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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여신들

2021.07.06

by 김나랑

    물의 여신들

    물에서 삶과 문화를 개간했고, 물을 겁내지 않았다. 물의 여자들을 만났다.

    김효빈

    아티스틱 스위밍 선수 김효빈.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에서 2017년 명칭을 변경한 아티스틱 스위밍은 기술, 안무, 음악, 표현력이 어우러지는 예술 스포츠다. 화이트 오간자 드레스와 리본 참이 달린 진주 귀고리는 미우미우(Miu Miu).

    시스루 프릴 드레스와 진주 귀고리는 미우미우(Miu Miu).

    LOCATION L7 홍대 루프톱 수영장

    나는 물속에서 예술가가 되고 싶은 아티스틱 스위밍 선수.

    아티스틱 스위밍과의 첫 만남 부모님께서 물을 두려워하지 말라며 일곱 살 때부터 수영을 가르치셨다. 물에 있는 시간은 좋았지만 매일 같은 레인을 반복해 움직이는 수영에 흥미를 잃어갔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우연히 아티스틱 스위밍을 하는 언니들을 봤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듯 움직이는 모습이 지상에서 추는 춤보다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취미로 시작해 점점 빠져들다 보니 선수가 됐다.

    아티스틱 스위밍의 매력 고난도 기술과 예술성을 함께 보여준다. 물에서 아름다워지기 위해 그만큼 노력이 필요하다.

    매일의 훈련 수업을 마치면 수영장으로 가서 1시간 동안 지상 훈련(필라테스, 스트레칭 등)을 하고, 800m 수영으로 몸을 푼 뒤, 기술 훈련에 들어간다. 매일 3~4시간 물속에 있다 보니 손발이 트고 붇지만 괜찮다. 당연한 거니까.

    아티스틱 스위밍에서 중요한 것 음악에 맞춰 같은 박자에 같은 동작을 해야 하기에 파트너 혹은 동료와의 완벽한 호흡이다.

    혼성 듀엣의 매력 올해 국제수영연맹(FINA) 아티스틱 스위밍 월드 시리즈 1차 대회 혼성 듀엣 종목에서 은메달을 받았다. 생각지 못한 기록이라 놀랐다. 2015년 신설된 혼성 듀엣은 남녀가 힘 있게 연기해야 한다. 개인적으론 하이라이트(한 명이 파트너를 높이 띄우는 기술)가 높아져 재미있다.

    대회 직전 몹시 떨리지만 “연습 때처럼만 하자, 즐기자”라고 되뇐다.

    연마 중인 기술 바라쿠다(Barracuda, 물속에서 물위로 하체가 순간적으로 빠르고 높게 나오는 동작)를 더욱 높이 띄우기. 몸을 거꾸로 한 채 수면에서 무릎이 나온 상태로 스핀 세 바퀴 돌기.

    아티스틱 스위밍에서 아끼는 물건 부모님께서 직접 만들어주신 대회 수영복. 작품마다 어울리는 수영복을 제작해야 한다. 코치님, 부모님, 내가 함께 디자인을 상의하고, 엄마가 장식을 일일이 손바느질로 꿰매 보통 3주에 걸쳐 완성한다. 늘 감사하다.

    언젠가는 세계선수권대회 같은 큰 대회에도 꾸준히 출전하고, 수중 모델도 꿈꾼다. 물속의 나는 더 신비롭고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이다.

    최지원

    바로크 문양이 연상되는 브라 톱과 하의, 허리에 묶은 드레스는 에트로(Etro), 실버 레이어드 목걸이는 무차차모나(Muchacha Mona).

    브라 톱은 에트로(Etro), 목걸이는 무차차모나(Muchacha Mona).

    나는 KSA SUP(스탠드업 패들보드) 국가 대표, KCF SUP 여자 랭킹 1위, ASI SUP 인스트럭터, 밝은 에너지를 공유하는 선수.

