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클래식하고 가장 세련된, 이 재킷
‘여성용 턱시도’가 최초로 등장한 것은 1966년입니다. 이브 생 로랑이 선보인 ‘르 스모킹’이 그 시작이었죠. 당시 상류층 남성에게만 허용되던 더블 브레스트 재킷은 이후 여성복의 클래식으로 자리 잡습니다. 이브 생 로랑은 “패션은 일시적이지만 스타일은 영원하다”는 명언을 남기며 더블 브레스트 재킷을 ‘스타일리시한 여성복’의 예로 꼽기도 했죠.
오랜 시간이 흘러 이제 안토니 바카렐로가 생 로랑을 이끌고 있지만, 더블 브레스트 재킷의 지위는 여전합니다. 지난 9월, 그가 선보인 2025 S/S 컬렉션만 봐도 알 수 있죠. 쇼 초중반부에 등장한 모델들은 하나같이 더블 브레스트 재킷에 와이드 수트 팬츠를 입고 있었습니다. 이브 생 로랑을 연상케 하는 안경과 함께 오랜만에 런웨이에 복귀한 벨라 하디드 역시 파워 숄더 블레이저를 걸치고 있었죠. 클래식한 것이 곧 가장 트렌디한 지금, 더더욱 시의적절하게 느껴지는 룩이었습니다.
스타일링 힌트 역시 넘쳤습니다. 안토니 바카렐로는 몇 가지 변주를 통해 더블 브레스트 재킷을 더 현실적으로 만들었죠. ‘포멀한 수트를 입을 때는 블레이저와 팬츠 컬러를 통일해야 한다’는 규칙을 깼을 뿐인데, 캐주얼 무드가 은근히 느껴지는 룩이 완성됐습니다. 타이를 셔츠와 함께 바지 속에 정갈하게 집어넣은 센스도 돋보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수트의 세계에서는 금기시되는 스타일링이거든요.
각종 아우터를 매치한 룩도 참고할 만했습니다. 지금 같은 날씨에는 더블 브레스트 재킷 위에 얇은 코트를 걸쳐도 좋겠군요.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을 법한 트렌치 코트를 활용하니 미니멀한 무드가 느껴졌고, 우아한 숄 칼라 코트를 얹으니 ‘조용한 럭셔리’에 어울리는 룩이 완성됐습니다.
더블 브레스트 재킷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길이가 엉덩이를 덮을 정도로 길다는 것입니다. 안토니 바카렐로는 이 디테일에 주목했죠. 의도적으로 크롭트 레더 재킷을 매치해, 레이어링의 묘미가 느껴지는 룩을 선보였습니다. ‘남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두 아이템이 만나자, 시너지 효과가 더 커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죠.
레더뿐만이 아니었습니다. 1950년대 파일럿이 입던 봄버 재킷 디자인을 차용한 아우터를 활용하기도 했죠. 어깨선은 레더 재킷과 마찬가지로 과장된 모습이었습니다. 브라운 컬러를 극한으로 활용한 톤온톤 스타일링 역시 눈에 들어왔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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