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자로가 저를 치유해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결국 그렇게 됐죠

2026.06.13

마운자로가 저를 치유해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결국 그렇게 됐죠

2kg 감량, 규칙적인 생리 주기의 회복, 그리고 삶의 질 개선.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다. 체중과 건강, 그리고 자기 몸을 바라보는 시선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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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년 동안 매일 피를 흘리며 산다는 것, 상상해본 적 있나요? 저는 실제로 겪어봤어요. 2023년 가을, 몸에 이상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원래 생리 주기도 규칙적이고, 3~4일 내외로 끝났거든요. 그래서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생리 기간이 점점 늘어나더라고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점점 심각해졌어요. 결국 저는 마지막 생리가 언제 시작됐는지조차 정확히 말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죠. 생리가 길어진 게 아니라, 그냥 계속 피가 나왔거든요. 어떤 날은 흔적만 남는 정도였는데, 또 어떤 날은 응급실에 전화를 걸어 출혈량이 얼마나 위험한 수준인지 물어봐야 할 정도로 심했어요. 생리용 속옷을 매일 입는 삶에 적응하고, 스스로 이 상태를 영원한 생리라고 불렀을 무렵, 산부인과를 찾았어요.

원인을 찾기 위한 긴 여정

처음 혈액검사 결과를 확인했을 때, 자궁내막증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어요. 반가운 소식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계속 나를 괴롭히던 증상에 이름을 붙일 수 있다는 사실만은 큰 위안이 되었죠. 그런데 추가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는 또다시 낙담하고 말았어요. 골반 초음파와 내분비내과 진료를 거친 뒤 의사들은 자궁내막증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 거라고 말을 바꿨죠. 낭종도 발견되지 않았고, 과거 생리 이력 역시 정상적이었기 때문이에요.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던 거죠. 그러던 중 한 의사가 해결책을 제시했어요. “체중을 22kg 정도 감량해보세요”라고 말이에요. 그 말과 함께 저는 GLP-1 비만 치료제인 젭바운드(Zepbound, 한국 출시명은 마운자로) 처방전을 받았어요.

솔직히 말해 화가 났어요. 그동안 수많은 진료실에서 들은 말이 떠올랐어요. 심지어 눈이 아파 병원을 찾았을 때조차 체중을 감량하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죠. 체중이 늘어난 뒤 처음으로 명확한 건강 문제를 겪고 병원을 찾았는데, 결국 돌아온 답이 살을 빼라는 거라니,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더구나 저는 오랫동안 식이 장애와 싸워왔고, 이제야 있는 그대로의 몸을 받아들이는 데 적응했으니까요. 있는 그대로의 체형을 받아들이자는 내용의 책까지 출간했는데 말이죠. 그런 저에게 체중 감량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선택지였어요.

믿을 수 없는 약

그 당시 저는 GLP-1 계열의 약물에 회의적인 편이었어요. 오젬픽이나 젭바운드 같은 약이 지나치게 간편한 해결책처럼 느껴졌거든요. 인간의 몸과 식욕,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복잡한 과정을 건너뛰게 만드는 지름길처럼 보였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죠. 체중 감량을 반드시 운동이나 식이 조절 등 특정한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은 어디서 생겨난 걸까? 그리고 그 모호한 도덕성 때문에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치료를 거부하는 게 과연 합리적인 선택일까? 여러 고민 끝에 결국 젭바운드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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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과 다른 경험

약을 맞기 전에는 식욕을 아예 잃는 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기쁨, 요리하는 즐거움, 친구들과 식사를 나누는 행복을 포기하는 대신 체중이 줄어들 거라고 말이죠. 그런데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달랐어요. 식이 장애를 경험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음식 소음(Food Noise)은 분명 줄어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집에서 라비올리를 만들고,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하고, 여행 중에는 인앤아웃 버거를 즐겼죠. 심각한 부작용도 없었어요. 오히려 예전에 ADHD 치료제 복용량을 늘렸을 때 경험한 식욕 감소와 무기력감이 지금보다 훨씬 심했거든요.

그리고 정말로 달라진 몸

젭바운드를 사용한 지 1년이 지났어요. 그동안 약 22kg을 감량했죠. 그리고 놀랍게도 의사가 예측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어요. 약 4개월 전부터 영원한 생리가 드디어 멈췄거든요. 체중이 늘기 전의 규칙적인 생리 주기를 되찾으면서 삶이 비로소 원래대로 돌아가기 시작했죠. 평범한 속옷을 입을 수 있게 되었고, 수영도 할 수 있고, 찜질방에도 갈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전히 화가 나요. 어떤 증상이든 체중을 감량하라고 했던, 비만을 혐오하는 게 아닌가 의심했던, 그 의사들의 조언이 실제로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죠.

저는 아직도 뚱뚱해요. 앞으로 체중이 더 줄어든다 해도 여전히 뚱뚱할 가능성이 높죠.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어요. 혹시 나는 스스로를 ‘정당한 이유로 약을 사용하는 사람’으로 포장하고 있는 건 아닐까? 체중 감량을 원하는 다른 사람들과 나를 구분하며 무의식적으로 선을 긋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정말로 몸의 다양성과 해방을 지지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직도 답을 모르는 질문이 많이 떠올라요. 앞으로 얼마나 오래 약을 사용할지, 약을 중단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비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알 수 없어요. 다만 이번 경험을 통해 한 가지는 분명히 배웠어요. 누군가에게는 이 약이 다이어트 수단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의 질을 회복하는 치료가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때로는 이 두 가지 모두 동시에 벌어질 수도 있다는 걸 말이죠.

김주혜

김주혜

프리랜스 에디터

프리랜스 에디터로 뷰티를 중심으로 패션, 라이프스타일까지 폭넓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2014년 <메종 마리끌레르>의 뷰티 에디터로 시작해 <더네이버> 매거진을 거쳐 <신세계> 매거진 뷰티 디렉터, HLL중앙의 광고대행사 ‘스튜디오닷’ AE를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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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ma Specter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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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ww.vog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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