    출근 전 SUP 처음엔 SUP가 출근 전 도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수상 스포츠라 끌렸다. 점점 매력에 빠져 전문적으로 물위의 마라톤을 시작했다. 지금은 한강뿐 아니라 바다, 호수, 계곡 어디서든 SUP를 즐긴다.

    기억나는 대회 SUP 대회를 한국에서 기획하기 시작한 2015년엔 남녀 구분 없이 혼합 대회를 진행했다. 당시 여수 앞바다에서 열린 경기에 참가했다. 바람이 강하고 파도가 고르지 않아 균형 잡기 힘들었는데 남자 선수를 제치고 1위로 들어왔다. 모두 놀랐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2019년 제5회 홍콩 인터내셔널 SUP 챔피언십 프로 21km 경기다. 당시 홍콩은 우기였다. 21km 경기(홍콩의 작은 섬 세 바퀴)의 두 번째, 세 번째 바퀴에서 천둥 번개에 파도가 섬 외벽을 치는 영화 CG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경기 내내 빗물인지 콧물인지 모를 정도로 애쓰고 두려움을 극복해가며 완주했다. 결승선에서 SUP 선수로서 처음으로 울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이것 말고도 에피소드는 넘쳐난다. 인생은 고난을 극복해가는 과정이니 괜찮다.

    SUP에서 가장 중요한 점 ‘밸런스’. 보드 위에 중심을 잡고 서고, 파워를 정확히 활용하려면 밸런스가 잡혀야 한다.

    보드에 오르기 전 스무 살에 수상 인명 구조원 훈련할 때 배운 말을 되새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SUP가 준 추억 2019년 아버지와 광안리 바다에서 SUP 요가를 했다. 코로나가 없던 2019년 봄, SUP 인플레터블(공기 주입식) 보트 하나만 챙겨 들고 떠난 코모도섬. SUP는 나를 맑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순간으로 이끈다. 점점 더 사랑할 수밖에.

    목표 한국 남자 1위인 한성호 선수 바로 뒤까지 쫓기 위해 힘을 키우고자 웨이트에 집중하는 중이다. SUP 서프를 위해서 스케이트보드도 시작했다.

    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행동하는 자연주의! 깨끗하고 맑은 환경을 만들려 노력한다.

    경다슬

    수채화 물감이 번진 듯한 프린트의 수영복은 앤아더스토리즈(& Other Stories). LOCATION 라스블랑카스

    파란색 하프넥 포인트의 반짝이는 드레스는 칼론(Carlonne).

    나는 13명이 함께 모여야 더 빛을 발하는 대한민국 첫 여자 수구 팀 5번 경다슬.

    첫 만남 모교 강원체육고등학교는 수영부, 수구부 등 물과 관련된 운동부가 많았다. 어느 날 여자 수구 국가 대표를 모집한다는 공문이 떴다. 수구는 물에 떠 있을 때 레그, 즉 평영 다리를 한 발씩 번갈아 차며 뜨는데, 수영 선수 시절 주 종목이 평영인 데다 왼손잡이인 나는 ‘수구를 하기에 최적화되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제 대회 첫 골 2019년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사실 우리 팀이 국제 경기를 뛰기에는 연습 시간이 촉박했다. (한국은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권이 주어져 두 달 만에 팀이 결성됐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팀원 모두 학업도 병행하면서 새벽 단체 훈련부터 야간 개인 훈련 등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비록 패배했지만, 경기마다 나름의 성과가 있다. 개인적으론 국제 대회에서 한국 여자 수구 대표 팀 사상 첫 골을 넣은 것. 관중의 환호성을 듣기 전엔 내가 넣은지도 몰랐다. 연습도 부족했고, 키 차이가 큰 러시아 선수를 상대로 골을 넣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그날만 생각하면 여전히 벅차다. 아쉽게도 뉴스에는 내가 골 넣는 장면만 보도됐다. 모든 단체 종목이 그러하듯 득점에는 팀원들의 도움이 크다. 내게 패스를 정확하게 해준 가은이, 내가 공격할 수 있게 길을 열어준 팀원이 만들어낸 득점이다. 그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수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 팀워크. 아무리 수구를 잘하고 뛰어날지라도 팀원과 마음이 맞지 않으면 게임이 진행되지 않는다. 키보다 깊은 수심에 계속 떠 있어야 하기에 팀워크를 바탕으로 정확한 패스가 이뤄져야 한다.

