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들이 패션 위크에서 선보인, 하의 실종만큼 대담한 트렌드
팬츠리스 트렌드만큼 대담한 스타일이 등장했습니다.
패션 위크의 또 다른 묘미는 쇼에 참석한 셀럽들의 룩을 살피는 일입니다. 어떤 공식 석상보다 옷이 주목받는 자리, 트렌드를 선도하는 이들의 선택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죠. 다가올 트렌드를 예측하는 지표가 되기도 하고요.
패션 위크가 정점을 향해 가는 지금, 셀럽들의 룩에서 유난히 자주 등장한 스타일링이 있었습니다. 이제 하체 대신 상체를 드러내기로 마음먹은 듯하죠. 지난겨울 인기를 끌었던 ‘누드 톱‘ 스타일링의 봄여름 버전 같기도 했고요.
지난 1일 2024 F/W 로에베 쇼에 참석한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입니다. 스웨터 몇 겹은 입어도 거뜬할 법한 더블 브레스트 블레이저 안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았죠. 단추를 잠그지도 않았고요! 함께 매치한 헐렁한 가죽 쇼츠 덕에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모델 조안 스몰스(Joan Smalls)도 발렌시아가 쇼에서 같은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녀의 몸을 덮은 건 싱글 브레스트 재킷과 볼륨감 있는 팬츠뿐. 극단적으로 과장된 어깨 라인과 어우러지며 드라마틱한 실루엣을 보여줬습니다.
트렌드로 실현될 가능성은 지금부터입니다. 깊이 파인 네크라인으로 ‘셔츠리스’ 스타일을 대신한 셀럽이 많았는데요. 디올 쇼에 참석했던 제니퍼 로렌스가 대표적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수트 베스트 스타일을 한층 도발적으로 만들었어요. 명치까지 푹 파인 디자인, 코르셋 버금가는 타이트한 핏으로 말이죠. 생 로랑 쇼에 참석한 릴리 콜린스도 비슷한 방법을 택했고요. 블레이저를 비롯해 수트 베스트까지, 모두 비즈니스 룩을 대표하는 아이템과 함께했다는 점이 재미있군요.
에밀리는 진작에 애용 중인 스타일링이었습니다. 푸마 쇼에서는 페라가모 재킷 지퍼를 위아래로 활짝 열었고, 파리에서는 꾸레주의 미디 드레스로 좀 더 과감한 실루엣을 연출했죠. 네크라인이 명치도 모자라 배꼽 바로 위까지 파여 있었거든요. 밑단에도 슬릿 디테일이 있었지만 롱부츠 덕분에 맨다리가 드러나진 않았습니다. 상체에 포인트를 제대로 준 거죠.
가장 솔깃한 룩을 선보인 건 지난 4일 파리에서의 소피 터너입니다. 블랙 코트와 연한 색 청바지, 무난한 스타일을 단숨에 센슈얼하게 만들었거든요. 벨트 바로 위까지 단추를 푼 블라우스로 말이죠. 쨍한 코발트 블루 빛깔과 자연스럽게 주름진 텍스처, 그 사이로 비치는 살결의 조화는 어떤 레이어링보다 감각적이었습니다. 우리의 피부도 스타일링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했죠.
하체에서 상체로, 자유의 영역을 또 한 번 확장한 패션계! 단순히 ‘노출’에만 초점을 맞추기엔 아쉽습니다. 이처럼 익숙지 않은 스타일을 받아들인다는 건 다른 문화나 여타 스타일에 대한 허용의 폭도 넓다는 걸 의미하니까요. 노출은 수많은 방식 중 하나일 뿐이죠. 이번 스타일이 다음 트렌드 실루엣이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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