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화이트

원색 컬러와 강렬한 아트 프린트가 봄 세상을 지배한 가운데, 한쪽에선 화이트를 옹호하는 세력 또한 만만치 않다. 여전히 무한대의 매력을 자랑하는 봄날의 화이트!

화이트 트위드 반팔 재킷과 미디 스커트를 레이어드한 듯한 롱스커트, 진주 목걸이와 팔찌, 슈즈는 모두 샤넬(Chanel).

화이트 하면 연상되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눈부시게 빛나는 설원, 살살 녹는 솜사탕, 푸른 하늘의 뭉게구름, 화가의 텅 빈 하얀 캔버스, 간호사의 빳빳한 제복, 신부의 바스락거리는 면사포, 백옥같이 깨끗한 피부… 바야흐로 봄. 겨우내 유행했던 칙칙한 검정과 잿빛을 벗어나 화이트가 시작되는 계절이다. 아무리 비비드한 컬러와 프린트, 특히 온갖 아티스틱 프린트가 패션의 ‘대세’라곤 하지만, 화이트의 몽환적인 듯 부드럽고 순결한 듯 날카로운 유혹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솔직히 화이트만큼 여자들의 얼굴을 환하게 만들어주는 컬러가 또 있던가!

팬츠 수트든, 셔츠와 블라우스든, 드레스든, 화이트는 언제 어디서든 깨끗하고 단아하고 우아한 표정을 만들어낸다. 그중 70년대 패션 아이콘 비앙카 재거가 생트로페에서 열린 결혼식에서 웨딩드레스 대신 선택한 이브 생로랑의 화이트 수트는 화이트 룩의 절정이었다. 그녀는 미니멀한 디자인의 도회적인 수트에 면사포를 씀으로써 화이트의 결정적 순간을 선사했다.



아트와 컬러, 프린트로 뒤덮인 올봄 컬렉션에서도 화이트는 꽤 매력적인 모습으로 곳곳에서 목격된다. 브라사이의 그래피티와 강렬한 원색 무드 셀린 컬렉션의 안구 정화를 위해 피비 파일로는 화이트 니트 룩을 슬쩍 끼워 넣었고, 역동적인 아프리칸 무드로 컬렉션을 빼곡히 채운 사라 버튼의 알렉산더 맥퀸은 중간중간 화이트 컷 아웃 원피스와 프린지 드레스로 숨통을 틔게 했다. 정확한 균형 감각이 돋보였던 알렉산더 왕의 발렌시아가는 새틴 칼라에 오간자 소재로 재단된 화이트 롱 재킷으로 아카이브 유산을 멋지게 재현했고, 르 스모킹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스텔라 맥카트니의 매니시한 화이트 수트는 역시나 매력적이었다. 그뿐이랴. 샤넬 아카이브를 연상시키는 발맹의 퀼팅과 깃털, 체인 장식 화이트 미니 드레스, 80년대 무드의 톰 포드 화이트 퀼팅 가죽 바이커 룩, 발레리나 튀튀처럼 섬세하고 우아했던 로샤의 화이트 드레스와 니나 리치 화이트 레이스 원피스, 입체적인 비즈 장식의 마르니 화이트 스커트 등등. 물론 화이트를 봄컬렉션에 즐겨 끌어들이는 디자이너는 따로 있다. 신중한 모더니스트, 캘빈 클라인의 프란시스코 코스타는 근사한 프린지 장식 화이트 시폰 드레스를, 70년대 무드로 가득했던 프로엔자 스쿨러의 쇼엔 부드러운 저지 소재 화이트 드레스가 역시나 등장했다, 나르시소 로드리게즈의 네모반듯한 미니 원피스 또한 화이트의 낭만과 날카로움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었다.

결국, 올봄에도 우리 여자들은 화이트의 고귀하거나 날카롭거나 우아한 아름다움에 푹 빠질 게 분명하다. 스타일링은 자유! 누구는 화이트 셔츠에 화이트 팬츠 수트로 당당한 커리어우먼이 될 것이고, 누구는 슬립 드레스에 화이트를 더해 아주 우아한 이브닝 여신이 될 것이다. 좀더 어린 숙녀라면 구멍이 송송 뚫린 화이트 레이스 미니 드레스를 선택하면 된다. 봄만 되면 화이트 셔츠만 입게 되고 화이트 팬츠, 화이트 샌들에 절로 눈이 간다면 당신은 이미 화이트 중독자. 여기에 강력한 트렌드인 화려한 컬러와 프린트를 더하는 건 선택 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