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도 징조도 없이, 충격적인 ’기습 이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브 시몬스(Eve Simmons)는 결혼 6개월 만에 남편으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습니다. 이혼을 원한다는 거였죠. 처음에는 그저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들은 불과 반년 전에 완벽한 결혼식을 올렸고, 최근에는 멕시코에서 두 번째 허니문을 보냈거든요. 매일 저녁 해변에서 로맨틱한 식사를 즐겼고, 피임 없이 성관계도 가졌습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시몬스의 마음은 하루아침에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생을 함께하겠다고 약속한 사람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혼자인 삶에 적응해 나가야 했습니다.

“이혼이란 40대나 50대, 아이가 있고 함께 양육해야 하며 공동명의의 집을 가진 사람들에게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당시 31세였던 시몬스의 말입니다. “이제 막 인생을 함께하기로 한 사람에게도 이혼이 일어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죠. 제 세계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어요.” 이별을 정리하는 데는 몇 달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금전적 갈등도 있었습니다.
얼마 후 시몬스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이혼 사실을 ‘커밍아웃’했습니다. 동시에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있는지 묻는 글도 올렸죠. 반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압도적이었습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무 예고도 없이 오랜 연인에게 버림받은 또래 여성들의 메시지가 쇄도했거든요. 엄청난 반응에 놀란 시몬스는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초 출간된 그녀의 책 <그녀가 이후에 한 것들: 갑자기 삶이 X됐을 때(What She Did Next: What To Do When The Life You Planned Is FXXked Up>는 회고록인 동시에 아내를 ‘기습적으로’ 떠난 남편들에 대한 문화적 탐구입니다.

“이별로 향하는 긴 전조도, 불만이 쌓이는 하루하루도, 심지어 섹스리스 기간조차 없었습니다. 오히려 서로를 여전히 사랑한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이죠. 결혼식 직후, 허니문, 심지어는 끔찍하게도 임신 중에 말예요.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젊은 부부 사이에서요.” 그녀의 책에 담긴 내용 중 일부입니다.
비슷한 경험을 책으로 풀어낸 사람은 또 있습니다. 지난해 5월, 음식 전문 작가 비 윌슨(Bee Wilson)은 남편이 갑작스럽게 가정을 떠난 후 겪은 상실감 그리고 결혼 생활에 대한 성찰을 담은 에세이집 <하트 모양 틴케이스(The Heart Shaped Tin)>를 출간했습니다. 뉴욕의 벨 버든(Belle Burden) 역시 같은 일을 겪었습니다. 낯선 사람으로부터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전화를 받은 그녀는 결혼이 끝났음을 알게 되죠. 따져 묻자 남편은 공동 소유였던 집의 열쇠를 건네주고 자식들에 대한 단독 양육권을 그녀에게 넘겨줍니다. “난 행복하다고 믿었는데, 아니었던 것 같아. ‘우리’의 삶을 원한다고 믿었는데 아니었어. 뭔가 스위치가 꺼진 것 같아. 이제 끝이야.” 남편이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남긴 말이었죠. 버든은 <뉴욕 타임스>의 연애 섹션인 ‘모던 러브’에 결혼의 붕괴를 다룬 에세이를 기고했고, 곧 <낯선 사람들(Strangers)>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예상치 못한 이혼은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시몬스가 지적하듯,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이혼의 모습과는 꽤 다르죠. 우리는 오래전에 끝난 관계에 완벽한 법적 종지부를 찍는 것을 이혼이라 여깁니다. 이미 죽어버린 관계의 느린 종착점으로 보는 것이죠. 양쪽 모두 끝이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알고요. 하지만 현실은 다소 다릅니다. 이혼은 사실 결혼 초기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해요. 특히 결혼 후 4년에서 8년 사이에 급증하죠. 또 생각보다 흔합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혼인 대비 이혼 비율은 약 41%거든요. 잉글랜드와 웨일스도 비슷한 수준이고요.
대중적으로 크게 회자되는 이혼 사례들은 종종 ‘무정한 남자가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를 떠난다’는 전형을 따릅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실제로는 여성이 먼저 이혼을 신청하는 사례가 여전히 더 많다고 해요. 물론 그중 얼마나 많은 수가 ‘기습 이혼’인지는 알 수 없지만요.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더라면 애초에 결혼 자체를 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지난 50년 동안 결혼율이 감소한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죠. 과거에 비해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워낙 많아졌으니 말이죠.

