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입는 블랙 드레스의 맛
올 화이트 스타일링은 여름만의 특권이라지만, 무더위 따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시크함을 뽐내고 싶은 날이 있죠. 가장 시크하고 세련된 컬러로 꼽히는 블랙과 여름이 잘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이라고 생각했다면, 스크롤을 내려보세요. 2024 S/S 컬렉션 중 등장한, ‘한여름용’ 올 블랙 드레스를 한곳에 모았습니다.
정석에 가까운 선택을 한 베르사체부터 살펴볼까요? 모든 장식 요소를 생략하고, 미니멀한 블랙 드레스를 선보였습니다. 함께 조합한 스퀘어 토 메리 제인이나 펌프스 역시 클래식하기 그지없고요. 네크라인과 길이를 변주했을 뿐인데, 천차만별의 무드가 연출됐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브이넥 드레스에서는 페미닌함이, 유넥 드레스에서는 섹시한 분위기가 느껴졌죠.
블랙이라는 컬러가 머금고 있는 은은한 고혹미는 시스루 소재와 만났을 때 가장 큰 시너지를 발휘합니다. (이제는 하우스를 떠난) 지방시의 매튜 윌리엄스는 바로 이 점을 활용했죠. 가릴 곳만 딱 가린 시스루 드레스로 도전 욕구를 자극했습니다. 보는 이까지 시원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고요!
쇼 후반부에는 한층 현실적인 시스루 드레스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진주 팔찌, 그리고 한쪽 팔에 무심히 낀 오페라 글러브는 완벽한 여름 룩을 완성하는 데 액세서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상기시키는 역할을 했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떠나보낸 또 하나의 브랜드, 발렌티노입니다. 피엘파올로 피촐리는 컷아웃과 슬릿 디테일을 활용해 우아함과 실용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자 했습니다. 발렌티노의 롱 드레스처럼 양 옆구리가 훤히 파인 롱 드레스를 입는다면, 땀 흘릴 걱정은 접어둘 수 있겠군요.
온통 블랙으로 가득했던 2024 F/W 컬렉션에서도 참고할 만한 드레스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원숄더 톱에서 영감받은 듯한 드레스였죠. 롱 슬리브 드레스였지만, 답답하다는 인상은 전혀 받을 수 없었고요.
지난 2024 F/W 남성복 이후 트렌드로 부상한 스쿠프넥 톱. 섹시한 나머지 반항적인 느낌까지 풍기는 이 디테일을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발망의 올리비에 루스테잉이 그런 것처럼 말이죠! 그는 금장 버튼에 금빛 액세서리를 더해 고풍스러운 룩을 완성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블랙과 그린의 조화 역시 눈에 들어오네요.
- 사진
- GoRunway,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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