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빚에서 벗어나
라스베이거스 하면 카지노를 떠올리는 당신에게. 이 인공 낙원은 건강한 미식과 아주 특별한 요가,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변신 중이다.
사막 한가운데서 요가를 했다. 햇빛을 받아 붉게 타오르는 사막 ‘불의 계곡(Valley of Fire)’의 수평선이 보인다. 사바사나를 하자 1억5000만 년 전에 생성된 암석의 기운이 온몸에 스미는 듯하다. 프리미엄 헬리콥터 투어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매버릭은 불의 계곡에서 요가 강사와 수련하는 ‘헬리 요가’를 선보인다.(maverickhelicopter.com) 불의 계곡은 네바다주의 가장 오래되고 규모 면에서도 최고인 주립 공원으로 라스베이거스 도심에서 헬리콥터로 30분 정도 이동한다. 총 2시간 30분의 헬리 요가는 불의 계곡 관광과 75분의 요가 수업으로 구성된다. 우리의 강사는 일반 명상 음악이 아닌, 그루브한 팝을 준비했다. “요즘 미국의 요가 트렌드죠.” 그는 헬리 요가뿐 아니라 관련 페스티벌마다 초청되는 스타 강사이기도 하다(그는 팬 서비스로 절벽 끝에서 물구나무서기 동작인 시르사사나 시범을 보여주었다). 수업 후, 헬리콥터 파일럿이 샴페인을 따라준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헬리 요가처럼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이전까지 라스베이거스 하면 영화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에서 카메론 디아즈와 애시튼 커처가 만취해 결혼식을 올리고, 카지노에서 일확천금의 꿈을 이루던 이미지만 떠올렸다. 여전히 화려한 카지노와 쇼걸들이 즐비하고 웨스트 라이프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무대에 오르는 곳이지만, 이번에는 라스베이거스의 다른 매력에 빠져버렸다.
다음 날엔 돌고래 요가를 했다. 미라지 호텔의 지그프리드 앤 로이 시크릿 가든(Siegfried & Roy’s Secret Garden)에선 돌고래를 바라보며 요가를 할 수 있다. 요가 수련장은 작은 수족관 같다. 창 너머로 돌고래 가족이 장난치며 놀고 있다. 그들의 유연한 놀림을 보자니 안 되던 동작도 되는 기분이다. 늦어도 수업 15분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하며, 라커, 요가 매트, 타월, 건강 스무디를 제공한다.
주말 아침에는 그룹 피트니스 트레이닝을 받았다. 코스모폴리탄 호텔 15층에 위치한 피트니스센터는 라운지 공간, 러닝 머신, 프리 웨이트, 복싱 스튜디오, 테니스 코트와 그룹 강습을 갖추고 있다. 매일 아침 전문 트레이너에게 집중 관리를 받을 수 있는 ‘Sweat 60’ 수업이 있는데, 한국이나 라스베이거스나 트레이너가 혹독하긴 마찬가지다. 그만큼 엔도르핀이 발산되는 아침을 경험할 수 있다. 트레이너는 농담으로 옛날 라스베이거스 호텔의 조식장은 텅 비었다고 했다. “다들 불타는 밤을 보냈기 때문이죠. 하지만 건강과 활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짐도, 라스베이거스의 아침도 이젠 생기가 넘쳐요.”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적인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1998년부터 시작된 로큰롤 마라톤(Rock ‘n’ Roll Marathon)은 북미 대륙의 42개 도시에서 진행되는 세계 최대 규모다. 그중 로큰롤 마라톤 라스베이거스는 도심 한가운데 차도를 막고 야간에 진행되어 야경이 끝내준다. 건물 불빛은 미러볼이 되고, 코스 중간마다 디제이들이 디제잉과 록 스피릿을 발산한다.(runrocknroll.com/las-vegas) 마라톤 대회는 많이 나가봤지만 이처럼 큰 소리로 음악을 트는 곳은 없었다. 주민과 행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의 소리만 허락됐다. 하지만 이곳은 도심 전체가 마라톤을 클러빙처럼 만들었다. 4만여 명의 참가자도 축제처럼 즐겼다. 야광 튀튀를 입은 할머니들, 할로윈 코스프레를 한 젊은이들, 유모차를 끌고 함께 달리는 가족들, 디제이를 만날 때마다 그 앞에서 춤춘 나처럼 각자의 방식대로 즐겼다. 마라톤이 끝나면 광장에서 록 공연이 펼쳐져 사람들은 맥주를 들고 마지막 여흥을 소비했다. 다음 날엔 뭉친 근육을 풀고자 스파에 갔다. 원 앤 앙코르 라스베이거스의 스파는 <포브스>의 여행 가이드에서 만점을 받은 곳이다.(wynnlasvegas.com/amenities/spas) 오리엔탈풍 실내에 풍기는 고급스러운 향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곳. 스파가 끝나면 채광 좋은 뜨거운 욕조에서 몸을 풀 수 있다.
