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PLACE VENDME

Fashion

26 PLACE VENDME

2019-03-14T21:17:33+00:00 2019.03.13|

전 세계 최고의 보석상이 모인 방돔 광장. 이곳에 맨 처음 자리 잡은 보석상이 재단장을 기념하며〈보그〉를 초대했다.

방돔 광장의 부쉐론 매장 2층에서는 광장의 전경과 함께 그 유명한 나폴레옹의 아우스터리츠 승전 기념탑이 한눈에 들어온다. 매장은 광장 코너에 자리한 덕분에 채광이 훌륭하고, 파리의 햇살을 머금은 주얼리는 한결 화려해 보인다. 파리 시내에서 방돔 광장이 가장 잘 보이는 명당을 어떻게 부쉐론 부티크가 차지했을까?

창립자 프레데릭 부쉐론이 1893년 방돔 광장에 최초로 매장을 오픈한 보석상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보석상은 페 거리에 자리 잡고 있었으니, 프레데릭이 방돔 광장에 독특한 인테리어를 가미한 매장을 오픈한 것은 그야말로 혁신이었다. 그 후 지금까지 부쉐론이 지키고 있는 방돔 광장 코너의 시작, 26번지의 오텔 드 노세는 1717년에 지어진 건축물로 1930년에 역사 기념물로 지정된 의미 있는 장소다. 크로자 남작과 라 투르 도베르뉴 등 프랑스의 저명한 가문이 이곳에 살았고, 19세기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던 카스틸리오네 백작 부인의 일생 역시 이 아파트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그 당시 유럽 사교계의 패셔니스타였던 카스틸리오네 백작 부인은 모든 남자들의 흠모의 대상이었다.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보석을 사다 바치는 일이 허다했고, 그녀의 집 건물 1층에 있는 부쉐론은 백작 부인이 가장 사랑하는 보석 브랜드 중 하나였다. 이런 부쉐론 부티크의 재단장은 역사적 공간에 새겨진 재미있는 이야기와 옛 영광을 되살리려는 의미에서 시작됐다.

재단장은 역사 기념물의 수석 건축가로, 루브르 박물관 복원을 책임졌던 마이클 구탈이 진두지휘했다. 그는 이번 작업을 위해 프랑스 예술과 건축 분야에서 특출한 전문성을 지닌 장인들을 불러 모았고, 인테리어 디자인은 유럽 전역에서 가장 주목받는 피에르 이브 로숑에게 맡겼다. “오텔 드 노세는 부쉐론의 집과 같은 공간인 만큼 방문하는 이들 모두 그런 편안함을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이 역사적 공간을 현대적인 주택처럼 변모시키려는 발상에서 시작했고, 각 룸은 모던한 디자인과 빈티지풍 악센트, 예술품으로 꾸몄습니다. 덕분에 일반 주얼리 매장과 전혀 다르게 보일 겁니다.”

1층부터 3층까지 천천히 둘러보고 있자니, 피에르 이브 로숑의 말처럼 보석 매장이라기보다 호화로운 아파트처럼 느껴졌다. 1층부터 3층까지 천장 일부를 뜯어내고 위아래를 뻥 뚫리게 만든 윈터 가든은 아파트 응접실처럼 러그와 열대식물로 꾸몄다. 특히 2층은 실제 아파트처럼 거실, 욕실, 침실, 서재 등으로 꾸몄고, 고객이 원할 때 모임을 갖거나 술을 마시거나 하룻밤 묵을 수 있다(이 아름다운 아파트 공간은 리츠 호텔의 완벽한 관리 아래 유지된다). 세일즈 테이블은 고객이 보다 안락함을 느낄 수 있도록 원형으로 교체했고, 직원들은 이제 유니폼 대신 세련된 의상을 자유롭게 입는 등 소프트웨어적 변화도 더했다.

