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로 다시 본 사물과 몸 그리고 파리
기록의 수단이라는 고정관념을 벗고, 예술적 아우라가 부족하다는 편견을 넘어 사진의 무궁한 예술성을 보여주는 전시 셋.
고전적 미학과 진보적 주제의 줄다리기
<형태의 시학>
사진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20세기 미국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 1946~1989) 개인전이 5년 만에 국제갤러리에서 열립니다. 흑인 남성의 나체와 동성애, 사디즘과 마조히즘 등 뉴욕의 하위문화를 화면 중심에 놓으며 외설 시비에 휘말리기도 한 그는 자신의 미학을 표현하는 데 거침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꽃과 동물, 어린아이, 풍경이나 고전 조각 같은 전통적인 주제를 다루기도 했죠. 그를 ‘외설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로만 축약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생전 사진을 두고 ‘조각을 만드는 완벽한 방법이다’라고 말한 그는 사진이 찰나의 미학이라고 여기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계산된 채광과 구도로 대상의 극한의 아름다움을 담아냈습니다. 그가 조각을 깎아내듯 치밀하게 만든 조명 환경 아래에서는 꽃과 같은 일상적 존재도 시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냈죠. 또 그는 폴라로이드에서 시작해 플래티넘 기법으로 캔버스에 사진을 인화하는 등 끊임없는 매체적 실험을 통해 새로운 사진 미학을 열었습니다. 국제갤러리와 로버트 메이플소프 재단은 그런 작가의 예술적 열망을 기념하며, 그가 생전 바라던 대로 현재 실버 젤라틴 종이로 인쇄 가능한 최대 크기로 제작한 ‘모던 오버사이즈’ 연작 세 점을 국내외 최초로 선보입니다. 7월 19일까지. 장소 국제갤러리 한옥 예매 무료 관람 인스타그램 @kukjegallery




뷰파인더 너머 사물의 재발견
<진동하는 사물들>
20세기 사진작가 메이플소프가 사진의 가능성을 확장했다면, 동시대 한국 작가 9인은 아날로그로 돌아갑니다. <형태의 시학>과 함께 국제갤러리에서 진행되는 전시 <진동하는 사물들>에서는 디지털 후보정보다 작가들의 눈과 카메라의 광학적 기술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여요. 초점이 가장 선명한 부분만 중첩하는 ‘포커스 스태킹(Focus Stacking)’이라는 기법으로 완성한 김경태 작가의 ‘Brass Hex Nut’(2016) 같은 작품은 너트의 표면을 극대화해 보여주고, 인화지에 독특한 질감을 부여하는 ‘검 프린트(Gum Print)’ 기법으로 인화한 김수강 작가의 ‘Chemical Bottle 3’(1997)는 일상적 사물의 시적 운율을 담아냅니다. 한편 이번 전시를 기획했으며 사진이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장르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조한 구본창 작가는 컵 같은 생활 속 조연을 애정을 담아 포착한 ‘컬렉션’ 연작을 선보입니다. 부동의 사물이 살아 움직이듯 생동감을 지니게 된 것은 마치 원자의 상태가 관측에 의해 결정되듯, 뷰파인더 너머 사진작가의 깊은 시선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애정 없이 생성할 수 없는 이미지의 전시는 위와 동일한 7월 19일까지. 장소 국제갤러리 K1, K2 예매 무료 관람 인스타그램 @kukjegallery




파리를 여행하는 새로운 방법
<파리 보이지 않는 파리>
성곡미술관에서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사진작가들과 한국 작가 53인의 대규모 사진전이 7월 26일까지 펼쳐집니다. 프랑스는 1826년 조제프 니세포르 니에프스가 세계 최초로 8시간 빛 노출 끝에 이미지 고정에 성공한 이후 1839년 루이 자크 망데 다게르가 노출 시간을 단 몇 분으로 줄인 ‘다게레오타입’을 발명하며 사진의 시대를 열었죠. 파리는 그중에서도 많은 사진 전시와 컬렉션이 집중된 ‘사진의 도시’입니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사진사를 체계화한 대표적 큐레이터이자 전 퐁피두센터 사진 부장인 알랭 사약(Alain Sayag)과 협력해 기획했어요.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은 파리를 ‘관광의 도시’나 ‘랜드마크’가 아닌 실제 삶의 공간으로 재조명합니다. 그리고 그 장면들은 헬리오그라비어(Héliogravure), 시아노타입(Cyanotype), 은염 인화(Gelatin Silver Print) 등 전통적인 사진 인화 기법부터 디지털과 인공지능 기반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됩니다. 튀일리 정원을 가꾸는 이들, 발자크의 문학적 상상력이 투영된 몽환적인 밤거리 등 보이지 않던 파리의 다층적인 풍경 속으로 떠나보세요. 장소 성곡미술관 예매 현장 발권 가능, 1만2,000원 인스타그램 @sungkokart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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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갤러리, 성곡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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