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 염증을 부르는 음식 5

음식을 두고 무턱대고 ‘나쁘다’고 단정하는 것이 늘 도움이 되진 않지만, 염증을 유발하거나 컨디션을 악화시키는 식품이 존재하는 건 분명합니다. 미국 존스 홉킨스 메디신(Johns Hopkins Medicine)은 “전신에 퍼진 만성적인 염증은 심각한 건강 이슈이며, 식단에 따라 더 나빠지거나 개선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어떤 음식이 문제일까요? 프랑스의 미량 영양학(Micronutrition) 전문가이자 자연 의학 전문 치료사 요한 만노네(Yohan Mannone)는 저서 <나의 자연요법 식사(Mes Apéros Naturo)>에서 자신의 만성질환 극복에 도움이 된 식습관과 피해야 할 음식을 공개합니다. 이 중 글루텐과 저품질 유제품을 반복적으로 언급했죠. 그는 “사람마다 식습관이 다른 만큼 모두에게 적용되는 단일한 좋은 식단은 존재할 수 없다”고 하면서 “다만 어떤 음식은 염증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며, 특히 질이 낮을수록 영향을 더 미치기 때문에 그런 음식을 제한하거나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호르몬 건강 코치이자 영국 기반 웰니스 코칭 플랫폼 아고라 헬스(Agora Health) 공동 설립자 그레이스 쇼(Grace Shaw)와 만노네에게 염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음식 다섯 가지와 그 이유에 대해 물었습니다.

1. 글루텐
글루텐은 밀, 보리, 호밀, 카무트 같은 곡물과 이 곡물로 만든 빵, 파스타, 쿠키 등에 포함된 단백질입니다. 반죽을 부풀리고 빵을 폭신하게 만드는 탄성과 점성 덕분에 제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죠.
문제는 현재 재배되는 밀의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는 겁니다. 집중적인 교배로 염색체가 14쌍에서 42쌍으로 늘면서 생산성은 높아졌지만, 인체가 소화하기에는 까다로운 형태가 되었습니다. 제대로 분해되지 않는 글루텐은 장속 유해균의 먹이가 되어 미생물 불균형을 일으키고, 조눌린(Zonulin)이라는 단백질 분비를 촉진해 장 점막의 결합을 느슨하게 만들며 장 누수(Leaky Gut)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셀리악병 환자들은 글루텐을 완전히 배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도 현대 밀 기반의 글루텐 섭취를 줄이는 편이 좋습니다. 유전자 변형이 없는 고대 품종 아인콘(Einkorn)으로 만든 빵이나, 발효 과정에서 글루텐이 일부 분해되는 천연 사워도우 같은 빵을 고르는 것이 상대적으로 유리하죠.

2. 저품질 유제품
유당은 포도당과 갈락토스로 구성된 탄수화물입니다. 정상적으로는 락타아제라는 효소가 유당을 분해해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됩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서 많은 사람이 이 효소를 충분히 만들지 못합니다. 락타아제가 부족하면 유당은 장에서 발효되어 소화불량과 염증, 피부 트러블, 편두통, 관절 통증 등을 유발하고요. 다만, 유당 불내증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유제품을 끊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파르메산, 고다, 그뤼에르 같은 유당 함량이 낮은 단단한 치즈나 락토 프리 제품을 선택하면 되죠.
유당 외에도 유제품 속 카제인 단백질 또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특히 교배종 젖소에서 나오는 A1 베타카제인은 염증, 면역 반응, 장 투과성 증가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반면 염소, 양, 또는 전통 품종 소에서 생성되는 A2 베타카제인은 비교적 부담이 적은 편이죠.
우유가 어떻게 생산됐는지도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목초를 뜯으며 자연 방목한 소가 많았지만, 지금은 효율성을 위해 좁은 공간에서 곡물이나 콩 사료로 사육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이 과정에서 오메가 6 비율이 매우 높아지고, 농약이나 항생제 등 외부 물질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여기에 초고온 살균(UHT)이나 가공 과정까지 더해지면 영양소는 파괴되고 단백질 구조가 변형돼 장에 부담을 주게 되죠.

만노네가 제안하는 유제품 선택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농약, 항생제, 호르몬 노출을 줄이기 위해 목초를 먹여 사육한 염소와 양 또는 자연 방목한 젖소의 유기농 제품 고르기
-영양소 보존을 위해 마이크로필터링 시스템을 거친 우유 선택하기
-유익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요거트, 치즈 등 발효 유제품 활용하기
-유당과 카제인이 없는 생버터나 기 버터 사용하기

3. 가공육과 적색육
살라미, 베이컨, 스테이크, 소시지 등 가공육과 적색육은 포화 지방, 첨가물, 그리고 고온 조리 시 형성되는 최종 당화 산물이 많아 염증과 관련이 깊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레이스는 “이런 화합물은 체내 염증 경로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가공육에는 질산염이나 아질산염 등의 보존제가 사용되는데, 이들은 체내에서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을 유발하죠. 그렇다고 적색육을 완전히 끊을 필요는 없습니다. 쇼는 고기 원산지와 사육 방식을 고려해 ‘양보다 질’에 우선하라고 조언합니다. 그녀는 “가끔씩 먹는 저지방 적색육은 균형 잡힌 식단에 필요한 철분과 비타민 B를 제공한다”며 “중요한 것은 과하지 않은 섭취”라고 강조합니다.
가공육과 적색육은 닭고기, 생선, 두부, 콩류 같은 건강한 단백질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4. 탄산음료, 과자, 빵
정제당을 섭취하면 혈당이 급격히 올랐다가 다시 떨어지는 과정을 반복하며, 이런 끝없는 혈당 롤러코스터 패턴은 저강도 만성 염증과 내분비계의 과부하, 호르몬 불균형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정제당이 많은 식단은 유해균을 증식시켜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떨어뜨리고, 장벽을 약화시켜 독소가 혈류로 더 쉽게 이동하도록 만듭니다.
탄산음료와 과자, 디저트로 먹는 달콤한 빵 등 가공식품에는 정제당이 흔히 사용됩니다. 이런 음식은 전반적으로 영양 밀도가 매우 낮죠. 과당 옥수수 시럽, 메이플 시럽, 코코넛 슈거, 과당 시럽, 그리고 ~오스(~ose)로 끝나는 모든 성분명은 정제당으로 분류되므로 제품 성분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반면 과일 속 천연 당은 식이섬유와 미량영양소가 함께 존재해 체내 흡수를 늦추고 부담을 줄이므로 달콤함이 필요하다면 과일을 추천합니다.

5. 튀긴 음식
“튀긴 음식은 대개 정제유로 조리하는데, 이 기름이 고온에 노출되면 트랜스 지방이나 산화유 같은 유해 화합물이 생성된다”고 그레이스는 설명합니다. 이는 만성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체중 증가에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제2형 당뇨병 위험까지 끌어올립니다. 또한 호르몬 대사를 방해해 생리 불순, 난임, 자궁내막증, 다낭성 난소 증후군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레이스는 “집에서 올리브 오일이나 아보카도 오일과 같은 질 좋은 기름으로 직접 튀겨 먹는 것이 좋아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끔’ 먹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식품 성분표에 ‘경화(Hydrogenated)’ 또는 ‘부분 경화유(Partially Hydrogenated Oils)’라고 적혀 있다면 염증 유발 음식이라는 경고신호이니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하면 수제, 미가공, 통식품 위주의 식단이 가장 안전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레이스는 “잘 모르겠다면 지중해식 식단을 기준으로 삼는 게 좋다”고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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