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평범한 집에 로맨스를 더하는 방식

2023.05.31

by 류가영

    평범한 집에 로맨스를 더하는 방식

    프랑스풍 하우스가 목가적 낭만을 전파하는 책까지 집필한 디올 메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코르델리아 드 카스텔란. 풍성한 꽃으로 로맨스를 더하는 그녀만의 방식에 대하여.

    낯선 곳에 테이블을 차리는 일은 단조로운 식사 시간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햇빛이 따뜻한 일요일 점심, 나무 아래에서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는 코르델리아 드 카스텔란.

    코르델리아 드 카스텔란(Cordelia de Castellane)의 삶은 패션 그 자체다. 그녀는 아주 어릴 적부터 디자이너이자 칼 라거펠트의 어시스턴트였던 삼촌 질 뒤푸르(Gilles Dufour)가 샤넬 아틀리에에서 자부심을 안고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성장했다. 열여섯 살에는 엠마누엘 웅가로에게서 컬러를 믹스 매치하는 법과 꾸뛰르에 대한 모든 것을 배웠다. 그다음엔 웅가로 메종의 총책임자였던 지암바티스타 발리 밑에서 디자인 기본기를 갈고닦았다. 그러다 홀로서기를 결심한 카스텔란은 마침내 20대 중반에 자신만의 아동복 꾸뛰르 라인을 론칭했다.

    현재 그녀의 직책은 디올 메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디올과의 우정은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첫 만남은 그 후 9년의 시간을 보낸 베이비 디올에서 이뤄졌다. “할 만큼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디올을 위한 영감이 여전히 끊임없이 샘솟아요.” 카스텔란은 디올 아카이브에서 발견한 다양한 프린트와 컬러, 패턴을 실험하며 세련된 홈 액세서리를 창조하는 일을 즐긴다. 무슈 크리스챤 디올이 1947년 최초의 디올 부티크를 장식하는 데 활용한 18세기 프랑스산 직물인 ‘투알 드 주이(Toile de Jouy)’ 소재를 앞세운 홈 웨어 라인이 대표적 예다. 이어 무슈 디올이 사랑했던 은방울꽃을 모티브로 한 컬렉션과 삶과 예술을 사랑하는 디올 디자이너들에게 무한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선사하는 디올 정원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카스텔란은 사실 그리스계 스페인 사람이지만 프랑스식 유머와 라이프스타일에 익숙하다. 그녀는 파리 도심에 자리한 아파트와 프랑스 북부 우아즈(Oise)에 있는 그림 같은 전원주택을 오가는 지금의 생활에 더없이 만족하며 지낸다. 그녀의 디자인에서 한결같이 돋보이는 특징은 위트와 기발함. 온갖 색깔과 패턴으로 넘실거리는 자신의 무드보드를 그녀는 ‘생의 환희(Joie de Vivre)’라 소개했다. 2년 전, 카스텔란은 프랑스풍 전원주택에 대한 로망을 담아낸 우아한 커피 테이블 북 <Life in a French Country House>를 리졸리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계절에 따른 데커레이션 팁부터 테이블 스타일링 가이드, 유서 깊은 자신만의 레시피까지, 취향을 공유하는 카스텔란의 태도는 꽤 진지하다. “계절을 느끼며 사는 삶을 중시해요. 자연의 변화는 놀라울 만큼 매혹적이죠.” 다음에 소개한 그녀의 인테리어 철칙이 당신의 보금자리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한층 낭만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프랑스 북부에서 산 화병과 은식기를 진열해둔 장식장. 꽃은 절대 빠뜨릴 수 없다.

    집 꾸미기는 임무가 아닌 일상 집은 곧 나 자신을 의미한다. 집은 우리의 영혼을 반영하고, 가장 ‘나’다운 집이어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아무리 환상적인 공간이라도 다른 사람이 꾸민 집에서는 오래 지내기 힘든 이유다. 나는 주인 의식을 십분 발휘해 페인트칠부터 집 수리까지 많은 일을 직접 한다. 집은 결코 완성 상태에 도달할 수 없다. 삶과 함께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그런 것처럼.