누군가는 라스베이거스에 골프 여행을 오기도 한다. 사막에서의 골프라니 생경하지만, 타이거 우즈, 빌 클린턴, 마이클 조던도 단골이다. 도시 근교에만 60개 이상의 골프장이 있고, 연평균 320일이 화창하고 평균 강수량이 13cm 미만이라 날씨 걱정이 없다. 조지 밀러와 치치 로드리게스가 디자인한 라스베이거스 최초의 27홀 퍼블릭 코스인 배드랜드 골프 클럽(Badlands Golf Club)과 사막으로 둘러싸인 경관의 JW 메리어트 PGA 투어를 주관하는 TPC 라스베이거스(TPC Las Vegas)를 추천한다.
내 숙소는 카지노가 없는 ‘Non-Casino’ 호텔 중 하나인 브다라였다. 라스베이거스는 호텔의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원하는 스타일을 선택하면 된다. 도시 전체가 15만 개 이상의 객실을 보유한다. 무엇보다 미국의 타 도시보다 숙박비가 저렴하다.
이 호텔들에 자리한 레스토랑에 가보는 것도 주요 일과다. 거의 매달 새로운 레스토랑이 문을 연다. 미슐랭 3스타에 빛나는 MGM 그랜드 호텔의 조엘 로부숑(Joël Robuchon), <헬스키친>으로 유명한 고든 램지의 펍 앤 그릴(Pub & Grill) 등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
첫날, 장 조지 스테이크하우스(Jean Georges Steakhouse)에서 살구나무, 배나무, 남미산 나무 장작으로 땐 그릴에 구운 스테이크를 먹는 순간부터 미식 여행이 시작됐다. 이곳은 미슐랭 3스타 셰프인 장 조지의 레스토랑이다. 레스토랑 몇 군데를 더 추천하자면, 코스모폴리탄 호텔의 레스토랑 컬렉션 중 하나인 에스티아토리오 밀로스(Estiatorio Milos)에선 지중해식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주중 런치 코스를 이용해보길. 레스토랑 라고(Lago)에서는 라스베이거스의 명물인 음악 분수 쇼를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다. 스타 셰프 줄리안 세라노가 주방을 맡고 있는 스페인식 이탤리언 레스토랑으로 일요일 이탤리언 브런치로 유명하다. 아리아 호텔에 위치한 헤링본(Herringbone)은 캘리포니아 바닷가에서 잡은 해산물을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이지만, 주말에는 다양한 미국 남서부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위켄드 브런치가 있다. 2017년에 문을 연 기대주 치카(Chica)에서는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를 중심으로 한 남미 음식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의 세비체는 매일 먹고 싶을 정도. 라스베이거스의 레스토랑에도 역시나 채식과 건강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벨라지오 호텔에 있는 하베스트(Harvest by Roy Ellamar)는 팜투테이블(Farm-to-Table)을 컨셉으로 건강한 요리를 선보인다. 셰프가 직접 테이블을 돌며 썰어준 신선한 도미가 아직도 입안에서 생생하다.
흔히 라스베이거스를 엔터테인먼트의 도시라 한다. 부제를 붙인다면 미식과 활력을 경험하는 도시라 하고 싶다. 삼시 세끼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한 번이라도 더 찾고 싶은 무수한 레스토랑, 새로운 스타일의 요가와 세련된 피트니스와 스파를 경험할 수 있는 도시니까. 이 도시의 매력은 입국 때부터 느껴진다. 여느 대도시보다 입국 심사가 빠르다. 2012년 라스베이거스 매캐런 국제공항은 5만3,000평 규모에 14개 게이트를 갖춘 제3청사를 완공했다. 세관 및 여권 심사대를 대대적으로 확장했다. 내 앞의 한 남성은 취중이라 의심될 만큼 스탠드업 코미디 수준으로 ‘활발하게’ 입국 심사를 통과했다. 다른 도시 같으면 밀실로 끌려갔을지도 모른다. 라스베이거스는 당신이 누구든 이곳에서만큼은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기만 바란다.
- 에디터
- 김나랑
- 스폰서
-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한국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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