앳하트가 사랑스럽게 노래하는 10대의 고민
걸 그룹 ‘앳하트’가 10대의 고민과 혼란을 노래하며 데뷔한다. 6명의 소녀는 사랑스러운 하트 이모지와 땀 흘리는 연습실 사이에서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새 얼굴을 발견했다.

“매일 제가 멤버들한테 얘기해요. ‘얘들아, 이제 14일 남았어!’” 앳하트(AtHeart) 멤버 봄은 설레는 마음으로 매일 날짜를 세고 있다. 그러니까 오늘은 봄, 미치, 아린, 케이틀린, 서현, 나현으로 이뤄진 6인조 걸 그룹 앳하트가 데뷔하기까지 14일 남은 날이자 최초로 잡지 화보를 촬영하는 날이었다. 어제는 밤늦게까지 라이브 음악 방송 연습과 춤 연습을 했고 오늘도 촬영 끝나면 또 레슨을 받아야 한다. 촬영 내내 셀카 찍느라, 영상 찍느라, 춤추느라, 노래 따라 부르느라 바빴던 그들이, 모두의 클로즈업한 얼굴이 한 프레임에 잡힌 마지막 촬영이 끝나자 약속이라도 한 듯 모니터 앞에 모여 한참 동안 자신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새로운 그룹이 나왔을 때 사람들이 멤버 한 명 한 명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처럼.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만든 청춘 영화 <아웃사이더>(1983)의 소녀 버전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모두 데님 차림이었다. “배우 프로필 같아.” “나 은근 남성미 있다.” “오, 너 예쁘게 나왔다.” “이거 인쇄해서 가지고 다니고 싶다.” 왜 인쇄하고 싶은지 묻자 오니츠카타이거 티셔츠에 폴로 랄프 로렌 데님 재킷을 걸친 서현이 답한다. “저희 전부 다르게 생겼는데 그 모습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어요.”

NAHYUN




SEOHYEON

KATELYN

BOME

ARIN

MICHI


모든 아이돌 그룹이 그렇겠지만, 6명의 앳하트 멤버는 다른 얼굴, 목소리, 성격만큼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 오늘 시도한 데님 온 데님 스타일을 좋아한다는, 하와이 호놀룰루 출신의 미치는 따뜻하고 밝은 ‘알로하 스피릿’을 풍긴다. 집에는 반려계(반려닭)가 있으며 아빠가 양봉도 한다. 어떤 날은 며칠 동안 계속 무지개를 볼 수 있는 곳에서 살다 온 미치는 처음 서울에 왔을 때 사람들이 다 너무 바쁘고 급해 보여서 놀랐다고 회상했다.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닫힘 버튼을 계속 누르는 걸 보고 제일 놀랐어요. 하와이에서는 아무도 안 누르거든요.(웃음)” 스스로를 인구 6만 명도 안 되는 곳에서 왔다고 말하는 봄은 경남 거창 출신이다. “공기가 정말 좋아요. 서울에 와서 제일 충격받은 건 하늘이 하늘색이 아니라 회색인 거였어요. 건물도 엄청 높고요.” 웰던의 체크 셔츠를 입은 봄은 거창의 오홍(五紅, 다섯 가지 붉은 식재료)을 소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과, 오미자, 돼지고기, 소고기, 그리고 하나는··· 우리의 마음인가?” (알고 보니 마음이 아니라 딸기였다.) 충북 청주 출신으로, 아파트와 밭이 하나의 풍경이 되는 동네를 떠나본 적이 없었던 나현도 다른 의미로 서울이 신기하긴 마찬가지였다. “우리 집 주변에는 학교가 많아서 가방 메고 다니는 사람을 많이 봐요. 그런데 서울에는 학생보다 직장인이 많아서 신기했어요.” 필리핀 마닐라 남부 파라냐케에서 온 케이틀린은 강아지 20마리와 함께 지냈고, 형제자매가 6명이나 있다. 중국인이 많은 동네에서 살았으며, 때로는 친구들과 대형 쇼핑몰 모아(MoA)에 가서 스케이트도 타고 쇼핑도 했으며, 시간이 날 때면 가족과 클라크라는 도시로 로드 트립을 떠나곤 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학교 수업이 끝나면 늘 버스 터미널 1번 승강장에서 서울 가는 버스를 타고 댄스 수업을 받던, 강원도 원주 출신 조용한 아린과 중학교 때 서울에 있는 연기 학원을 오고 갔지만 “우리 집 주변에는 논이 있고 어딜 가도 다 논이었어요”라며 충남 태안을 고향으로 소개한 서현까지, 그렇게 앳하트의 멤버가 완성됐다.

