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키워드, 어워드 – 공연 편

2015년을 여덟 개 분야의 키워드로 분석했다. SNS를 달군 화제의 인물들과 올 한 해 문화·예술계 사건 사고에 대한 백과사전식 총정리. 그리고 객관적 자료와 주관적 잣대로 선정한 〈보그〉 어워드!

artconcert

한국 뮤지컬 기념의 해

조승우는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먼저 <헤드윅>의 10주년 기념 공연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어졌고,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의 10주년 기념 공연이 뒤를 이었다. 11월부터는 <베르테르>의 15주년 공연이 진행 중이다. 창작 뮤지컬의 획을 그은 <빨래>와 <오! 당신이 잠든 사이>도 올해로 딱 10주년이다. 국내에 뮤지컬이라는 공연 장르가 뿌리를 내린 지 딱 그만큼의 시간이 지난 셈이다.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 잡지 <더 뮤지컬> 역시 15주년을 맞아 대규모 콘서트를 열었다. 한 해 공연되는 대형 뮤지컬이 10편도 안 되던 시절과는 비교도 안 되는 요즘이다. 조승우를 비롯, 김준수, 홍광호 등 뮤지컬계의 초특급 스타들이 탄생했고, 뮤지컬의 한류 바람도 거세다. 우리에게 무대라는 멋진 꿈을 선물해준 모든 뮤지컬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클래식 거장들의 내한

조성진이라는 클래식계의 슈퍼스타가 탄생한 2015년! 클래식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유명 연주자와 지휘자들의 내한 공연도 잇따랐다. 장한나의 스승으로 유명한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가 그의 딸 피아니스트 릴리 마이스키와 함께 한국을 찾았고, ‘건반 위의 구도자’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드레스덴 필하모닉과 협연했다. 클라리넷의 여제 자비네 마이어의 한국 첫 실내악 연주, 바로크 음악의 대가이자 손꼽히는 쳄발로 연주자인 안드레아스 슈타이어의 첫 내한도 이어졌다. 12월에는 요즘 세계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 중 한 명이라는 에스토니아 출신의 지휘자 파보 예르비가 도이치 캄머 필하모닉을 이끌고 내한해 김선욱의 협연으로 슈만의 교향곡 4번과 피아노 협주곡을 들려준다.

광주 아시아예술극장 개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이 드디어 개관했다. 3주간의 임시 개관 기간 동안 아피찻퐁 위라세타쿤과 차이밍량의 연극 <열병의 방>, <당나라 승려>를 비롯, 아시아 지역 작가들의 연극과 영상, 무용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5·18 민주화운동의 현장인 옛 전남도청사 건물을 고스란히 살린 지하 예술 도시 컨셉의 건축물은 제법 그럴듯한 모양새다. 서울역과 광주 송정역을 1시간 30분 만에 논스톱으로 잇는 KTX와 예술극장까지 지하로 바로 연결되는 도시철도도 놀랍도록 편리하다. 그러나 콘텐츠를 비롯한 그 밖의 많은 부분은 아직 어수선한 모습이다. 2002년 시작된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사업은 지난 10여 년간 수차례 이익집단의 이견에 부딪히며 난항을 겪었다. 세 차례나 예술감독이 바뀌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뛰어난 아시아 작가들의 공연 예술 작품을 가까운 거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건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그들이 말하는 ‘동시대 문화예술의 창조와 교류를 위한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출발! 무대 위의 드림팀

핏빛 폭력이 익숙한 영화감독 김지운이 가족 무용극에 도전한다는 소식은 뜻밖이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로 국립현대무용단의 창단 5주년 기념작의 연출을 맡은 그는 음악감독 정재일과 안무가 안애순, 그리고 패션 디자이너 임선옥을 끌어들였다. 안애순과 임선옥은 미술가 최정화와 함께 또 다른 현대무용극 <불쌍>을 같이 작업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어어부 프로젝트’의 멤버이자 <암살> <도둑들>로 유명한 음악감독 장영규 역시 무용 연출 데뷔작 <완월>을 무대에 올렸다. 클래식 발레와 현대무용이 바흐의 ‘푸가’와 만나 몽환적인 합일을 이뤘다. 안무를 맡은 두댄스시어터의 정영두 대표와 장영규는 몇 해 전 일민미술관에서 열린 <탁월한 협업자들>전에서 조우한 바 있다.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협업이 진행됐다. 연출가 이지나, 음악감독 정재일, 그리고 이용우가 안무가로 만나 <클럽 살로메>라는 독특한 실험극을 선보인 것. 무용수는 이용우가 심사위원을 맡았던 <댄싱9>의 화제의 주인공 최수진이었다. 각 분야 고수들의 협업이 공연 예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Vogue Awards Stage★

올해의 노익장 73세의 록 스타 폴 맥카트니. 거센 빗줄기에도 4만5,000명의 관객들은 뜨거운 함성을 보냈고, 3시간 가까이 이어진 공연에서 그는 무려 37곡을 소화했다. 전설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아름다운 은퇴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강수진의 고별 무대. 발레리나로서의 마지막 춤을 위해 그녀가 선택한 작품은 존 프랑코 <오네긴>이었다. 내년 7월 독일에서 예정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공연을 끝으로 30년 발레리나 인생을 마감한다.

최고의 콤비 뮤지컬 <데스노트>의 라이토 홍광호와 엘 김준수.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영원한 단짝 조동키(조승우)와 정상훈 산초. 하지만 이들보다 강력한 케미를 발휘한 건 배우 황정민과 뮤지컬 제작자 김미혜 부부. 1999년 뮤지컬 <캣츠>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5년간 공들인 끝에 뮤지컬 <오케피>를 초연한다.

고마운 뚝심 두산연강 예술상을 수상한 ‘판소리만들기 자’의 예술감독 이자람. ‘내 이름 예솔아’의 꼬마 소녀가 어느새 이만큼 컸다. 주요섭의 단편 소설을 엮어 만든 <판소리단편선1_추물/살인>으로 51회 동아연극상 3개 부문을 수상한 데 이어, <판소리단편선2_이방인의 노래>에선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단편을 원작으로 21세기 판소리의 새 지평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