    가장 아끼는 물건 내 이름이 적힌 여자 전용 4호 수구공. 이 공을 보면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한 시간, 나를 포함한 우리 여자 수구 첫 13명의 팀원을 가르쳐주신 홍인기, 진만근 코치님과 양보열 트레이너님, 남자 수구 국가 대표들까지 볼의 결 하나하나에 담겨 있다. 이 공은 추억이자 한국 수구의 희망 같다.

    비인기 종목이지만 한국에서는 수구가 비인기 종목이다. 물에서 하는 미식축구라고 불릴 만큼 격하고 힘든 스포츠라 참여하길 꺼리는 이도 있다. 그러나 수구가 지금보다 널리 알려지고 팬과 선수층이 두꺼워지면, 클럽 활동이 다양해지고 안정적인 여자 수구 팀이 탄생하리라 믿는다.

    고려진

    트라이앵글 비키니 톱은 코스(Cos), 검정 그물 모양 상의는 롱샴(Longchamp), 실크를 재사용해 만든 목걸이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블랙 비키니 톱은 코스(Cos), 목걸이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해녀의 분신이자 표상인 테왁. 해녀가 숨비소리를 내며 바다 위에서 의지할 때도 사용하며, 테왁 밑에 어획물을 넣어두는 ‘망시리’를 매달아놓는다. 해녀 고려진은 자신의 별명인 ‘고래’를 테왁에 새겼다.

    나는 용왕님의 딸이 되고 싶은 해녀.

    대대로 해녀 엄마가 해녀이고 외할머니가 해녀시다. 돌아가셨지만 우리 아빠의 엄마인 할머니, 그 윗대 할머니 또 할머니, 대대로 해녀를 업으로 살아온 집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해녀의 삶을 직접 봤기에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지 안다. 내가 그 길을 갈 거라 생각도 못했다. 성인이 되어 자식을 낳고 견디기 힘든 절벽을 마주할 때 엄마가 해녀를 권하셨다. 몸이 힘들면 정신적 고난은 잊히고 그러다 보면 괜찮아질 거라고. 누구보다 해녀의 삶을 잘 아는 엄마가 내게 그런 권유를 하실 줄 몰랐지만 나는 그 길에 서 있고, 웃고 있다.

    첫 물질 2015년 4월, 인턴 과정을 거쳐 해녀증이라는 자격증을 갖추고 물질을 했다. 처음엔 “이러다 죽는 거 아니냐”며 매일 울었다.

    물질을 하기 전에 용왕님께 “오늘 하루도 안전하게 일하게 해주세요. 가끔 ‘대박’ 선물 주시면 더 감사하고요”라고 빌고 입수한다.

    결정적 순간 그날따라 지치는 물질이었다. 고개를 돌리자 엄마가 근처에서 열심히 물질 중이셨다. 그 모습에 눈물이 터졌다. 우리 엄마가 이렇게 힘들게 일해 나와 가족을 지켜내셨구나. 엄마, 바다, 내가 교감하는 순간이었다. 슬프고 감사하고 미안하고 감동적이면서 행복했다.

    해녀의 매력 자기 만족도가 높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에 행복한데 돈도 벌고 운동도 되고 자기 성찰도 할 수 있다.

    해녀에게 중요한 것 내 숨만큼만 해라! 선의적 욕심만 가져라! 엄마가 늘 하시는 말씀이다.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후손과 자연에게 해되지 않을 만큼만 열심히 하라는, 엄마의 철학이다.