결혼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경우, 이혼은 ‘남의 이야기’일 뿐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어쩌면 일종의 상호적 착각일지도 모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기거나, 상대의 진짜 모습에 흐린 눈을 한 채 결혼식장에 입장합니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이 ‘기습 이혼’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하죠.
“본질적으로 ‘가짜 자아 간 결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태예요.” 작가이자 정신분석 치료사인 수잔나 압세(Susanna Abse)의 말입니다. 즉, 결혼을 약속한 두 사람이 진짜 자신이 아닌 다른 자아를 들고 왔기 때문에 둘 사이 관계가 온전히 연결되지 못한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결혼 생활에서 보여주는 데 서툴러요. 어떻게 보면, 실제가 아닌 결혼을 만들어내는 거죠. 서로의 내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결코 공유하지 않아요. 그러다 결국 터져버리게 되는 겁니다.”
압세는 30년 넘게 심리치료를 해오며, 말 그대로 흔적도 없이 남편이 사라진 여성들을 많이 만났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이 현상이 어느 정도 ‘회피형 애착’과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최근 연애 관련 담론에서 과도할 정도로 자주 소비된 개념이지만, 이런 ‘기습 이혼’에서는 회피가 분명히 작용한다는 것이죠.
시몬스는 성별에 따른 차이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남자들은 해결 중심적으로 사고해서, 해결책을 내놓기 어려울 때면 아예 말을 하지 않는 일이 많아요. 굉장히 회피적이죠.” 시몬스의 말입니다. “요즘 남자들은 공격적으로 보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크기 때문에, 감정이 상했을 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어려워해요.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어느 순간 크게 폭발해버리는 거죠. 여자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일처럼 느껴지지만, 남자는 그동안 계속 쌓아온 거예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말이죠.”

시몬스와 압세는 이런 ‘기습 이혼’ 뒤에는 관계를 새롭게 되짚어보는 과정이 뒤따른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놓쳤던 미묘한 신호들을 뒤늦게 발견하는 것이죠. 처음에는 갑작스러운 폭발처럼 느껴지지만, 돌이켜보면 오랫동안 수면 아래 끓어오르던 문제가 발현된 경우가 다수입니다. 어느 한쪽이 혹은 양쪽 모두가 직접 문제와 맞서기를 거부한 대가죠. “이런 갑작스러운 일은 종종 두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진짜 문제를 회피해왔기 때문에 발생해요. 어느 정도 문제를 무시하는 ‘협력’을 한 것이죠.” 압세의 말입니다. “의식적으로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떤 수준에서는 서로 눈을 감고 외면해온 거예요.”
현재 시몬스는 당시의 ‘기습 이혼’이 인생에서 가장 잘된 일이었다고 말합니다. 계획한 삶이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고 해서, 결코 망한 건 아니라고 말이죠. 이혼 후 그녀는 앱을 통해 새로운 파트너를 만났고, 2025년 아들 엔조를 낳았습니다. “돌이켜보면 가장 끔찍한 건, 제가 그 결혼을 계속 유지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죠. 그랬다면 정말 비참했을 거예요. 아마 그 남자와 아이를 가졌을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절대 행복하지 못했을 테죠.” 시몬스의 말입니다. “되짚어보면, 사실 그에게 감사한 마음이에요. 제가 절대 하지 못했을 일을 그가 해줬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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