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디 하이 주얼리의 창조자, 아름다운 델피나
펜디 가문의 일원으로서 펜디를 위한 하이 주얼리를 처음 선보인 델피나 델레트레즈 펜디를 <보그>가 만났다.
델피나 델레트레즈 펜디(Delfina Delettrez Fendi)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패션 왕국 펜디 가문의 4세인 그녀는 로마의 집과 파리의 아틀리에를 오가며 바쁘게 지낸다. 펜디의 주얼리 아티스틱 디렉터 역할과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브랜드의 대표라는 부담감 사이에서 적절히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면서 말이다. 올해는 펜디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처음 준비하면서 어느 때보다 부담이 컸다. 이 컬렉션은 7월 파리에서 열린 오뜨 꾸뛰르 프레젠테이션에서 공개됐다.
지난 5월 멧 갈라가 열리던 날 아침에 델레트레즈 펜디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가장 큰 패션계 행사의 밤을 위한 마지막 피팅으로 여념이 없었다. 이번 멧 갈라는 델레트레즈에게 특히 감격스러운 행사였다. 그녀에게 첫 번째 경험이기도 하면서 패션 역사상 가장 긴, 54년간이나 펜디와 협업한 디자이너로 어린 시절부터 친분이 두터웠던 칼 라거펠트를 기리는 테마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칼의 옷을 입고 싶었어요”라고 36세의 델레트레즈 펜디는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말 그대로 입었다. 유쾌하고 만화적인 느낌을 주는 원단은 라거펠트가 자신과 자신의 뮤즈 안나 피아지를 그린 드로잉을 토대로 한 펜디의 1988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등장했으며, 현재 펜디의 꾸뛰르 아티스틱 디렉터 킴 존스가 그 원단을 2023년 봄 컬렉션의 드레스 실루엣으로 재해석했다. 여기에 바게트 백을 매치해 펜디 가문의 패션을 완성했다. 1997년에 탄생한 바게트 백은 펜디의 액세서리 및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인 델레트레즈의 어머니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의 작품이다. 바게트 백 매치는 그날 밤 갈라에 함께 참석한 어머니에 대한 존경의 의미이기도 했다.
펜디 가문에는 대단한 여성이 많다. 펜디는 1925년 델레트레즈 펜디의 증조부모 에도아르도와 아델레가 설립한 회사다. 그 후 1940년대에 이들의 다섯 딸 파올라, 프란카, 카를라, 알다, 안나(델레트레즈 펜디의 외할머니)가 물려받았다. “펜디는 남성 중심의 세계에서 항상 독립적이고 강한 여성의 표상이었어요. 페미니스트 선언문이나 다름없었죠.” 델레트레즈 펜디는 말한다. 그녀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오가는 업무 관련 대화에 어린 자신을 적극 참여시키는 환경에서 자랐다. 그렇게 가족 사업에 깊이 관여하며 자랐지만,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직접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결정에는 망설임이 있었다. “펜디가 시도해보지 않은 유일한 예술 분야에 뛰어들었어요. 그게 바로 주얼리였죠.”
2007년 보석을 세팅한 개구리와 해골 모양에 초현실적인 데다 고딕풍의 환상을 담은 자신의 브랜드를 설립했다. 원석을 이용해 익살스러운 꼬임이 가미된 감각적인 디자인의 브랜드로 진화해나갔다. 시대를 앞서간 그녀의 브랜드는 전통적으로 보석을 정교하게 세팅하는 고루함을 거부하고 좀 더 동시대적 주얼리를 여성이 직접 디자인하는 새 시대를 예고했다.
킴 존스는 이런 델레트레즈 펜디의 타고난 재능과 스타일에 반해 2020년에 자신과 그녀의 어머니가 있는 펜디에 합류해줄 것을 그녀에게 요청했다. “감동받았죠. 뿌듯했고요. 저같이 독특한 자신의 세계가 있는 누군가가 저를 불러준 거니까요. 가족이나 가족과 다름없던 칼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제 작업을 보며 저를 알아봐주었다는 게 감격스러웠어요.” 그녀는 말한다.
실제로 델레트레즈 펜디는 존스의 뮤즈 중 한 명이다. 지난 여름휴가를 보내면서 그녀가 사용하던 등산 장비는 2023 봄 펜디 오뜨 꾸뛰르 컬렉션의 패션과 주얼리에 영감을 주었다. 진주와 크리스털로 만든 그녀의 카라비너 스타일 귀고리는 고기능 패브릭 및 버클과 조화를 이루고, 그 패브릭과 버클은 가벼운 란제리를 레드 카펫 드레스로 승화시킨 존스의 디자인을 더 돋보이게 했다. “우리의 세계가 서로 소통했으면 해요. 이것이 우리와 펜디에 통하는 성공 공식이라고 여겼죠.”
실제로 그녀의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전 세계에 처음 선보인 것은 존스였다. 그는 멧 갈라에서 눈에 띄는 화이트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착용했는데, 이것은 1965년 라거펠트가 ‘펜디 가문의 문장’이라고 묘사한 유명한 FF 로고를 델레트레즈 펜디가 추상적으로 재해석해 만든 것이다. 지난해 9월 그녀가 처음 진출한 꾸뛰르 하이 주얼리 컬렉션에서 선보인 주얼리를 자세히 보면 각진 곳마다 펜디의 로고가 숨어 있다. 3부작(Triptych) 컬렉션에서 선보일 31개 아이템으로 구성된 주얼리에서도 펜디 로고를 찾을 수 있다. 조금 다른 점은 그 모양이 날카로운 각도의 F 로고가 아니라 로마의 합리주의 건축물인 팔라초 델라 치빌타 이탈리아나(Palazzo della Civiltà Italiana)의 아치를 연상시키는 필기체 F 모양이라는 점이다. “이 로고는 글자라기보다는 여체의 윤곽과 거의 흡사한 그림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녀의 설명이다.
이런 곡선의 부드러움은 옐로와 화이트 다이아몬드, 핑크 스피넬로 이루어진 팔레트 안에서 잔잔하게 흐른다. 델레트레즈 펜디는 펜디의 유명한 바게트 백을 연상시키는 바게트 다이아몬드가 ‘로고 속 로고처럼’ 곳곳에 사용되었다고 말한다. 이런 디자인은 전통과 실험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그녀의 책임감에서 나온 것이다. “제게는 우리 가족의 전통을 지킬 임무가 있다고 믿어요.”
이런 전통의 연속성과 개방성은 오늘도 이어진다. 델레트레즈 펜디는 다섯 살배기 아들 쌍둥이가 자신의 주얼리 상자 속 보석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게 한다. “아이들은 까치처럼 반짝이는 것들을 좋아해요. 제 주얼리를 블록처럼 가지고 놀죠.” 그녀는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현재 열다섯 살인 딸 엠마는 연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모든 것이 돌고 돌듯이 그녀의 딸이 가족 사업에 참여해 영화계와 펜디의 오랜 인연을 이어갈 5세대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델레트레즈 펜디는 말한다. “엠마는 적어도 자신에게 공식 협찬 보석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잖아요.”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이렇게 펜디 가문의 이야기는 영역을 넓히며 계속된다. (VK)
- 글
- RACHEL GARRAHAN
- 사진
- ALESSIO BOLZ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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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N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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