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계속해서 ‘젊고 마른 몸매’에 집착하는 걸까?
요즘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롱제비티(Longevity, 건강수명)’를 강조합니다. 나이 드는 것은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 오래 살아갈 수 있다는 특권이라고, 아름다움에는 정해진 기준이 없다고 이야기하죠. ‘다이어트’라는 단어 역시 극단적 식이 제한을 의미하는 개념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습니다. ‘안티에이징’이라는 표현 대신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노화를 받아들이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고요.
이제는 여성에게 “나이 드는 것이 두렵나요?”라고 묻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시대가 됐습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1973년 프랑스 TV 인터뷰에서 아직 마흔도 되지 않았던 브리지트 바르도는 다소 무례한 시선 속에서 노화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나이 드는 것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을 거예요. 그런 삶은 너무 끔찍하니까요”라고 단호하게 답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변화는 우리가 기대했던 만큼 현실을 바꾸지 못한 듯합니다. 뷰티와 건강, 웰니스를 매일 취재하는 기자인 저 역시 이런 변화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1990년대 ‘비키니 프로젝트’, ’34-24-34’, ‘파인애플 다이어트’ 같은 말을 들으며 자란 세대였기에, 이제는 다른 시각으로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죠. 제 딸들은 저와 제 또래 여성이 경험한 것보다 훨씬 건강한 방식으로 자신의 몸을 받아들이며 성장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고, 세월의 흔적을 무조건 감추려 하지 않을 것이며, 어려 보이는 피부를 원할 수는 있어도 주름 하나 없는 얼굴이나 생물학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극도로 마른 몸을 목표로 삼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젊고 날씬해 보이고 싶은 욕망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때로는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우선시하는 바람직한 방식으로 나타나지만, 최근 몇 달간 레드 카펫과 일상에서 목격된 모습을 보면 그 욕망은 아직도 강박이자 이상향처럼 작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때로는 상식보다 더 강한 힘으로 우리를 움직이기도 하고요.

사라지지 않은 ‘젊어 보여야 한다’라는 압박
최근 랑콤은 장수 과학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스킨케어 라인을 공개하며 여성들이 얼마나 큰 압박을 느끼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함께 발표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43%는 젊어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고, 그 압박은 26~35세에 가장 크게 나타났습니다. 이후 36~45세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됐죠. 국가별 차이도 있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여성의 76%가 같은 압박을 경험한다고 답했고, 미국은 48%, 일본은 17%였습니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현실에서 매일 마주하는 이미지입니다. 담론은 분명히 달라졌지만, 지나치게 마른 몸과 인위적인 얼굴이 끊임없이 소비되는 현실은 여전합니다.
사회는 왜 계속 ‘완벽한 몸’을 요구할까?
사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완벽함’을 추구해왔습니다. 2023년 <100.0000 años de belleza(10만 년의 아름다움)>의 저자이자 인간과 아름다움의 관계를 연구해온 엘리자베스 아줄레이(Elisabeth Azoulay)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몸에 만족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오늘날의 사회·심리적 환경은 이런 압박을 훨씬 더 증폭시킵니다. 심리학자 데보라 무르시아(Deborah Murcia)는 특히 ‘글로우 업(Glow Up)’이라는 표현에 주목합니다. “사회는 여성이 이른바 ‘글로우 업’을 했을 때 끊임없이 칭찬을 보냅니다. 그런데 사실 많은 경우 ‘글로우 업’은 체중 감량을 의미하죠. 사람들은 ‘놀랍다’, ‘아주 좋아 보인다’라는 말을 건네고, 이런 반응은 마름을 성공이나 사회적 지위와 연결하는 인식을 강화합니다. 모델과 배우, 가수가 그런 이미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이를 보는 사람들은 ‘나도 저렇게 마르면 더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눈덩이는 점점 더 커집니다.”
여성의 몸과 사회적 인정
심리학자 마르타 칼데레로(Marta Calderero)는 여성들이 여전히 특정 외모 기준에 집착하는 이유 중 하나로 ‘사회적 인정에 대한 욕구’를 꼽습니다. “우리의 무의식에는 여전히 ‘날씬해야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은 세대를 거쳐 이어온 문화적 산물이기 때문에 쉽게 사라지지 않죠. 우리가 아무리 담론을 바꾸려 해도 오래된 믿음은 개인적 신념보다 훨씬 깨기 어렵습니다.”
그녀는 또한 SNS가 이 현상을 가속한다고도 덧붙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몸을 봅니다. 그러다 보니 사회가 요구하는 외모 기준이 훨씬 빠르게 되살아나죠. 다시금 ‘기준에 맞는 몸이어야 한다’라는 믿음이 강화되는 겁니다.”
특히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피드를 넘기는 ‘덤프 스크롤링(Dump Scrolling)’ 상태에서는 이런 메시지가 더욱 쉽게 스며든다고 설명합니다. “사람들은 SNS를 볼 때 대체로 긴장을 풀고 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는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무의식적으로 흡수하게 되고, 그 메시지가 훨씬 깊이 각인됩니다.”

‘웰니스’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극단적 마름
칼데레로와 무르시아는 오늘날의 마름이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포장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합니다. “극단적으로 마른 몸이 다시 유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웰니스와 건강, ‘클린 걸’, 완벽한 루틴 같은 이름을 쓰고 있을 뿐이죠. 결국 예전과 똑같은 미적 강박입니다.”
과거에는 노골적으로 마름을 추구했다면, 지금은 위고비 같은 체중 감량 치료제의 유행 이후 ‘건강한 선택’이나 ‘자기 관리의 결과’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칼데레로는 “웰니스라는 단어가 외모 압박을 정당화하는 순간 문제가 시작됩니다”라고 지적합니다.
노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용 시술이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은 마치 노화를 피할 수 있는 것처럼 여기기 쉽습니다. “여성에게 노화는 여전히 사회적으로 불이익이 따르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를 손쉽게 막을 수 있다는 인식은 오히려 개인에게 더 큰 책임을 부여하고, 성공과 젊음을 동일시하는 생각을 강화합니다.”
결국 개인의 선택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문제
이 모든 현상을 특정 여성 개인의 선택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심리학자 비올레타 알코세르(Violeta Alcocer)는 말합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여성 개인의 취향이나 선호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맥락에서 만들어진 결과죠. 특정 여성을 비난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행동입니다. 물론 개인은 각자 선택을 하지만, 그 선택은 분명 구조적인 환경 아래 이뤄집니다. 개인을 향한 비난은 이 시스템을 바꾸지 못할 뿐 아니라, 문제의 초점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만듭니다.”
<Auténticas impostoras(진짜 사기꾼들)>의 저자인 그녀는 젊음과 마름에 대한 집착이 결국 여성에게 오랫동안 요구되어온 사회적 압박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합니다. “담론은 바뀌었을지 몰라도 여성에게 내려지는 명령은 여전히 같아요. 매력적이어야 하고, 호감을 줘야 하며, 절제된 사람처럼 보여야 하고, 사회가 받아들이는 외모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입니다.
“우리는 여성의 불안을 수익으로 연결하는 시스템 아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 몸이 충분하지 않으며, 수정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득하죠. 동시에 자유롭게 살라고 말하면서도 규범에서 벗어나면 사회적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반대로 그 규범을 따르려 하면 또 비판받죠.”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그 모순이 가장 선명한 시대인지도 모릅니다. 담론을 바꾸기 위해 애쓰고 있음에도, 데보라 무르시아의 말처럼 ‘여성의 몸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트렌드처럼 소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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