    필요 없는 공간은 없다 어떤 방이든, 얼마나 작은 공간이든 상관없이 그곳만의 가치와 개성이 드러나야 한다. 창고나 보일러실처럼 나 말고는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공간까지 소중하게 생각한다. 바로 거기에서 남다른 한 끗이 탄생하기 마련이다. 난 복도처럼 그저 스쳐 지나가는 지루한 공간도 흥미롭게 디자인하는 걸 좋아한다. 2층 복도를 기분 좋은 인디언 핑크로 칠한 이유다.

    프랑스풍 전원주택에서의 삶을 소개한 카스텔란의 책.

    절충안은 가장 지루한 선택 세상에 나쁜 취향은 없다. 우연은 디자인의 필수 요소다. 개인적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통일감이 느껴지는 ‘토털 룩(Total Look)’ 패션을 좋아하지 않는다. 침대와 커튼, 벽지의 색과 패턴이 하나로 통일된 공간은 호텔처럼 어색한 느낌이 감돈다. 집 꾸미기는 너무 공들이지 않아야 더 매력적이다. 가구와 소품이 집주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따라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찾은 듯한 그런 공간 말이다. 그림처럼 완벽한 집은 싫다. 우리 집에는 여행지에서 하나씩 모은 것들과 가족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마구 섞여 있다. 할머니가 오랫동안 사용한 레이스 침대보와 거리를 걷다가 충동적으로 구매한 알록달록한 이불 등 하이엔드 리빙 숍과 벼룩시장에서 ‘득템’한 물건을 섞어두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다. 오래된 사물을 리폼하거나 업사이클링하는 것도 즐긴다.

    과감한 패턴을 촌스럽다고 생각하지 말 것 나는 언제나 민무늬보다 패턴을 선호하는 ‘프린트 걸(Print Girl)’이다. 정신없는 벽지로 감싼 방 한가운데 순백의 리넨 소파를 믹스 매치하는 것도 즐긴다. 훌륭한 디자인 스승이었던 엠마누엘 웅가로에게서 서로 다른 프린트를 섞는 걸 촌스럽게 생각하지 말라고 배운 덕분이다. 심지어 욕실은 매끈한 타일과 보드라운 패브릭을 믹스 매치해 꾸몄다.

    이른 아침, 카스텔란은 화병에 꽃을 꽂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녀는 플로리스트가 됐어도 행복했을 거라고 고백한다.

    집의 중심은 거실이 아닌 주방 주방은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변함없는 온기가 느껴지는 공간이었으면 해서 벽지 컬러와 조명, 온도까지 따뜻하게 구성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즐기며 많은 추억을 나누게 되는 곳이니까. 그리스계 스페인 사람인 나에게 음식과 대화는 삶의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손님들이 식탁에 앉아 있을 때도 대화를 나누며 요리할 수 있도록 다이닝 공간과 주방이 연결된 형태를 원했다. 정갈하게 꾸민 테이블에 놓을 은은한 조명과 촛불도 항상 신경 써서 준비한다.

    책과 꽃이 가득한 집으로 책과 꽃의 공통점은 많을수록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 어릴 때부터 책벌레였던 나는 기념품을 고르듯 커버 디자인만 보고 구입한 책부터 선물 받은 아트 북과 전시 도록까지 전부 모아둔다. 더 이상 읽지 않는 책을 겹겹이 쌓아 만든 사이드 테이블은 아끼는 인테리어 소품 중 하나. 책에 버금가게 중요하게 여기는 건 꽃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정원에서 꽃을 가꾸며 평화로운 시간을 만끽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 요즘도 아침에는 조용한 주방에서 간단한 꽃꽂이를 하며 평온한 하루가 되길 기원한다. VL

    사진
    MATTHIEU SALVAING
    GIANLUCA LO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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