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나무, 빛으로 빚은 불멸의 리듬: 한국 추상미술 1세대 회고전 3
자신만의 추상 언어로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밝힌 거장들이 돌아왔습니다. 격동의 역사 속에서도 사그라지지 않았던 이들의 예술적 불꽃은 무엇을 비추게 될까요?
가장 정직한 추상의 언어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1916~2002)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회고전이 열립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새롭게 시작하는 ‘한국 근대 거장전’ 시리즈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이번 전시는 1930년대 일본 유학 시기의 아방가르드 실험작부터 1999년 절필작까지, 작가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작품 17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유영국에게 ‘산’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자연이 아니었습니다. 강렬한 원색과 절제된 기하학적 구성을 통해 구축된 그의 산은 존재와 시간, 정신의 균형을 사유하게 하는 상징적 공간이죠. 전쟁과 가난이라는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추상미술이라는 당대의 전위적 예술을 삶으로 실천했던 그의 캔버스는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직관과 회화 행위가 지닌 본질적 가치가 무엇인지 묻게 합니다. 태오양 스튜디오가 디자인한 전시 공간과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방송인 피터 빈트가 참여한 오디오 가이드를 따라, 굽이치는 능선 너머 작가가 도달하고자 했던 명상적 세계를 경험하세요. 10월 25일까지.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예매 무료입장 인스타그램 @seoulmuseumofart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생명의 숨결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
유영국이 캔버스 위에 내면의 산을 세웠다면, 조각가 김윤신은 나무와 돌 속에서 생명의 리듬을 찾아냈습니다. 호암미술관에서 6월 28일까지 열리는 그의 대규모 회고전은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로서 그가 개척해온 70여 년의 여정을 조명합니다. 김윤신은 1970년대 한국 모더니즘 조각 전개에 이바지한 근현대 미술의 증인이자, 글로벌 모더니즘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동시대 작가입니다. 그녀는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한 후 1960년대에 파리에서 석판화를 전공하고, 1973년에는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등 한국 미술계의 중견 작가로 자리매김했죠. 그랬던 그녀는 1983년 갑자기 모든 기반을 내려놓고 아르헨티나로 이주했습니다. 이는 그녀의 삶에 예술이 어떤 존재인지 보여주는 사건이었죠. 김윤신은 작가와 재료가 하나 되어 작품이 탄생한다는 뜻의 작업 이념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에 따라 나무가 많은 남미의 자연에 머물며 40년간 창작에 몰두했습니다. 그동안 그녀의 동양적 사유에는 남미의 원초적 생명력이, 현대적 추상 언어에는 아르헨티나 원주민 마푸체(Mapuche) 부족의 원시적 조형 언어가 녹아들어 그녀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가 탄생하게 됩니다. 이번 전시는 파리 유학 시절의 석판화부터 1970년대 작업 이념 형성기의 ‘합이합일 분이분일’ 시리즈, 아르헨티나 이주 후의 역동적인 나무조각과 돌조각, 작가가 ‘회화-조각’이라 명명한 최근작 ‘노래하는 나무 2013-16V1’(2025) 등을 선보입니다. 17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지역과 문화의 경계를 넘어 세계적으로 확장된 한국 모더니즘의 정수를 만나보세요. 장소 호암미술관 예매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leeummuseumofart




천지에 뿌려진 마음의 등불
<방혜자: 천지에 마음의 빛 뿌리며 간다>
평생에 걸쳐 빛을 사유한 ‘빛의 화가’ 방혜자(1937~2022)의 삶과 예술을 총망라하는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개최됩니다. 그녀의 추상미술에 대한 관심은 1950년대 후반 유영국과 김병기가 운영하던 현대 미술 연구소에 다니며 시작됐죠. 이후 1961년 국비 유학생 1호로 프랑스로 건너가 동서양 예술 사이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화풍을 빚어냈습니다. 방혜자에게 빛은 물리적 현상을 넘어 생명의 근원이자 마음의 빛, 우주의 에너지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 빛을 표현하고자 하는 열망은 벽화와 판화, 스테인드글라스라는 매체의 끊임없는 변화와 프랑스 남부 루시용의 붉은 흙, 한지의 재발견이라는 재료의 진화로 이어졌죠. 또한 화면 뒤에서 색을 칠해 앞으로 배어 나오게 하는 한국 전통 회화의 ‘배채법(背彩法)’을 부직포에 적용한 작품은 추상적 공간감을 형성, 빛의 입자들이 지금도 화면 위에서 공명합니다. 작가의 이러한 전 지구적 모더니즘이 인정받으며 2022년 프랑스 샤르트르 대성당에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4점이 영구 설치되기도 했습니다. 전시에서는 스테인드글라스 연작 중 하나인 ‘빛의 탄생’ 재현작을 비롯해, 국립 퐁피두 센터와 파리 시립 세르누치 박물관 등이 소장한 국내 미공개작 등 총 67점의 걸작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9월 27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예매 현장 구매 2,000원 인스타그램 @mmcakorea




- 포토
- 서울시립미술관, 호암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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