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 지난’ 스니커즈, 멋스럽게 소화하는 법
1년이 넘도록 유행하는 ‘잘못된 신발 이론’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전체적인 무드와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신발을 의도적으로 매치할 때, 감각적이고 위트 있는 룩이 완성된다는 것이죠.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가 이 이론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지난 16일 금요일에 포착된 그녀의 모습입니다. 스파게티 스트랩 탱크 톱과 파라슈트 팬츠를 활용하며 영락없는 Y2K 스타일링을 선보였죠. ‘함께할 슈즈’로 정답에 가장 가까운 모델은 푸마의 스피드캣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유행하던 신발일뿐더러 평소 그녀가 여러 번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에밀리의 선택은 다소 괴기스러운 모양의 스니커즈였습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신발을 매치하며 한 끗이 다른 룩을 선보인 것이죠.
그녀가 선택한 것은 오클리와 브레인 데드가 함께 론칭한 브랜드, 오클리 팩토리 팀의 ‘플레시(Flesh)’ 슬립온이었습니다. 디자인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도발적인 파이톤 패턴과 울퉁불퉁한 밑창이 눈에 들어옵니다. 독특한 배색과 청키한 셰이프까지, 약 7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발렌시아가의 트리플 S가 연상됐습니다. 모두 한물갔다고 여기던 어글리 스니커즈를 활용해 멋스러운 룩을 연출하는 에밀리의 센스가 돋보였죠.
에밀리의 ‘잘못된 신발’ 매치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6월부터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 같은 플레시 슬립온을 신고 모습을 드러냈거든요. 당연하게도 룩의 무드는 매번 달랐습니다. 가장 따라 하기 좋았던 것은 캐주얼한 아이템과 어글리 스니커즈의 조합이었습니다. ‘샤데이의 음악을 들으세요’라는 위트 넘치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나 조츠를 활용하는 식이었죠.
트렌드 아이템에 ‘잘못된 신발’ 이론을 적용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에밀리가 보헤미안 스타일 화이트 스커트에 플레시 슬립온을 매치했거든요. 그녀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원피스에 운동화’ 조합을 응용한 룩이었습니다.
에밀리에 따르면, 단순히 효율적으로 멋을 내기 위해 ‘잘못된 신발’ 이론을 적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행이 지나 영원히 신을 일 없을 것 같던 신발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심폐소생술’의 일종이죠. 신발장을 열어 한동안 존재조차 잊고 있던 신발을 꺼내보세요. 요즘 내가 빠져 있는 룩과 몇 년 전 즐겨 신던 신발을 이리저리 조합하다 보면, 의외의 재미를 발견할 겁니다.
- 사진
- Getty Images, Instagram, Splash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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