앳하트는 마음, 심장, 사랑을 가리키는 ‘Heart’와 그 마음을 연결한다는 뜻의 ‘At’이 합쳐진 그룹명이다. 지난 5월 29일 발매된 하이퍼팝(Hyperpop) 스타일의 선공개곡 ‘Good Girl (AtHeart)’에서 그들은 세상과 만나기 전의 짧은 인사를 ‘디지털식으로’ 건넸다. “날 더 알고 싶어 내게로 조금 더 깊숙이 Link / 지금 바로 Tag me up 아직은 낯선 우릴 찾아나가 / 끝에 붙일게 Heart emoji / 금방 만날 거야 Good girl at heart.” 그들이 앳하트로 ‘태그’된 데는 약간의 행운 같은 우연과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링크’하며 노력한 시간이 함께 작용했다. 어렸을 때부터 발레, 탭 댄스, 뮤지컬, 훌라 댄스 등 여러 장르를 두루 거친 미치는 초등학교 때 블랙핑크와 스트레이 키즈를 좋아했고 친구와 재미로 보러 간 오디션에서 2차 오디션을 덜컥 약속받았다. 케이틀린은 방탄소년단의 ‘Dynamite’ 뮤직비디오를 보고 K-팝 아이돌이 되기로 다짐한 후 방과 후에 꼬박꼬박 노래와 춤 수업을 받았다. 어렸을 때부터 벨리 댄스와 발레를 하다가 중학교 때 스트리트 댄스에 빠진 아린은 친구들과 미야오의 ‘MEOW’ 노래에 춤을 춘 영상을 인스타에 올렸는데 그걸 본 지금의 소속사 타이탄 콘텐츠에서 연락을 해왔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3명의 여동생과 집에서 다 함께 노래하고 춤췄던 나현은 초등학교 때 공주 컨셉의 ‘꿈의 소녀’란 그룹을 만들 때부터 자연스럽게 아이돌을 꿈꿨다. 그가 제일 열심히 본 건 아이브의 ‘ELEVEN’ 음악 방송 직캠이다. 다섯 살 때부터 벨리 댄스를 배우고 음악 방송 무대를 꿈꾼 서현은 노래를 잘하고 싶어서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Dear Moon’을 부르는 아이유의 모습을 몇 번이나 다시 봤는지 모른다. 중학교 때는 ‘반지하 밴드(영화 <수상한 그녀>에 나오는 밴드 이름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때는 ‘헤어 밴드’에서 보컬을 하면서 터치드의 ‘Love Is Dangerous’부터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까지 다양한 노래를 불렀던 봄은, 늘 그렇듯이 학교 끝나고 집에 가자마자 노래 연습을 하고 집 화장실에서 백지영의 ‘거짓말이라도 해서 널 보고싶어’를 불러 올렸다. 그 영상을 본 지금 소속사가 DM을 보내왔다.