    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바다에서 숨을 참고 일하지만 그 안에서 살아 숨 쉰다. 바다가 삶의 전부이고 원천이기에 아프지 않았음 좋겠다. 더불어 해녀가 사라지는 요즘, 후배들이 늘어 함께 바다를 아끼고 지켜나가길.

    변수빈

    모노핀으로 유영 중인 인도어 프리다이빙 선수 임연주. 컬러풀한 패턴의 드레스는 에트로(Etro).

    꽃 모양 비즈 귀고리는 무차차모나(Muchacha Mona), 지퍼가 달린 드레스는 겐조(Kenzo).

    나는 사랑하는 바다를 위해 행동하고 바다를 닮고자 노력하는 그린 다이버이자 ‘디프다제주’의 대표. 디프다제주는 줍다의 제주어 ‘봉그다’와 플로깅(Plogging)의 합성어인 ‘봉그깅’ 활동을 하는, 제주만의 해양 쓰레기 수거 문화를 꾸려가는 단체다. 멤버 모두 바다를 사랑하는 프리다이버이자 직장인 또는 대학생이다.

    그린 다이빙이란 정의는 없다. 디프다제주에서 그린 다이빙이란 지속 가능한 바다의 미래를 고민하고 생명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다이빙, 바다를 지키고 보호하는 모든 다이빙을 칭한다.

    디프다제주를 만든 이유 어느 날 바다에서 잃어버린 친구의 마스크를 이틀 만에 찾았다. 다이빙 마스크는 다시 쓸 수 없을 만큼 물살에 망가지고 물고기가 쪼아 먹은 상태였다. 그때 바다에 잠긴 수많은 오염물이 눈에 들어왔다. 친구와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지만, 갈수록 매일 매 순간 몰려오는 해양 쓰레기 양에 압도돼 우리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음을 절감했다.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고자 디프다제주를 설립했다.

    해마와 <데미안>이 준 깨달음 해양 쓰레기 더미에서 해마를 만났다. 태어나 처음 본 해마는 밧줄에 감겨 죽어 있었다. 반성과 함께 고민이 많아졌다. 거대한 해양 쓰레기를 마주하면 ‘나 하나로 되겠어?’ 하는 생각에 많이 부딪힌다. 그때마다 바다에 들어가 나라는 작지만 큰 존재를 생각하고 다시 쓰레기 수거에 매진한다. 소설 <데미안>에 이런 문구가 있다. “모든 사람에게 진실한 직분이란 다만 한 가지였다. 즉 자신에게로 가는 것. 누구나 관심 가질 일은 아무래도 좋은 목표 하나가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찾아내는 것이며, 운명을 자신 속에서 그리고 굴절 없이 다 살아내는 일이었다.” 이 문구를 읽으며 느끼는 바가 있었다.

    보람 생각보다 쓰레기 줍기가 중독성이 강하다. 해변을 꽉 메운 쓰레기를 보며 절망했다가 수거를 마쳐 깨끗해진 모습에 희열을 느낀다. 쓰레기라는 거대한 담론을 마주하며 나라는 존재가 한없이 작고 힘없음을 깨닫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명확해진다. 쓰레기 수거는 수양 같다.

    성과 대외적으로 가장 큰 성과는 SBS ‘물 환경 대상’에서 시민사회 부문 수상이다. 개인 성과는 주변 사람의 변화다. 나의 작은 행동이 타인의 우주에 환경을 위한 씨앗을 심은 것 같다. 씨앗이 퍼져나가 큰 물결을 만들리라 기대한다.

    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무위자연’이란 말을 좋아한다. 손대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라는 뜻이자,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는 태도다. 그러한 사람이 되고 싶다. 또 함께 나아가고 싶다. 지극히 일반인인 나도 이렇게 활동하듯 당신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디프다제주의 인스타그램 단골 문구도 ‘함께해요. 같이 갑시다’다.

    박정주

    수영복 톱은 룰루레몬(Lululemon), 귀고리는 무차차모나(Muchacha Mona).

