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신는다고? 패션계를 당황케 한 착시 부츠
발끝의 유머는 계속됩니다.
올 한 해는 놀라기 바빴습니다. JW 앤더슨의 개구리 슬리퍼와 미스치프의 빅 레드 부츠를 지나 보테가 베네타의 삭스 부츠, 바지를 발목까지 내려 입은 듯한 로에베의 토이 부츠, 발가락 윤곽이 선연한 발렌시아가의 아나토믹 부츠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여러 하우스의 ‘요상한’ 신발이 쉴 틈 없이 등장했죠.
그리고 그 바통을 이어받을 부츠 한 켤레가 등장했습니다. 틱톡을 비롯한 SNS를 휩쓰는 중이죠.
화이트 리브드 양말에 검은색 펌프스를 신은 듯한 착시를 일으키는 루이 비통의 ‘일루전 하이 부츠’입니다. 초현실주의 미술 운동에서 영감을 받았죠. 인형 다리를 보는 듯한 디자인도 재미있지만 신발 주인이 루이 비통이었기에 더 화제가 되었어요. 농담 내용만큼 중요한 건 농담의 주체니까요. 유구한 헤리티지를 지닌 브랜드가 이런 발칙한 장난을 벌이면 쾌감은 배가되죠.
불편한 착화감이나 과감하다 못해 과도한 디자인 탓에 그저 사람들의 눈과 입만 바쁘게 한 채 사라져버리는 슈즈도 많습니다(애초에 진짜 누군가의 ‘발’까지 가는 게 목적이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요). 하지만 루이 비통의 부츠는 선을 잘 지켰어요. 감당 가능한 정도의 상상력, 수작업으로 그리고 칠해낸 착시 효과, 여느 부츠와 다를 것 없는 셰이프와 착용감 등으로 구미가 당기게 만들었죠. 빅 브랜드의 영리함이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이미 몇 사이즈는 품절 상태고요.

이처럼 상상력을 자극하는 슈즈의 등장이 새삼스러운 현상은 아니지만요. 조용한 럭셔리와 올드 머니 트렌드, 피비 파일로의 귀환, 더 로우의 인기, 끝없이 소환되는 1990년대 미니멀 패션. 한 해를 휩쓴 의상과 트렌드가 대체로 점잖은 태도를 유지했기 때문일까요? 올해는 그 모습이 더욱 극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내년에는 우리의 두 발끝이 더더욱 재미있어질 거란 쪽에 표를 던지고 싶군요. 입소문 나기 딱 좋은, 기발한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잘못된 신발 트렌드도 점점 더 몸집을 불리는 중이거든요. 대놓고 튀고 싶지는 않지만 남들과는 달라 보이고 싶은, 누구나 갖고 있는 욕망을 위트 있게 풀어내기에 신발만큼 현명한 선택도 없죠. 얌전하고 진중한 옷차림에 생뚱맞은 신발 한 켤레를 툭 하고 신어주는 겁니다. 심각함은 잠시 내려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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