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키아와 도널드 저드, 낸 골딘을 한데 볼 수 있는 컬렉션
대전에서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헤레디움이 프랑스의 ‘콜렉시옹 랑베르’와 함께 선보이는 <이봉 랑베르: 예술가의 곁에서>인데요.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아 성사된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이봉 랑베르(Yvon Lambert)라는 갤러리스트이자 컬렉터의 미적 선구안과 컬렉션을 소개합니다. 역사상 훌륭한 갤러리스트는 많았지만, 이처럼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자신만의 컬렉션을 기관급 규모로 갖춘 이들은 많지 않은데요. 랑베르는 1960년대에 파리에 갤러리를 오픈한 후 미니멀리즘과 개념 미술, 그리고 장소 특정적인 예술 작품을 주로 다루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도 전설적인 인물로 회자되는 이유는 단지 회화와 조각을 넘어선 파격적인 작품을 거래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저는 갤러리스트야말로 예술가들의 곁을 지키는 ‘제1의 동료’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화려하고 거침없는 태도로 값비싼 작품의 거래를 성사시키는 주인공인 동시에 미술에 대한 열정과 작가에 대한 존중감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갤러리스트의 가장 큰 미덕은 노련한 판매 기술이 아니라 작가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마음인 거죠. 랑베르 역시 당시로서는 급진적인 예술품을 세상에 소개하고 판매하는 행위로 예술가를 지지해왔는데요. 시대의 인정과 호명을 받지 못했던 실험과 그 작가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러므로 이번 전시에서 만나게 되는 작품은 당대 작가들과의 깊은 우정과 신뢰, 그리고 그 오랜 역사의 한 장면이나 다름없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행운을 다시금 누리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20세기 최고의 미국 화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추상화가 사이 톰블리, 20세기 후반 뉴욕 미술계의 핵심 인물이자 동시대 미술을 상징하는 장 미셸 바스키아, 줄무늬라는 단순한 패턴으로 현대미술의 규칙을 뒤흔든 다니엘 뷔렌, 말이 필요 없는 미니멀리즘의 거장 도널드 저드와 솔 르윗 등등 20세기 후반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주요 작가들이 그곳에 있습니다. 단순한 소장품전이나 기획전이 아니라 랑베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모인 작품들이기에 더 특별할 수밖에 없는데요. 1960년대 이후 ‘컨템퍼러리 아트’가 발현되던 그 시절을 관통하는 이들의 관계, 친밀한 시선과 각별한 애정으로 직조된 컬렉션의 면면은 작품 자체의 가치를 훌쩍 넘어섭니다.

지난해 업무차 프랑스 아비뇽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랑베르 컬렉션을 모아둔 미술관에서 자못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랑베르는 지난 2000년에 자신의 컬렉션을 통해 도시 자체를 동시대 미술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는데요. 이는 콜렉시옹 랑베르의 시작이자, 작품과 관람자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는 실험의 장이 되었죠. 이후인 2012년, 랑베르는 이 컬렉션의 핵심 작품들을 프랑스 국립 시각예술 센터(CNAP)에 기증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갤러리스트 겸 컬렉터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품격 있고 유의미한 행위가 아니었을까 싶군요. 개인이 평생 진심으로 기록한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제도와 역사 속에 정착시킨 시도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닐 테니까요. 여러분이 보실 바로 그 작품들이 이렇게 지켜져온 대상이라는 걸 기억해주세요. 여느 때와는 다른 감흥을 느끼실 겁니다. 전시는 7월 26일까지.


장 미셸 오토니엘, ‘Precious Stonewall’, Indian fuchsia mirrored glass, wood, 2022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Réserves, mur des Suisses morts’, 180×210×23cm, 54 metal boxes (6×9), 54 black and white photographs, 4 lamps, textile inside the boxes, electrical wire, 1990

‘이봉 랑베르: 예술가의 곁에서’ 전시 모습.

질비나스 켐피나스(Žilvinas Kempinas), ‘Lemniscate’, 가변 크기, Fans and magnetic tape,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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