    체크무늬 수영복 톱은 룰루레몬(Lululemon), 투명 아크릴 귀고리는 무차차모나(Muchacha Mona).

    나는 후회 없이 해보고 싶은 오픈워터 스위밍 선수.

    오픈워터 스위밍이란 말 그대로 ‘오픈’된 강, 바다, 호수 등 자연에서 레인이나 영법에 구애받지 않고 하는 수영이다. 5km, 10km, 25km의 세 종목이 있는데, 거리가 긴 만큼 수영의 마라톤이라고 불린다.

    첫 만남 워낙 운동량 많기로 유명한 안양시청 소속 경영 선수로 활동하던 중 감독님이 오픈워터 선발전을 권했다. 10번 정도 거절했다. 경영 중에서도 50m, 100m를 주로 하던 단거리 선수여서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도전하면 휴가를 준다는 감독님의 약속에 출전했고, 놀랍게도 2시간 18분 55초 55 기록으로 선발되었다. 첫 경기도 생생히 기억난다. 처음 입수했을 때 강물이 너무 차가워 정신이 번쩍 났다. 총 네 바퀴 중 세 바퀴 즈음 지쳐서 포기하고 싶었지만 끝까지 해냈다.

    야외 수영의 매력 실내 수영장에는 파도나 기상 변화가 없다. 오픈워터 스위밍은 그것이 장단점이 된다. 파도를 잘 타면 서핑을 하는 것처럼 자유롭고, 반대로 파도가 장애가 되어 한 치 앞도 힘들다.

    오픈워터 스위밍에서 가장 중요한 것. 정신력. 가장 짧은 종목이 5km인 만큼 수영 시간이 어마어마하다. 정신력이 약하면 포기하기 쉽다.

    오픈워터 스위밍 하기 좋은 날 가을. 원래 가을을 좋아하고, 바다의 계절은 한 계절 느리기에 수온이 따뜻해서 몸에 부담이 덜 된다.

    아끼는 장비 수경은 단순한 장비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돕는 친구.

    목표 오픈워터 스위밍이 아직 생소한 종목이기에 더 알리고 싶다. 대중의 관심이 커진다면 다른 수영 종목만큼 발전하리라 확신한다.

    이유정

    니트 드레스는 에이치앤엠(H&M), 골드 드롭 귀고리는 코스(Cos), 팔찌는 무차차모나(Muchacha Mona).

    나는 제주 이호테우 바다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며 강아지 이호와 살아가는 평범한 해녀다. 어릴 적 꿈인 해녀가 되기 위해 크로스핏, 헬스, 요가, 필라테스, 스피닝, 태권도 등을 하느라 슬럼프에 빠지거나 우울할 틈이 없이 달려왔다. 최종 학력은 제주 한수풀해녀학교.

    해녀증을 받고 어머니는 어부였던 아버지를 바다로 보내고 평생 밤바다를 걱정하며 사셨다. 하나밖에 없는 딸이 여름이면 에어컨 있는 실내에서 일하길 바라셨기에, 해녀가 되겠다고 했을 때 반대가 심하셨다. 해녀가 되는 과정은 대학 입학보다 힘들다. 정식 해녀가 되어 제주에서 인정한 해녀증을 받은 날 엄청나게 울었다. 건강하게 오래, 잘, 물질해야지 다짐하면서.

    난관 뭍에서 보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춥고 위험하고, 해녀 삼촌(제주도 어른을 칭하는 방언)에게 혼나서 울고, 파래 밟아서 넘어져서 앓아눕고, 낚싯바늘에 걸린 줄 모르고 잠수하다 고무옷이 찢어지고… 하지만 정말 신난다! 말로는 표현이 안 된다.

