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공항

공항이 한 끼 식사를 두고 치열한 ‘칼싸움’을 시작했다. 이제 공항엔 차갑고 눅눅한 샌드위치 대신 미슐랭 스리 스타셰프가 조리한 라임과 캐비아를 얹은 송아지구이가 있다. 기다림의 지루함과 배고픔의 짜증을 미식으로 달래주는 맛있는 공항.

IMG_0480-1 copy

 

생존을 위한 약간의 끼니 보충 장소로 전락하던 공항이 다시 특별한 미식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공항의 미식은 대기 시간을 채워주는 중요한 요소이고, 세계 유수의 공항은 허브 공항으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푸드 코트를 재정비하고 스타 셰프를 모셔오고 있다. 여행이 더욱 즐거워지는 공항별 미식 기행.
미식 공항의 대표주자, 런던 히드로 공항
런던이 미식의 공항으로 떠오른 건 영국 요식계의 거물 고든 램지 덕분이다. 2008년 그는 가스를 사용할 수도 없고, 식기 사용마저 제한된 공항이라는 공간에 자신의 첫 번째 파인다이닝을 열었다. 목표로 한 건 “기름기 적게, 헤비 소스 금지”였고, 탑승객들을 위해 내놓은 25분짜리 코스 요리는 성공을 거뒀다. 또 기내식 대신 먹을 수 있는 테이크아웃 도시락 박스 ‘Plane Picnic’을 선보이며 공항 레스토랑의 신세계를 열었다.

히드로 공항의 또 한 명의 미슐랭 스타 셰프는 헤스턴 블루멘탈이다. 퍼펙셔니스트 카페(The Perfectionists’ Cafe)에서는 말 그대로 ‘완벽한’ 피시앤칩스, 스테이크, 로스트 치킨, 질소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 오픈 당시 평론가들은 공항에 아무 볼일이 없더라도 가족들 손을 잡고 다시 오고 싶은 레스토랑이라고 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서 즐기는 만찬
파리 샤를드골 공항은 최근 미슐랭 스리 스타에 빛나는 기 마르탱 셰프의 레스토랑 ‘아이 러브 파리’를 오픈하면서 복잡한 공항이라는 이미지에 변신을 꾀하고자 했다. 스튜 포토푀, 블랑켓 드보 등 고전적인 프랑스 요리를 현대적으로 풀어냄은 물론 캐비아 시저 샐러드, 채식 햄버거 등 글로벌한 메뉴를 선보여 말 그대로 파리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접시를 내놓는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인디아 마다비가 파리의 팔레 루아얄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실내는 마치 마레 지구 한복판 파인다이닝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공항 맛집
1. 홍콩 공항
줄을 서야 하는 맛집 ‘크리스탈 제이드’를 비롯한 검증된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다.
2. 싱가포르 창이 공항
스타 셰프 에릭 네오의 ‘아주르 오픈 키친’을 비롯 ‘킴 추’ ‘프리마 테이스트 키친’ 등 싱가포르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레스토랑이 가득하다.

3. 런던 히드로 공항
‘퍼펙셔니스트 카페’를 비롯한 미슐랭 별로 장식한 스타급 셰프들의 레스토랑을 만날 수 있다.

4. 독일 슈투트가르트 공항의 탑 에어, 스페인 바르셀로나 엘 프랏 공항의 포르타 게이그
미슐랭 스타를 받은 셰프가 공항에 연 레스토랑이 아닌, 그 자체로 미슐랭 스타를 받은 공항 미식의 성지로, 공항의 인지도를 높여왔다.

알랭 드 보통은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은 적은 없지만 비행기가 늦어지기를 갈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고백한 바 있다. 그가 말한 건 공항에서 펼쳐지는 상실과 욕망 같은 감성 때문이었지만, 이를 빼더라도 공항은 ‘먹기 위해’ 일부러 찾아가고 싶은 장소가 됐다. 떠남이 주는 흥분과 특별한 한 끼가 기대되는 곳. 공항에는 맛있는 설렘이 가득하다.

*이 콘텐츠는 2015년 10월호 기사를 재구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