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벨바그 거장’ 장 뤽 고다르 감독, 잠들다
프랑스 영화의 ‘새로운 물결’이 멈췄습니다. 1950년대 말 기존 영화 문법에 저항하며 프랑스 영화계에 ‘누벨바그(Nouvelle Vague, 새 물결)’를 이끌었던 영화감독 장 뤽 고다르가 91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13일 고다르 감독은 스위스 로잔 인근 롤레의 자택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망했습니다. 가족에 따르면, 그는 스스로 세상을 떠나기를 원했으며 스위스의 법적 지원 아래 합법적인 안락사(Assistant Suicide)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부유한 파리지앵 가정에서 태어난 고다르는 부유층 자제였습니다. 하지만 타고난 반항아였죠. 파리 소르본대학을 중퇴한 뒤 그는 파리 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영화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당대를 이끈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과 클로드 샤브롤, 에릭 로메르 같은 이들과 만나 영화에 대해 토론했죠. 당시 이들이 3년 동안 본 영화만 2,000여 편에 이른다고. 이들은 영화의 장르와 스타일, 형식, 문법을 이해하기 위해 열띤 토론을 펼쳤고, 자신이 분석한 것을 영화 잡지 <카예 뒤 시네마>에 기고했습니다.
제대로 돈벌이를 하지 못했던 그는 삶이 어려워지자 댐 공장에서 일하고, 영화사에서 홍보 일을 맡기도 했습니다. 일을 하는 동안 첫 영화 <콘크리트 작전>을 찍기도 했죠. 1960년 이후 그는 영화를 10편 넘게 만들었지만 흥행에 성공하거나 돈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의 재정 지원을 통해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었죠.
끝없는 노력 끝에 고다르는 마침내 1960년 <네 멋대로 해라>로 센세이셔널한 데뷔를 치렀습니다. 파리의 거리에서 삼각대 없이 핸드헬드로 촬영한 이 작품은 참신한 시도로 가득했습니다. 배우가 관객에게 말을 건다거나, 하나의 연속된 샷에서 액션이 시간에 맞춰 앞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점프 컷 등은 전에 없던 시도였죠. 이 작품으로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으며, 프랑스 누벨바그 사조의 신호탄을 알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후 <여자는 여자다>, <비브르 사 비>, <기관총 부대>, <사랑과 경멸>, <미치광이 피에로>, <중국 여인> 등 많은 영화를 발표했습니다. 초창기에는 대본 없이 찍거나 파격적인 연출의 영화를 선보였다면, 후반기에는 스타일리시하고 팝아트적이면서도 정치적 급진주의가 드러나는 영화를 제작했습니다. 혁명, 투쟁… 그가 영화를 통해 외친 것들이지만, 결국 그마저도 포기하고 다시 예술성이 짙은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고다르의 영화는 늘 ‘새롭다’는 평을 받았고, 영화 팬들은 “고다르의 스타일이란 스타일이 없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영화가 단순히 이야기를 실어 나르는 수단이 아니라, 예술적인 언어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일생을 바친 진정한 영화인이었죠.
고다르는 2011년 미국 아카데미 평생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2014년 <언어와의 작별>로 칸영화제에 초청받고, 2018년에는 <이미지 북>으로 다시 한번 칸을 방문하며 말년까지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불과 2년 전인 2020년까지도 각본을 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다르 감독이 사망하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의 ‘국보’가 사망했다며 애도했습니다. 영화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트위터를 통해 “고마워요, 마에스트로”라고 언급했으며,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슬프고 슬프다. 고다르의 사망은 엄청난 슬픔”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누벨바그의 마지막 생존자 고다르가 떠나면서 위대한 한 시대가 막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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