    물질 전 마음 수련 바다는 변화무쌍하고, 몸의 컨디션은 계절, 날씨, 몸, 기분에 따라 다르기에 ‘마인드 셋업’이 중요하다. 우선 그날 수확할 것과 바다 환경, 일어날 수 있는 변수를 이미지 트레이닝한다. 그에 따른 장비를 챙기고 막내답게 해녀 탈의실에 먼저 가 청소를 하며 삼촌들을 기다린다. 선배들과 웃고 수다를 떨면서 컨디션을 체크한다. 이렇게 오래오래 건강하게 물질하고 싶다.

    해녀이기에 더 슬픈 날 우리 바다가 예전 같지 않을 때. 그 앞에서 무력한 나를 볼 때. 국제 정세의 변화로 소라나 우뭇가사리 수출이 힘들어 물건을 팔지 못할 때. 나이가 드신 해녀 삼촌이 힘드셔서 물건을 조금밖에 못할 때.

    철학 아기 해녀로서 철학을 얘기하기 쑥스럽지만, ‘테왁 들고 나갔으면 테왁 들고 집으로 오자’. 즉 무사 귀가. 아침마다 외친다. 안전하게! 안전하게! 안전하게! 돈을 많이 벌고자 했으면 해녀가 되지 않았을 거다. 바다가 나를 키웠고 대학에 보냈다. 친구들은 도시로 갔지만 나는 매일 제주의 바다에 머물고 싶다.

    목표 물질하면 바다의 사계를 본다. 언젠가 대상군이 되면 더 아름다운 바다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대상군은 물질 기술뿐 아니라 해녀회에서 인격적으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 최근엔 나와 해녀 삼촌들의 안전을 위해 프리다이빙 지도자 자격증을 땄는데, 일반인의 바다 안전을 위해 내 동네인 이호테우를 생존 수영 체험 마을로 조성하고 싶다.

    김수지

    검은색 수영복은 렉토(Recto.), 아크릴 체인 귀고리와 목걸이는 무차차모나(Muchacha Mona). LOCATION 라스블랑카스

    나는 3m 스프링을 주 종목으로 하는 다이빙 선수. 다이빙할 때 가장 빛난다.

    첫 다이빙 초등학교 1학년 때 겁 없이 7.5m에서 뛰었다. 심장이 찌릿찌릿하던 쾌감을 잊을 수 없다.

    다이빙의 매력 약 1초의 순간에 많은 동작과 생각이 이루어진다는 것. 어려운 만큼 아름답다는 것.

    다이빙에서 가장 중요한 것 자신을 믿는 용기.

    다이빙대에 서면 힘들 때면 다이빙대에 올라 물을 바라보며 ‘멍때린다’. 무념무상, 편안해진다.

    도쿄 올림픽으로 2021년 국가 대표 선발전에서 도쿄 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내 행복했다. 코로나19 때문에 4개월 쉬고 두 달 정도 연습했는데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다.

    잊지 못할 순간 다이빙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해외에 갔다. 일본의 야외 수영장이었는데, 하늘색과 물색이 같아 물이 아니라 하늘을 향해 손을 잡았다.

    지원군 국내외 경기 어디든 분홍색 돼지 인형 ‘돼순이’를 들고 다닌다. 벌써 12년째 경기 전 긴장을 풀어주는 친구다.

    아름다운 다이빙을 위해선 너무 심각해지지 말아야 한다.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되니까. 마음을 내려놓고 즐길 때 결과가 좋다. 목표는 총점 350점을 넘는 것. 아직 실력이 모자라지만 언젠가 이루리라 믿는다.

    다이빙 취미를 권하며 다이빙은 차근차근 배우면 다치지 않고 재미있게 할 수 있으며 성취감이 굉장하다. 무서움을 버리고 물에 발을 담그는 것부터 시작해보길.

    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모든 사람이 나처럼 물을 좋아할 순 없다. 하지만 물에 있을 때 얼마나 편안한지 알려주고 싶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느낌이다.

    문나윤

    꼬임 디테일 귀고리와 하얀색 수영복은 앤아더스토리즈(& Other Stories).

    나는 10m를 주 종목으로 하는 다이빙 선수이자 팀의 분위기 메이커를 맡고 있다.

