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t of Island

Beauty

Scent of Island

2018-02-26T11:02:17+00:00 2018.02.26|

푸른 바다와 야자수, 향신료를 넣은 알싸한 음식. 이국적인 섬 여행을 사랑하지 않는 여자가 있을까? 열대 섬의 분위기를 담은 새 향수 ‘히비스커스 팜’을 알리기 위해 에어린이〈보그〉를 멕시코 툴룸 해변으로 초대했다

에어린 로더(Aerin Lauder)의 인스타그램을 본 적 있다면, 그녀의 취향을 단번에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햄튼 별장의 우아한 침실, 작약와 은식기로 꾸민 식탁, 찰랑대는 실크 드레스, 핑크 벨벳 보석함… 어릴 때부터 예쁜 것만 보고 자란 맨해튼 파크 애비뉴 출신 여자의 지극히 고급스럽고 낭만적인 취향은 자기 이름을 건 향수 레이블 ‘에어린’을 통해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동안 그라스 지방의 장미나 지베르니의 수련 같은 섬세한 꽃 향을 주로 선보인 에어린이 이번엔 이국적 열대 섬에서 향기를 찾았다. 새 향수 ‘히비스커스 팜’을 공개할 장소로 낙점된 멕시코의 툴룸은 눈부신 카리브해와 야자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휴양지로 그녀가 사랑하는 여행지 중 한 곳이다.

히비스커스 팜 론칭 이벤트가 열린 호텔 에센시아는 이탈리아 공작 부인의 개인 별장을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 제작자가 호텔로 개조한 곳. 세련된 뉴요커들이 주말 휴가를 보내기 위해 즐겨 찾는 호텔로 작년엔 디자이너 제이슨 우가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보그 코리아>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초대된 에디터와 인플루언서들은 카리브해가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공간에서 이틀간 에어린이 마련한 여러 프로그램을 체험하기로 했다. 여정의 시작은 샤워 룸에 마련된 히비스커스 꽃잎으로 가득 채운 커다란 욕조. 서울-멕시코 간 24시간의 비행으로 쌓인 여독은 히비스커스 향과 함께 말끔히 씻겨나갔다.

이튿날 아침, 모닝 요가와 명상을 한 뒤 아침 식사 테이블에서 에어린과 가벼운 첫인사를 나눴다. “이번 여행에 <보그 코리아>가 함께해줘서 정말 기뻐요. 멕시코는 처음인가요?” 내가 두 번째라고 대답하자 그녀는 멕시코 툴룸을 히비스커스 팜 론칭 장소로 고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멕시코는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룬 멋진 곳이에요. 아름다운 해변, 연중 따사로운 햇빛, 향기로운 꽃 그리고 맛있는 음식까지! 히비스커스 팜 향수를 공개하기에 더없이 완벽한 장소죠.” 에어린은 호텔에 마련한 히비스커스 팜 팝업 스토어에 들러보라고 귀띔했다. 에어린의 팜 비치 별장처럼 아늑하게 꾸민 공간에 들어서자 새 향수와 보디 크림, 롤러볼 등 히비스커스 팜 컬렉션 전체가 진열돼 있었다. 향수의 첫 느낌은 해변에서 낮잠 잘 때의 기분이 떠오르는 달콤한 향. 시향을 마친 뒤 잠시 팝업 스토어를 둘러보는 사이 그 달콤함은 싱그러운 해변과 눈부신 햇살, 야생화 같은 열대의 향기로 서서히 변해갔다.

다음 날 아침 인터뷰를 위해 다시 만난 에어린은 멕시칸 프린트의 아름다운 카프탄 드레스 차림으로 이국적인 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열대 섬은 늘 신비롭고 이국적인 매력으로 사람을 유혹하지요. 저 역시 빛나는 하늘 아래 맑은 해변과 야생화가 무성한 섬으로 여행을 떠날 때마다 무척 설렙니다. 히비스커스 팜은 섬의 이런 매력을 모두 담은 향수예요. 열대 섬의 온화한 햇살과 싱그러운 바다 내음이 동시에 느껴지지 않나요?” 재료 선택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에어린이 열대 향을 담기 위해 어떤 꽃을 선택했는지 묻자 역시 꽃향기 전문가다운 대답이 이어졌다. “톱 노트엔 에어린만의 특별한 히비스커스 팜과 연꽃 향을 가미하고, 진저 에센스와 일랑일랑 오일로 여성스러운 잔향을 극대화했어요. 미들 노트에는 티아라 앱솔루트, 프랜지파니와 멜라티 플라워, 튜베로즈 앱솔루트를 블렌딩해 신비롭고 이국적인 향을 완성했습니다.” 달콤하게 시작하면서도 상쾌하고 부드러운 잔향을 남기는 건 이런 블렌딩의 효과였다.

향기로운 여정의 마지막 저녁, 에어린은 히비스커스꽃을 활용한 멋진 디너 파티를 준비했다. 해변에 놓인 커다란 식탁은 촛불과 야생화, 조개껍데기로 장식했다. 게스트 개개인의 이름과 히비스커스 꽃잎을 그려 넣은 멕시코 전통 접시엔 히비스커스 이파리로 감싼 생선 요리와 꽃잎을 넣은 디저트가 올라왔다. 나를 포함해 식사에 초대된 사람들은 아름다운 테이블 세팅을 제대로 캡처하기 위해 여러 번 스마트폰 카메라 셔터를 눌러야 했다. 내 옆자리에 앉은 글로벌 홍보 담당자는 익숙한 풍경이라는 듯 웃으며 속삭였다. “에어린은 맨해튼에서 가장 아름다운 디너 테이블을 준비하기로 유명해요. 그녀는 정말이지 파티의 여왕이죠.” 공기 중에 히비스커스 향이 짙게 밴 열대 섬에서의 디너는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아니었다.

다시 24간의 비행 후 춥고 분주한 서울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날의 황홀했던 저녁 시간을 떠올리고 싶을 때면 나는 히비스커스 팜 향수를 뿌리는 것으로 만족한다. 작은 유리병을 한 번 펌핑하는 것만으로 이국적인 섬의 분위기를 소환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이런 제스처야말로 진정한 ‘소확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