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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퍼가 끝물인가 싶을 즈음, ‘이 컬러’가 등장했습니다

2026.04.23

로퍼가 끝물인가 싶을 즈음, ‘이 컬러’가 등장했습니다

영화 <파이트 클럽>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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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늘 레드 레더 재킷을 품고 삽니다. 당장 사서 입고 다닐 건 아니지만, 언젠가 입어보고 싶은 로망으로 남겨두었죠. 의외로 브래드 피트가 입었던 모양새를 쏙 빼닮은 레드 레더 재킷은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에 많습니다. 마주치면 괜히 한번 만져보고 입어보죠. 엊그제 프라다 2026 F/W 프레젠테이션에 갔을 때도 레더 재킷이 유독 눈에 들어왔고요. 다만 레드를 아우터로 입는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결심과 용기를 요구하는 일입니다.

Prada 2026 F/W RTW

하지만 ‘레드’와 ‘레더’가 만났을 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야성미를 뿜어냅니다. 다른 조합으로는 흉내 내기 어렵죠. 그 강렬함을 일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고심하던 중 눈을 돌린 것이 바로 ‘레드 로퍼’입니다. 최근 지지 하디드젠데이아가 연달아 레드 로퍼를 신고 등장하며 이 흐름에 불을 지폈죠. 채도를 낮춰 브라운을 몇 방울 섞은 듯한 버건디 컬러는 재킷보다 덜 부담스럽습니다.

1996년 영화 <마틸다> 시사회에서 카메론 디아즈가 신었던 뱀피 무늬 로퍼도 떠오릅니다. 무심한 올 블랙 룩에 레드 로퍼로 포인트를 주니 더없이 시크하죠. 이렇게 레드 로퍼는 블랙, 네이비, 차콜 같은 무채색 톤과 만났을 때 가장 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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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피플은 이미 다음 선택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늘 비슷한 블랙과 브라운 로퍼에 권태가 쌓인 거죠. 영국 <GQ> 수석 스타일 에디터 머레이 클락(Murray Clark)은 최근 로퍼 시장의 과열을 언급하며, 너무 많은 브랜드가 뛰어든 탓에 클래식 아이템 고유의 희소성과 매력이 흐려질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모두가 다르다고 믿지만 똑같은 그 신발이요.

@lunaisabellaa
@sina.anjulie

영국 <보그> 패션 에디터 마호로 수어드(Mahoro Seward)는 레드 로퍼를 두고 “컬러를 자신감 있게 사용하는 더 큰 흐름의 일부”라고 설명했습니다. 동의합니다. 지난 몇 년간 ‘조용한 럭셔리’라는 이름 아래 베이지, 그레이, 네이비의 안전지대에 너무 오래 머물렀습니다. 우아했지만, 솔직히 조금 심심했던 것도 사실이죠.

Willy Chavarria 2026 S/S Menswear

Willy Chavarria 2026 S/S Menswear. Launchmetrics Spotlight

Ahluwalia 2026 S/S RTW. Launchmetrics Spotlight

하지만 클래식은 쉽게 죽지 않습니다. 시대에 따라 해석 방식이 바뀔 뿐이죠. 머리부터 발끝까지 붉게 물들이는 건 어렵지만, 무채색 착장에 발끝만 붉히는 건 꽤 현실적이고 영리한 전략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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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장 깊숙이 잠든 브라운이나 블랙 로퍼에게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그동안 충분히 제 몫을 다했으니까요. 이제 교대 시간입니다.

하솔휘

하솔휘

웹 에디터

2025년 4월 <보그>에서 시작했습니다. 패션 감각이 필요한 모든 분야의 글을 씁니다. 많이 듣고, 다니고, 읽고, 고민하면서 제대로 된 글을 재밌게 쓸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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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sy Jones
사진
IMDb, GoRunway, Getty Images, Instagram, Launchmetrics Spotlight, Courtesy Photos
출처
www.vogue.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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