    다이빙이 내게 온 순간 여름날 시원하게 다이빙하는 선수들이 멋져 보였다. 다이빙을 직접 보게 되면 누구나 그 매력에 빠질 것이다.

    다이빙대에 서면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이빙하기 직전, 오로지 뛰어내려야 한다는 그 사실만 떠올린다.

    다이빙에서 가장 중요한 것 할 수 있다는 자신감. 317점으로 국가 대표 선발전에서 최고 기록을 달성했는데, 앞으로 더 높은 점수를 받으리란 자신감이 있다.

    아름다운 다이빙을 위해 발끝, 손끝 같은 기초적인 부분, 사소한 부분에 더 많이 신경 쓰려고 한다. 언젠가 물구나무 종목을 완벽히 하고 싶다.

    기억나는 다이빙의 순간 나의 버킷 리스트 대부분은 다이빙과 관련 있다. 그중 하나가 번지점프. 기회가 되어 뛰어내렸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한 번 더 했다. 다음엔 스카이다이빙!

    다이빙에서 아끼는 물건 징크스가 심해 의미를 지닌 물건을 하나둘씩 없애는 중이며 만들지도 않을 거다. 롤모델도 마찬가지다. 요즘엔 특정 선수를 선망하기보다 내 영상을 한 번이라도 더 보며 문제점을 찾고 내 상태와 훈련에 신경 쓴다.

    다이빙을 시도하는 누군가에게 무섭다고 겁먹지 말길. 낮은 곳부터 천천히 시작하면 된다.

    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다이빙을 시작하면서 물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음에도, 여전히 물에서 놀고 바다로 떠나길 좋아한다. 내게 물은 사랑이다.

    김혜민

    볼륨 있는 퍼프가 돋보이는 수영복은 켈리신(Kelly Shin).

    나는 모노핀이나 오리발을 끼지 않고 수직으로 최대한 깊이 가는 종목을 즐겨 하는 프리다이버. 느림보 거북이. 목표보다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사람.

    첫 프리다이빙 9년 전 한국에 프리다이빙이 생소하던 시절, 우연히 통영 욕지도란 섬에서 무호흡으로 오래 올라오지 않는 다이버를 보고 충격과 함께 강렬함을 느꼈다.

    프리다이빙의 매력 초기에는 일상에서 벗어나 바다 한가운데서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좋았다. 수심이 깊어지는 단계로 나아가면서는, 일상에서도 긍정적인 생각과 ‘릴랙스’를 체득해가고 있다. 프리다이빙은 긍정을 배워가는 과정 같다.

    입수 직전 대회에선 2분의 준비 호흡과 각자 30초의 추가 시간이 주어지는데, 그때 눈을 감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고 주변의 따뜻한 공기를 느낀다.

    노핀의 성과 노핀 종목은 오리발을 착용하지 않고 맨몸으로 암스트로크(팔로 물을 저어 추진력을 얻는 동작)와 킥만으로 깊이 내려갔다 올라와야 한다. 수영을 못하기에 특히 어려웠다. 다행히 세계적인 대회 버티컬 블루(Vertical Blue)에서 2017년 한국 기록 1위를 하고, 2018년 터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쟁쟁한 각국 선수들 사이에서 노핀 종목 2위를 달성했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프리 윌리’의 순간 바다 한가운데서 교육생들과 프리다이빙을 할 때 고개를 살짝 돌렸는데 거대한 고래상어가 나타났다. 우연히 만난 수중 생물이 건넨 기쁨과 경이로움을 잊을 수 없다.

    아끼는 장비 9년 전 처음 프리다이빙할 때 입던 수트를 아직도 보관한다. 낡은 만큼 추억이 많다.

    목표 수치로 얘기되는 목표는 없다.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오래 프리다이빙을 즐기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 이를 위해 삶의 균형을 잃지 않아야 한다.