그렇게 좋아하는 춤과 노래를 하면서 데뷔를 준비했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 가장 궁금한 게 많고 어쩌면 혼란스럽기도 한 10대 6명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은 통증 같은 감각이 있었고, 놀랍게도 그 빈자리는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과정으로 채웠다. 미치는 부족한 한국어로만 말해야 하는 상황에서 겪은 기분을 털어놓았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모국어인 영어를 쓸 수 없어서 저의 일부가 사라진 것 같았어요. 근데 멤버들과 친해지고 한국어 실력이 조금씩 늘기 시작하면서 저의 인격이 다시 돌아온 느낌을 받았어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저에 대해 또 많이 알게 됐죠.” 30일간의 방학 기간 중 27일을 집에서 보냈다는 내향적인 성격의 봄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전 너무 작은 곳에서 살기도 해서 서울, 그리고 연습생 생활이 익숙하지 않았어요. 예전과 다른 저의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는 ‘나를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 근데 그것도 저의 모습이고, 결국엔 알아가야 할 저의 모습이라고 여기게 됐어요.” 8월 13일에 공개된 그들의 첫 EP <Plot Twist>에 수록된 동명의 타이틀곡 ‘Plot Twist’에서는 이렇듯 복잡하고 헷갈리는 10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곡의 전개도 아카펠라에서 EDM으로, 그리고 다시 아카펠라로, 감정도 들떴다가 슬펐다가 짜증 났다가 즐거웠다 휘몰아치듯 변화한다. 3번 트랙 ’Dot Dot Dot…’은 ‘…’ 뒤에 숨은 멤버들의 고민이 반영된 곡이고 새로운 나를 얘기하는 4번 트랙 ‘Knew Me’는 서현의 말대로라면 “멤버들의 목소리에서 설렘과 울컥함이 느껴지는 곡”이다.


시간이 밤을 향해 가면서 이제 곧 데뷔일이 13일로 하루 줄어들게 된다. 멤버들은 데뷔 얘기만 나오면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엔딩 포즈를 열심히 준비해봐도 특유의 긴장감과 설렘은 줄지 않는다. “첫 음방 나간다는 생각만 해도 진짜 행복해요.”(미치) “열심히 연습하고 있지만 우리가 모르는 어떤 일이 예기치 않게 발생하지 않을까 싶어 설레기도 하고 긴장돼요.”(케이틀린) 앨범이 나오면 사인해서 부모님께 갖다 드리고도 싶고, 친구들에게 어떤 곡이 제일 좋은지 물어보고 싶고, 다 같이 모여서 앨범 패키지를 열어보는 ‘언박싱’도 해보고 싶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대되는 건 한 번도 본 적 없는 팬과의 만남이다. “아직까지 한 번도 마주한 적이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너무 신비로운 존재예요. 어떤 분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아요.”(봄) 아린은 오래전부터 상상해온 “무대에 올라갔을 때 팬들이 ‘와아’ 하고 함성을 질러주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고, 나현은 꿈의 시작점이었던 “스테이씨가 ‘Teddy Bear’를 불렀을 때 모두가 그 노래를 따라 부른 장면”을 계속 떠올린다. 들뜨고 설레던 분위기가 갑자기 바뀐 건 이런 바보 같은 질문을 한 후부터였다. “데뷔 후 멤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나요?”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나현을 봄이 챙겨준 얘기부터 시작해 케이틀린이 안무 연습으로 힘들어할 때마다 멤버들이 늘 옆에 있었고 열심히 도와줬다는 얘기를 하자 몇몇 멤버들이 눈물을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눈물을 닦으면서 “웃기잖아요. 지금 울면 웃기잖아요”라는 봄의 말에 보다 못한 미치가 멤버들끼리 모여 있을 때 자주 한다는 텔레파시 게임을 제안했다. 지금 먹고 싶은 음식은 하나 둘 셋? “불닭볶음면!” “샌드위치!” “김치찌개!” “피자!” 10년 뒤 갑자기 한 장소에서 만난다면 하나 둘 셋? “오키나와!” “회사!” “숙소!” “아니, 오키나와 너무 멀잖아.” “우리 추억이 가장 많이 담겨 있는 장소가 회사긴 한데 회사는 좀 그럴 것 같아서 숙소라고 얘기한 건데.” 뭔가 아쉬운지 누군가 제안한다. “포즈로 다시 해보는 건 어떨까요?” 아니, 오늘 밤새 해도 같은 답은 못 들을 것 같다. 그만큼 다른 그들은 스스로를 이모지로 표현해달라는 요청에 각자 다 다르게 다음과 같이 보내왔다. 무슨 뜻인지 한번 추리해보실 분? VK
아린: 💃🥶🫡🤩❤️
미치: ⛄️🏃♀️💞
서현: 😛👽🤫🤖😘
케이틀린: 🐶✈️🎬
나현: 🙈🌻⏰😍
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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