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패션이 같은 꿈을 꿀 때
예술과 패션이 만들어낸 거대한 숲.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중심인 광장이 펼쳐진다. 반복적으로 울려 퍼지는 사운드가 공간을 감싸며 전시의 시작이 동화 속 장면처럼 느껴진다. 대체 어떤 상황인 걸까. 골든구스(Golden Goose)가 ‘드리머’라 부르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장인 정신과 문화 예술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공간이다. 이곳은 골든구스가 브랜드의 발원지 베니스에서 선보인 참여형 전시로 마르게라 지역에 위치한 하우스(Haus)에서 열렸다. 하우스라는 이름처럼 이곳은 전시장이기보다 창작자와 관람객이 함께 머무는 플랫폼에 가깝다.
이번 프로젝트는 동화책처럼 전개되는 구조를 지닌다. 관람객은 그 안을 이동하며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스며들었다. 동선은 단순하지만 경험은 단계적으로 확장됐다. 먼저 아카데미 공간에서는 나만의 나무를 고르고 색을 입힌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행위 자체가 전시의 일부가 되는 순간이다. 이후 직접 채색한 미니어처 나무를 숲 모형 위에 놓으면 그것이 스크린 속 장면으로 확장되면서 다른 사람들의 작업과 함께 하나의 풍경을 완성해갔다. 관람객과 창작자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점. 이후 감각적인 미디어 터널을 지나 마지막 공간에 도달하면 앞서 손에 쥐고 있던 작은 나무는 어느새 거대한 숲이 된다. 미니어처로 시작된 이야기가 점차 장대한 규모로 확장되며, 끊임없이 변모하는 공간이 살아 있는 풍경처럼 느껴졌다.
골든구스는 오랫동안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단순한 생산이 아니라 하나의 공예 행위로 다뤄왔다. 모든 요소가 이탈리아 장인들의 손을 거쳐 완성된다는 점 역시 전시의 완성도를 높인다. 완벽하게 정제된 결과물이 아니라, 손의 흔적이 남아 있는 디테일이 오히려 더 생동감 있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하우스는 이러한 철학을 물리적인 공간으로 확장한 곳이나 다름없다. 이곳에서 운영되는 아카데미는 미래의 장인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과 감각을 동시에 전수한다. 흥미로운 점은 전통 공예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 디제잉이나 스피치처럼 현대적인 표현 방식까지 함께 다루며, 장인 정신의 범주를 계속 넓혀간다. 기술을 지키는 동시에 새로운 방식으로 변형하는 과정이 이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셈이다.
어릴 적 읽던 동화책 속 장면을 상상하며 그 안으로 들어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다. 하우스에서의 경험은 그 막연한 이미지를 조금 더 현실에 가깝게 만들었다. 정해진 결말이나 역할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안에서 스스로 이야기를 완성해간다는 점에서 충분히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골든구스가 ‘쓰는’ 동화는 패션과 예술이 만나는 또 하나의 방식을 보여주었다. VK
- 패션 에디터
- 박기호
- SPONSORED BY
- GOLDEN GO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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