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스타일로 뒤덮일 2024년
우리는 이제 막 2000년대 Y2K 트렌드를 지나왔습니다. 돌고 도는 패션 세계, 지금 디자이너들은 그보다 먼 1990년대로 시곗바늘을 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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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를 휩쓸던 Y2K 패션이 아득하게 느껴지는 건 아마 올해 번쩍 고개를 든 조용한 럭셔리와 올드 머니 트렌드 때문일 겁니다. 시대를 초월한 절제된 스타일로 2000년대의 화려함에 다소 피로감을 느끼던 이들을 얌전히 달래주었죠. 그렇게 우리는 이 두 트렌드로 미니멀 패션의 매력을 맛보기 하듯 엿봤습니다. 물론 ‘미니멀리즘의 아류’에 불과하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었지만요. 시즌 내내 1990년대 미니멀리즘을 상징하던 슬립 드레스 같은 아이템이 하루걸러 ‘귀환’이라는 단어와 함께 등장하며 쉬지 않고 패션계의 문을 두드려댔죠.
그리고 2024 S/S 컬렉션, 몇몇 디자이너가 본격적으로 이 시절을 들여다본 듯하더군요. 하지만 그 전에 1990년대 미니멀리즘 패션부터 살짝 감상해봅시다. 럭셔리 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던 그 시절, 오로지 옷에만 집중하던 순수함과 낭만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미니멀리즘 패션은 ‘최소한의 단순한 요소를 조합해 큰 효과를 내는 옷차림’을 뜻합니다. 헬무트 랭, 캘빈 클라인, 프라다, 질 샌더 등은 1990년대 미니멀리즘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죠.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전하는 하우스지만 ‘단순함’은 당시 이들의 공통된 주제였어요. 현란함은 걷어내고 직물의 텍스처를 내세운 슬릭한 실루엣, 무채색과 직선적인 라인으로 우아함을 말하곤 했죠. 도회적이었습니다.
자, 이제 최근 컬렉션을 살펴볼까요?
아크네 스튜디오는 1990년대 색조를 가져왔습니다. 탱크 톱과 슬릿 디테일의 맥시스커트 세트로 실루엣까지 잘 재현해냈죠. 맥시멀한 디테일을 내세우곤 했던 16알링턴은 한층 여유롭고 느슨해진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회색빛의 하이컷 스트레이트 드레스가 이를 가장 잘 설명해주죠.
아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상드르 마티우시(Alexandre Mattiussi)는 “패션과 사랑에 빠졌던 1990년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2024 S/S 맨즈웨어 컬렉션은 1990년대의 전형적인 테일러링을 따르고 있었죠. 비율에 집중하고, 기교는 최소화했습니다. 스팽글 스커트마저 얌전해 보였으니까요.
피터 도의 헬무트 랭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베이지 버튼다운 셔츠와 청바지를 매치한 룩, 스파게티 스트랩을 길게 늘어뜨린 블랙 드레스 등 간결한 실루엣을 따랐죠. 물론 1994 F/W 컬렉션이 떠오르는 디테일도 반가웠지만요.
꾸밈없이 아름다운 이 스타일, 결국 ‘성공한 사람, 부자처럼 보이는 옷차림’으로 치우치고 만 조용한 럭셔리, 올드 머니 스타일과는 달라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쇼핑이 아닙니다. 셔츠는 셔츠로, 바지는 바지로, 아이템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대할 수 있는, 담백한 마음이 먼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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