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스토리 5’, 스스로 고백하는 픽사의 위기

2026.06.22

‘토이 스토리 5’, 스스로 고백하는 픽사의 위기

영화 ‘토이 스토리 5’ 스틸 컷

장난감은 아이들 옆에 있어야 한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가 5편까지 제작되면서 지켜온 설정은 이것 하나뿐이다. 아이들 옆에 있어야 하는데, 떠나야 하는 상황이 야기될 때 장난감들은 공포를 느낀다. 1편의 우디는 새 장난감 버즈 라이트이어에 의해 위협받았고, 2편의 우디는 장난감 수집광에게 끌려갔다. 3편에서 장난감들을 떨게 만든 건 어느새 어른이 된 아이였다. <토이 스토리 3>는 아이들도 언젠가는 어른이 된다는 걸 깨닫는 장난감들을 통해 ‘성장’은 이별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주제를 그렸다. 그런데 4편이 나왔다. 이 시리즈를 사랑했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이미 완벽하게 끝낸 시리즈의 속편을 굳이 만든 것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그래도 픽사는 픽사였다. 4편은 ‘아이들은 종종 장난감을 잃어버린다’는 주제로 장난감들에게 새로운 운명을 부여했다. 이제 더 이상의 이야기는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7년 후 픽사는 <토이 스토리 5>를 만들었다. 이번에도 장난감들은 창고에 처박힐 위기에 놓인다.

영화 ‘토이 스토리 5’ 스틸 컷
영화 ‘토이 스토리 5’ 스틸 컷

장난감들을 다시 두려움에 떨게 만든 존재는 전자 기기다. 개구리의 얼굴을 가진 이 기기의 이름은 ‘릴리패드’다. 흔히 이야기하듯 ‘요즘 애들은 다 하나씩 갖고 있는’ 이 기기는 게임, 메신저, 위치 찾기, 검색 등의 기능을 갖고 있다. 아이는 부모가 선물한 이 패드에 흠뻑 빠져버린다. 장난감들을 이끌어온 보안관 제시는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없다. 이런 전자 기기가 어떻게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인지. 그런데 릴리패드는 게임을 하면서 다른 아이들과 친구를 맺고 메시지도 주고받을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다. <토이 스토리 5>는 수많은 아이들이 각자의 방에서 패드를 갖고 노는 모습을 팬데믹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묘사한다. 요즘 시대에 장난감을 갖고 노는 아이는 없다. 받아들이기 싫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영화 ‘토이 스토리 5’ 스틸 컷

<토이 스토리 5>를 보는 동안,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볼까 궁금했다. 이미 패드를 쥐고 사는 아이들이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게 진짜 놀이라는 메시지에 공감할까. 지겹게 들어온 어른들의 잔소리로 여기진 않을까. 사실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발로 뛰는 제시부터가 ‘어른’이다. <토이 스토리>의 세계관에서 제시는 1950년대 TV 인형극에서 파생된 장난감이니, 나이로 치면 70대 중반이다. 여러 아이와 친구로 지냈고 그만큼 자주 버려졌던 제시에게, 기기에 점령당한 아이들의 모습은 ‘말세’에 가깝다. 물론 영화는 시리즈의 성격대로 장난감과 전자 기기가 협력해 아이를 행복하게 해준다는 결론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이 결론은 이렇게 끝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나온 결론처럼 보인다. 세상이 바뀐 걸 직시해야 한다면, 이 장난감들도 지난 30년 사이 ‘꼰대’가 되었다는 사실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영화 ‘토이 스토리 5’ 스틸 컷

<토이 스토리 5>는 역대 시리즈 중 1995년의 1편과 가장 닮았다. 섬유로 만든 우디는 매끈한 크롬 보디의 버즈에게 위기의식과 질투를 느꼈지만, 끝내 한 팀이 되었다. 당시 평론가들은 이 관계를 ‘애니메이션 기술의 세대교체’에 대한 은유로 읽었다. 세계 최초의 장편 CG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가 제시한 미래는 디즈니로 대표되던 손 그림 애니메이션 장인을 위협했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전자 기기의 위협’이라는 소재 또한 픽사가 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CG 애니메이션은 이제 형식으로는 쇼츠에 밀리고, 기술로는 AI에 대체될 처지다. 장난감 서사의 창조자이자 CG 애니메이션의 미래를 연 주인공으로서, 픽사는 ‘전자 기기의 위협’이라는 서사에 그렇게 자신의 자리를 겹쳐놓는다. 여기까지 온 이상, 더 이상의 <토이 스토리>는 없을지도 모른다. 장난감에 공포를 안겨줄 또 다른 미래는 무엇일까?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미래가 도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또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면 그때는 꼰대가 아니라 ‘화석’으로 남을 것이다.

강병진

강병진

대중문화 저널리스트

영화 저널리스트입니다. <씨네21>에서 영화 전문 기자, <허프포스트코리아>에서 뉴스 에디터, OTT 플랫폼 왓챠에서는 콘텐츠 마케팅을 담당했습니다. ‘이상한 장면’이란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입니다. 어쩌다 보니 20년 가까이 영화를 비롯해 대중문화에 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더보기
사진
영화 ‘토이 스토리 5’ 스틸 컷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