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조할머니의 혼수품에서 볼 법한 ‘호박바지’가 돌아왔다
알라딘 바지의 여름 버전입니다.

가장 사랑스러운 패션계 인사들이 열광하는 알라딘 바지, 하렘 팬츠가 벨라 하디드의 마음을 사로잡은 모양입니다. 이번 시즌 가장 코케트한 아이템이자, 로맨틱 무드 물씬 풍기는 ‘블루머(Bloomers)’를 입고 등장했죠. 마치 오래된 혼수함에서 꺼낸 듯한 비주얼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길거리보다는 빅토리아 시대의 속옷에 더욱 가까운 아이템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팬츠는 이번 시즌 가장 갈망하는 피스로 돌아왔고, 벨라 하디드가 그 트렌드의 정점을 확실하게 증명해 보였죠.
벨라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프랑스 리비에라(Riviera)에서 찍은 사진을 여러 장 공유했습니다. 그중 유독 흥미로운 한 가지 룩이 전 세계 <보그> 에디터의 레이더에 포착되었죠. 무릎 부문을 리본으로 묶은 흰색 시스루 팬츠였습니다. 이번 시즌의 정신인 ‘로맨틱하면서도 무심하며 약간은 극적인 무드’를 완벽하게 압축한 사진이었죠. 하지만 이는 우리가 흔히 보는 평범한 하렘 팬츠가 아닙니다. 가벼운 시스루 소재, 그리고 빈티지한 디테일이 어우러진, 과거 여성들이 드레스 안에 입던 호박바지 형태의 속바지인 블루머에 가까운 벌룬 형태였죠. 19세기 블루머는 풍성한 스커트와 긴 드레스 안에 입는 기능적이고 은밀한 옷이었는데요. 우리로 치자면 고쟁이를 치마 없이 입은 거죠.

현대 패션은 과거에 숨겨야만 했던 것을 수면 위로 끌어올립니다. 이는 현실이 너무 경직되거나 팍팍해질 때마다 패션계가 주기적으로 구출해내는 로맨틱한 여성성을 연상시킵니다.
감각적인 인사이더들은 이미 이 아이템에 집착하기 시작했죠. 누군가는 지중해 무드의 비키니 위에 셔츠를 오픈해 입고 또 누군가는 새틴 발레리나 슈즈나 톱, 혹은 오버사이즈 남성 재킷과 매치해 극적인 대비감을 연출합니다. 2026년의 블루머는 더 이상 순진무구한 옷이 아니라, 의도를 가진 스타일리시한 제스처로 읽힙니다.
벨라 하디드는 리비에라의 요트 위에서 맨발로, 비치는 화이트 소재 옷을 입은 채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영화에서 방금 걸어 나온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이번 시즌 패션계가 확실히 포착한 동력이 있다면, 그것은 ‘완벽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여름 속에 멈춰 있는 듯한 환상’을 주는 것이죠. 블루머가 바로 그 환상을 이뤄줄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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