    롤모델 프리다이버 선수 사유리 기노시타. 불의의 사고로 하늘나라로 갔지만 주변의 공기를 따뜻하게 만드는 겸손하고 멋진 친구였다.

    프리다이빙을 해보고 싶다면 교육하며 느끼지만 숫자에 포커스를 맞추는 경우가 있다. 이보다는 그때 함께 하는 사람, 물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요함, 혼자만의 시간, 프리다이빙 그 자체를 만끽하길.

    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자연, 바다와 함께일 때 가장 빛나는 사람이고 싶다. 이를 위해 환경문제를 가까이해야 한다. 다이빙 훈련차 간 발리에서 물속의 엄청난 쓰레기를 보고 충격받았다. 아기 기저귀, 페트병, 비닐봉지가 많고도 다양했다. 그 뒤로 교육생들과 바다 청소 투어를 진행하고 일상에서도 일회용품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

    임연주

    LOCATION L7 홍대 루프톱 수영장

    노란색 비닐 소재 아우터와 펀칭 레더 톱, 하의는 스포트막스(Sportmax), 금색 목걸이는 앤아더스토리즈(& Other Stories).

    나는 물속에서 진정한 나를 마주하는 인도어 프리다이빙 선수.

    프리다이빙과의 첫 만남 2년 전 고비가 찾아왔을 때 프리다이빙이 자유를 줬다. 인생에서 갑자기 터닝 포인트처럼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주저 말고 잡아야 한다. 인생에서 가장 빛날 기회일 수 있으니까. 나는 그것이 프리다이빙이었다.

    모노핀의 매력 알케미(바이핀) 팀이지만 모노핀을 가장 좋아한다. 모노핀은 다리를 하나로 묶어 불편하고 많은 기술을 요하지만 아름답고 우아하다. 내게 첫 한국 신기록의 영광을 안겨준 장비다.

    기록 2년 전 국가 대표 선발전에서 DYN-Mono(무호흡 모노핀 종목) 경기에서 150m CMAS 한국 신기록을 수립했다. 아쉽기도 한 대회였다. 경기장 컨디션이 좋지 않아 안전한 다이빙을 위해 적당한 거리에서 출수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공식 연습 기록이 200m다.

    입수 전에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나러 간다. 눈을 감고 주변을 음 소거하며 나에게 집중하면 무아지경에 이른다. 그때 속으로 ‘이제 물속으로 가자’라고 외친다.

    기억나는 순간 수영 선수 시절에도 바다에 들어가지 못했다. 어디선가 상어가 나올 것 같고 수심에 대한 공포가 가슴을 압박해서였다. 이퀄라이징(압력 평형 기술)도 뚫리지 않아 힘들었다. 극복하게 도와준 멘토이자 스승인 알케미 코리아 황영길 대표의 매서운 눈빛이 아직도 기억난다.

    좋아하는 장소 고정으로 갈 수 있는 수영장이 없어서 떠돌이처럼 훈련장을 찾아다니는데, 그중 수원 스포츠아일랜드 다이빙 풀장과 가평 K26에 자주 간다. 야외는 울릉도의 바다를 제일 좋아한다. 5월에는 시야가 30m 이상 깨끗하게 보인다. 신기하게도 실내 수영장이나 바다나 다이빙하기 좋은 시간대는 오전이다. 오전에 컨디션이 좋은 편인데, ‘릴랙스’가 우선인 종목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프리다이빙을 위해 체력 관리와 마음 수양, 호흡을 위해 전통 요가를 한다.

    다짐 혹은 롤모델 ‘인간의 한계는 없다’는 말을 되새긴다. 롤모델은 부모님. 어떤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심어주고, 사람의 도리를 가르쳐준 분들이다.

    프리다이빙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자신을 사랑할 준비가 되었나?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에 홀려 프리다이빙을 하면 물 공포증이 생길 수 있다. 반면 나를 사랑하고 오직 나에게 집중할 준비가 되었다면 프리다이빙을 즐길 자격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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