동안 저스틴 비버는 늘 화제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전 세계적인 ’비버 피버(Bieber Fever)’가 불러온 과도한 관심은 때로 독이 되었고, 각종 구설수와 약물 문제, 번아웃으로 이어졌습니다. 설상가상으로 2022년 6월 안면 마비를 동반한 람세이 헌트 증후군 진단을 받았고, 2023년에는 투어를 강행했지만 결국 6회 만에 월드 투어를 전면 취소하며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거친 폭풍우를 통과해야 했습니다.

2009년, MTV 뮤직비디오 어워드에 참석한 열다섯 살 비버. Getty Images

@lilbieber
이 시간을 뚫고 비버를 다시 무대로 이끈 원동력은 가족이었습니다. 오랜 친구 사이였던 헤일리 비버와 2018년 약혼한 후 2019년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2024년 8월에는 아들 잭 블루스 비버(Jack Blues Bieber)를 품에 안았죠.
음악에도 변화가 이어집니다. 2025년 약 4년의 공백 끝에 발표한 <SWAG>와 <SWAG II>. 아이슬란드 플로키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SWAG>는 휴대폰 메모장에 녹음한 듯한 사운드와 슬릭한 R&B가 한 앨범에 섞여 있습니다. <SWAG II>는 그 내밀함을 유지하되 팝 쪽으로 한 발 더 내디딘 속편입니다. 두 앨범 모두 인디 R&B 신의 디종(Dijon)과 맥기(Mk.gee)가 함께했습니다. 비버가 맥기의 음악을 듣고 연락했고, 맥기는 “당시 비버는 뭔가를 찾고 있었다”고 회상했죠. 찾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앨범이 말해줍니다. 롤링스톤스는 “비버 인생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폭넓은 음악(The most creative and wide-ranging music of his life)”이라고 수식했고, 피치포크는 비버를 “팝의 최연소 원로(Pop’s youngest elder statesman)”라고 평했죠.
AI는 슬럼프를 겪지 않습니다. 병으로 무대를 취소하지도 않죠. 그래서 AI는 그 모든 것을 통과하고도 여전히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감각을 얻을 수 없습니다.

다들 자신만의 오아시스를 가꾸길
코첼라가 열리는 캘리포니아 인디오 사막은 거칠고 황량하며, 뜨거운 바람이 몰아치는 곳입니다. 그 사막은 비버가 지난 17년간 걸어온 여정과도 닮았습니다. 비버는 그곳에서 어린 자신과 관객을 마주했습니다.
사실 AI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지, 감정을 느낄 수 있는지 분석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팬들과 부대끼며 노래하는 비버, 헤일리에게 향하는 비버, 사막의 열기가 가신 뒤 잭을 안고 낚시를 즐기는 비버가 실존하는데 말입니다. 오아시스를 목말라하는 건 언제나 인간이었습니다. 멋진 아이디어가 심플하듯, 오아시스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겁니다.

@lilbieber

@lilbieber

저스틴 비버 라이브 영상 더 보기

AI는 허밍하지 않는다
보그 뮤직
최신기사
추천기사
-
엔터테인먼트
장희빈이 현대로 타임 슬립 한다면? '멋진 신세계'
2026.05.15by 이숙명
-
아트
가족에 관한 초단편소설_서장원 '버섯 일지'
2026.05.08by 김나랑
-
웰니스
천천히 늙고 싶다면? 간단히 챙겨 먹는 항산화 푸드 10
2026.05.22by 송가혜, Alessandra Signorelli
-
뷰티 트렌드
디올 뷰티와 함께한 남주혁의 겟 레디 모먼트
2026.05.11by 최보경
-
아트
가족에 관한 초단편소설_김홍 '가족력'
2026.05.08by 김나랑
-
뷰 포인트
원작자가 말하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이후의 삶
2026.05.22by 김현유, Lauren Weisberger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