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빠르게 익혀두는, 2024 슈즈 트렌드
브리티시 <보그>에 의하면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에서 공개된 이번 2024 S/S 쇼와 프레젠테이션은 총 230개입니다. 공개된 룩은 9,584개. 무려 1만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숫자죠. 등장한 신발의 개수도 딱 그만큼이란 이야기입니다.
모양도, 컬러도 다양하다는 말이 모자랄 정도로 제각각이지만, 텔레파시라도 통한 듯 비슷한 아이디어를 담아낸 하우스들이 있습니다. 가장 쉽게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죠. 누구보다 발 빠르게 그 트렌드를 예견한 브리티시 <보그>의 리스트를 바탕으로 살펴봤습니다.
거대해서 아찔한, 플랫폼
플랫폼이 더 만만치 않아졌습니다. 더 거대하고 두툼한 두께로 등장했죠. 덕분에 특유의 투박한 무드에 아찔한 기운까지 더해졌습니다. 구찌, 로베르토 카발리, 몰리 고다드는 한술 더 떠 미니스커트와 쇼츠로 효과를 극대화했습니다.
긴장은 내려두고, 슬리퍼
때아닌 방학을 맞이한 발들도 있습니다. 플립플롭과 샌들 밑창은 지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얇고 가늘었어요. 더 로우는 호텔 방에서 막 나온 듯한 슬리퍼를 내놓았고, JW 앤더슨의 슈즈는 당장 휴가를 떠나고 싶게 만들었죠.
더 앙큼해진, 키튼 힐
올해 가장 성공적으로 돌아온 키튼 힐! 발렌티노, 디올, 프라다 같은 굵직한 브랜드가 한마음으로 귀환을 알렸습니다. 힐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얇고 짧은 굽이 특징이었는데요. 살짝 경사진 슈즈의 모양새는 은밀하고 관능적이었습니다.
바닥을 쓸고 다닐, 스위퍼 슈즈
부디 화창한 날이 많기를 기대해야겠습니다. 눈과 비가 오는 날에는 꿈도 꿀 수 없는 슈즈가 등장했거든요. 리본을 바닥까지 내려 단 에르뎀의 신발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깃털이 자유롭게 휘날리는 뮈글러와 록산다의 힐은 퍼 슈즈의 여름 버전을 보는 듯했어요. 세차장 브러시를 닮은 16알링턴의 힐까지 보고 나니 과연 누가 먼저 이 트렌드를 선도하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군요.
노출은 발가락으로, 오픈 토 슈즈
어떻게, 얼마나 드러내느냐가 관건입니다. 엄지발가락만 고개를 쏙 내밀 수도, 감출 수도 있습니다. 부츠의 경우 대체로 타이트한 핏이었어요. 섹시하고 에로틱한 느낌이 물씬 느껴졌죠.
작정하고 날카로워진, 포인티드 토
무기 버금가는 뾰족한 앞코는 묘한 매력을 지녔습니다. 위험하지만 단호해 보이고, 위태로운 동시에 고집스러워 보이죠. 아바바브, 호다코바 같은 브랜드는 이 극단적인 면모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만화적으로 늘린 코, 겉면을 다닥다닥 뒤덮은 사물의 부품 등으로 냉담한 분위기를 자아냈죠.
우아하게 밀어 넣는, 뮬
뒤꿈치가 훤히 보이는 뮬 스타일은 불완전한 멋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굽이 높을 경우 더욱 그렇죠. 이번 시즌 인상 깊었던 실루엣은 로에베, 알렉산더 맥퀸, 알라이아의 쇼에서 발견했습니다. 발등을 둥글게 덮은 디자인과 여지를 둔 뒤축 디테일이 흥미로웠어요. 신발을 신었다기보다는 신발에 발을 담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신발만큼 중요한, 양말
양말이 신발의 영역을 꾸준히 넘보고 있습니다. 양말의 쫀쫀한 텍스처를 그대로 옮겨온 슈즈나 타이츠와 혼연일체를 이룬 신발이 곳곳에서 등장했죠. 특정 모델뿐만 아니라 스타일링 자체에도 큰 반향을 불러올 것으로 보입니다. 속이 아스라이 비치는 타이츠를 종류별로 장만하는 게 빠를지도 모르겠고요.
슬리퍼만큼 넉넉한, 슬라우치 부츠
2000년대 초 시에나 밀러나 사라 제시카 파커가 즐겨 신던 부츠가 아니에요. 퍼들 팬츠처럼 발목 주변에 주름이 고이는 극단적인 디자인이 주를 이루었죠. 입구도 모두 넓었습니다. 허리 따위 숙이지 않고 그대로 발을 욱여넣어보고 싶을 정도로요.
납작하게 빛나는, 플랫 슈즈
플랫 슈즈의 매력을 더 널리 알리고 싶었던 걸까요? 이번 컬렉션에서도 납작하고 편안한 플랫 슈즈가 캣워크를 자유롭게 누볐습니다. 미니멀하다는 표현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한층 더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웠거든요. 라인 스톤을 비롯한 반짝이 장식으로 꾸미거나 매끈하게 빛나는 메탈릭 텍스처로 표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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