가장 차별화된 특징은 건축물 내부의 페인팅과 샹들리에는 물론, 사람의 움직임까지도 바깥에서 보이도록 디자인한 것이다. 하이 주얼리 매장에 들어가 편하게 보석을 구경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여자들의 심리를 배려했다(모든 방문객들이 환영받는 공간임을 인식시키려는 시도다). 피에르 이브 로숑의 말처럼 ‘부티크 그 이상, 우리 집과 같은 공간’이 몇 개월에 걸친 공사 끝에 공개된 1월 21일 저녁, 이곳에서는 레아 세이두, 공리, 우마 서먼, 부쉐론을 소유한 케어링 그룹의 피노와 셀마 헤이엑 부부 등이 참석한 오붓한 만찬이 열렸다.

이 공간을 눈부시게 완성한 것은 역시 창의적인 주얼리다. 2011년 합류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은 부쉐론에 동시대적 감각을 주입시키는 젊은 여자다. “제가 처음 부쉐론에 입사했을 때, 오랜 역사를 지닌 이 메종의 자유로운 DNA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하우스면서도 창조적인 테마, 자유로운 디자인과 착용 방법을 추구하는 브랜드 정체성 덕분에 더 창조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죠.” 클레어는 이런 창의적인 디자인이 세대를 거쳐 전해지도록 영속성을 주입하는 것이 하이 주얼러의 가장 큰 과제라고 덧붙였다. “부쉐론의 주얼리 피스는 현대적인 스타일을 갖춘 동시에 5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스타일을 간직하고 있죠.”

부케 델르 퀘스천마크 네크리스.

현대성과 창의성, 동시에 변치 않는 우아함을 지닌 부쉐론의 상징적인 컬렉션은 ‘퀘스천마크 네크리스’ 시리즈다. 하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주얼리 착용이 어렵던 19세기 여성들이 혼자 주얼리를 할 수 있도록 잠금장치를 없앤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처음 선보인 이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혁신의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거의 200년 전 디자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퀘스천마크 목걸이는 팬지, 아이비, 플륌 드 펑 등으로 끊임없이 재창조되고 있다. 1968년 론칭한 부쉐론의 아이코닉한 컬렉션 ‘쎄뻥 보헴’은 2017년부터 기존 다이아몬드 세팅에서 벗어나 컬러풀한 유색석으로 재탄생했는데, 이는 여러 컬러 스톤을 믹스 매치해 나만의 스타일을 연출하는 요즘 여성들의 감각을 반영한 것으로 젊고 세련된 고객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19년 부쉐론이 선보이는 새로운 컬렉션은 ‘잭 드 부쉐론’이다. 그래픽적인 기하학 모티브를 둥근 체인과 결합하는 단순한 형태로 체인과 모티브가 자석으로 연결돼 믹스 매치가 무궁무진한 혁신적 컬렉션이다. 예를 들면 기나긴 잭 네크리스는 여러 번 감으면 초커나 벨트로 연출되고 다른 잭 제품과 자석으로 연결이 가능해 길이나 용도를 룩에 따라 바꿀 수 있는 멀티 웨어 개념을 장착한 최첨단 주얼리다. 이번 방돔 26번가의 리오프닝을 기념하기 위해 클레어 슈완이 발표한 새로운 컬렉션은 ‘방돔 브레이슬릿’ 시리즈다. 파리 광장을 연상시키는 에메랄드 컷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으로 1에서 26까지 고유의 숫자를 새긴 리미티드 에디션 26개로 제작해, 오직 이곳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오는 3월에는 파리 방돔 플래그십 리오프닝에서 영감을 얻어 부쉐론 역사상 최초로 한국이 주최하는 특별한 이벤트가 서울에서 열린다. 파리 리오프닝 파티와 동일한 ‘Home Sweet Home’ 컨셉으로 부쉐론의 럭셔리한 프라이빗 맨션을 찾은 듯한 친밀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파티와 갈라 디너가 이루어질 거라고 부쉐론 하우스는 귀띔한다(이 기사의 시작을 장식한 퀘스천마크 네크리스는 물론, 새로 론칭한 잭 드 부쉐론 컬렉션을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 세계에서 가장 유서 깊은 보석상이 시대를 관통하는 영속성을 자유로움과 창의성에서 발견한다는 것은 현대를 사는 우리 여성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다. 비싼 보석이지만 착용법은 여성들의 자유로운 선택에 달려 있다는 프레데릭 부쉐론의 160년 전 철학은 2019년에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