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패션은 앞뒤가 안 맞아야 제맛입니다
명색이 <보그> 에디터인데, 요즘은 친구들이 ‘유행 중인 옷’에 대해 물을 때마다 말문이 막히곤 합니다. ‘이건 무조건 사라’고 추천할 만큼 매력적인 아이템도 없고, ‘한물갔다’라고 확신할 수 있는 아이템도 없는 게 현실이니까요.

Saint Laurent 2027 S/S Menswear

Saint Laurent 2027 S/S Menswear
그렇다면 지금 패션계의 가장 거대한 흐름은 무엇일까요? 저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을 섞는 시대’라고 말하겠습니다. 무얼 입느냐보다 어떻게 입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죠. 우아한 드레스에 추레한 플립플롭을 매치하거나, 레깅스 위에 블레이저를 걸치는 스타일링이 좋은 예입니다. 오늘 새벽 있었던 생 로랑의 2027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에도 나일론 소재 바람막이에 수트 팬츠를 매치한 룩이 연달아 등장했죠.

무엇보다 ‘옷 입는 재미’ 하나만큼은 확실하다는 점에서, 이 흐름이 반갑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스타일링과 관련된 모든 금기가 깨지며, 갖고 있는 옷으로 연출할 수 있는 룩의 가짓수가 곱절로 늘어났으니까요. 지난주, 그레이시 에이브럼스가 이 트렌드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보여줬습니다. 무드뿐 아니라 탄생 시기까지 전부 다른 아이템으로 완성한 룩을 선보였거든요.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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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 디테일이 돋보이는 보디스 톱은 발렌시아가였습니다. 그것도 2003 봄/여름 컬렉션, 그러니까 뎀나나 피엘파올로 피촐리가 아닌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하우스를 이끌던 시기의 디자인이죠. 쇼에 등장한 모델은 스키니 진을 입고 있었지만, 그레이시 에이브럼스는 스포티한 분위기의 빈티지 트랙 팬츠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웹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는, 말하자면 ‘뉴 샤넬’의 투톤 펌프스로 마침표를 찍었죠. 최근 유행 중인 ‘트랙 팬츠와 로퍼’ 조합의 변주였습니다. 값비싼 아이템과 저렴한 아이템을 조합하는 ‘하이 앤 로우’ 스타일링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아니, 이 경우에는 ‘올드 앤 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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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ieabrams
따라 하기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이 조합의 핵심은 결국 ‘헌 바지’와 ‘반짝이는 새 구두’니까요. 빈티지 숍에서 발견한 트랙 팬츠를 입은 뒤, 가장 최근 구매한 구두를 신기만 하면 끝입니다. 바지와 신발이 안 어울릴지 걱정하지도 마세요. 요즘은 ‘정석’을 따르기보다 나만의 조합법을 개발하는 게 멋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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